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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두물머리 형제

by taeshik.kim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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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은 제비를 제대로 본 적 없어 제비 보러 갈라냐 했더니 기꺼이 따라나서며 묻기를 어디 가야 제비가 있냐기에 남양주라 했더니 잘됐다면서 남양주 사는 이종사촌동생 이번이 마지막 어린이날인데도 이모랑 이모부 모두 일나가는 바람에 집에 혼자 있다며 데리고 같이 가잰다.

그 마음 씀씀이 하도 대견해 그러마 하고 했다가 낭패가 생겼으니 서울서 저놈 픽업하는 거리랑 거기서 애초 목적한 팔당댐이랑 거리가 비등비등, 결국 차만 열라 몰았으니 이번에 면허증 딴 기념으로 나도 아들놈 모는 차 한번 타보자 심사 부리는데, 마침 마누라 전화 와서 하는 말이

허퍼도 형은이 운전시킬 생각마라

는 엄명이었거니와 그래도 운전대 맡기려 했더니 이놈 하는 말이 더 가관이라

오늘 면허증 안 갖고 왔는데?

 

 

에랏 니 똥 굵다

하고는 졸음 쫓아가며 운전대 잡는데 세상에 나..어린이날 다들 방구석에서 쳐박혀 치킨이나 시켜먹을 일이지 어디서 이리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는지 차는움직이도 않는데

아들놈 부아 돋구며 하는 말이

사람들이 얼마나 갑갑했겠어?

 

 


밥 먹이곤 두물머리 산책하는데 연신 포켓몬스턴지 뭔지 철지난 게임하며 그거 때려잡는다고 둘이 희희낙락 뒤숭우숭이라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낄낄 거리는데 나야 물끄러미 그 모습 즐길 뿐이라

저 아래 팔당호 석축 수면으로 던져주는 먹이에 잉어떼 포식하는데 그 돌더미 틈바구니로 쥐 한 마리 들락하며 떨어지는 고물 하나 없나 연신 고개 들이미는 모습 구경한다 저러구로 여념이 없더라.

두 놈한테서 새삼 놀란 점이 각기 하나라

아들놈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각종 곤충 동물 해박해서 단순 책에서 읽고 배운 것을 뛰어넘어 저놈이 내 아들놈 맞나 싶을 정도로 폐부를 찔러대는 말을 가끔 한다는 점이 그것이요

이젠 국민학교 6학년인 저 조카놈은 너무나 조숙해 사귀던 여자친구 얼마전에 차버렸다 더니 너희들한테 요즘 인기 품목 뭐냐는 질문에 1등이 뭐요 2등이 뭐시기며 3등이 축구라면서 그럼해도 여학생들 관심은 모르겠다는데 그 설명이 어찌 그리도 조리가 서는지 

아! 저놈들 상대로 돈벌려면 저놈들 심층 인터뷰를 해서 상술을 짜야 한다는 그런 놀라움이 있었다.

외가 기준으로 저놈은 맞이라 그 맞이에 걸맞는 구실을 하는 모습들을 선뜻선뜻 보는데 역시 자리가 사람을 규정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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