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는 이 블로그에 게재한 이 글을 통해 저작권 도둑질에 분통을 터뜨렸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가 경주의 상징물이라 해서 보문단지 경주엑스포공원에 세운 탑 모양 조형물이 실은 남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한 것인 까닭이다. 그랬다. 이 조형물은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1937∼2011), 흔히 이타미 준이라 일컫는 그 작가 디자인을 바탕으로 삼은 도난품이었다.
날강도 짓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것이 2004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 공모전 때 이타미 준이 출품한 건축물 디자인 야경투시도다.
그렇다면 지금 들어선 경주타워는 어떤가?
애초 이타미 준 디자인에서 상당히 퇴화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이타미 준 디자인을 표절한 것 아니라고 누가 감히 주장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도적질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도대체 어찌해서 이런 거대한 도둑질이 가능했을까?
송고시간2020-02-17 17:31
손대성 기자
경주타워 원 디자인 저작권자 유동룡 선생 장녀 "좋은 선례"
이타미 준 장녀 유이화 씨
경주발 우리 공장 이 기사에 단서가 있다. 이에는 이런 대목이 보인다.
2004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상징건축물을 공모할 때 유동룡 선생이 낸 작품은 당선되지 못하고 우수작에 뽑혔다. 당시 당선작은 첨성대와 신라 탄생 신화에 나오는 알을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2007년 8월 완공한 경주타워는 최초 당선작과 전혀 달랐다. 건물 안쪽을 깎아 음각으로 탑모양을 형상화했고, 유리를 소재로 한 사각형 타워 형태였으며 꼭대기 층에 전망대가 있는 등 유 선생 출품작과 상당히 비슷했다.
21세기 백주대낮에 도대체 어찌하여 이런 날강도 짓이 가능했을까 지금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주도, 혹은 추인, 혹은 묵인한 기관이 경상북도 도지사가 당연직 이사장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라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그것도 광역자지단체 산하기관이 이런 짓을 일삼은 것이다.
이타미 준
그런 날강도 짓을 주도하고, 그런 날강도 짓을 추인 혹은 묵인한 기관은 삼족을 멸하고 족적을 없애야 마땅하다고 나는 본다.
더 한심한 추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거쳐 날강도 짓임이 드러났음에도, 조직위가 보인 행태다. 사죄하고 보상해도 모자랄 판에 마지못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에다가 이 경주타워는 이타미 준 아이디에서 나왔다는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다. 그러니 이 소송을 주도한 이타미 준과 그 유가족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이런 처사에 이미 본인은 죽고 없는 그의 유가족이 다시 소송을 걸었다.
이타미 준
뒤늦게 사태를 보고 받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진상을 파악하고 나서는 노발대발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나, 이 양반 성정으로 미뤄 안봐도 비디오다. "무슨 씰데없는 소리고? 제대로 표지석 세우고, 유가족 모셔와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각종 이유를 달아 밍기적댄 그 당연한 일을 한 이철우 지사를 나는 그래도 인정하고 싶다. 사적으로는 고등학교 대선배이면서, 고향 선배로 자주 보아 그를 좀 안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그 묵은 원한의 고리를 풀어준 이 지사가 나로서는 고맙기 짝이 없다.
오늘 경주엑스포공원 경주타워 앞에서 이타미 준 유가족을 초청한 가운데 이 타워가 이타미 준 디자인에서 비롯되었음을 적기한 안내판을 제막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 자리에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법적 투쟁까지 불사한 고인의 장녀 유이화 씨가 참석했다. 그로서는 이 얼마나 감개무량한 자리겠는가?
경주엑스포공원과 경주타워
저승으로 간 이타미 준이 조금은 원한과 분통이 풀렸을라나?
왜 저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일삼았단 말인가?
저 날강도 짓을 주도하고 묵인한 자들은 구족을 멸해야 한다.
문화엑스포 "경주타워 디자인 저작권자는 유동룡" 공식 선포(종합)
송고시간2020-02-17 16:29
손대성 기자
경주엑스포공원서 현판 제막식…표절 법정 공방 12년 만에 막 내려
***
충무공 고향 아산이라 해서 거북선을 본뜬 온양민속박물관 구정아트센터라는 건물이 있다. 이타미준 설계다. 그 전에는 전연 본 적 없는 건물도안이었기에 완공 직후 갖은 악소문에 시달렸다. 재일교포라 왜색이 짙다느니 하는 그런 소문 말이다.
거북선 이 무슨 왜색이란 말인가? 이순신 이 가미가제 대장이었단 말인가?
재일교포는 그랬다. 고국에서는 왜놈이라 손가락질당했고 왜국에서는 조센징이라 배제됐다. 이 멸시, 이 차별 이 나는 결국 경주타워 날강도 도둑질을 불러왔다고 본다.
왜?
왜놈 것은 뺏어도 되니깐
그래도 말 못할 거니깐
그런 멸시와 차별, 그리고 무시는 한 사람의 위대한 건축가를 상실케 했다.
'NEWS & TH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바이러스가 수면에 올린 신천지 (0) | 2020.02.18 |
---|---|
김해 대성동고분이 매몰한 금관가야의 편린 (0) | 2020.02.18 |
브레이크 풀린 기생충 열풍, 일본 박스오피스도 삼켜 (0) | 2020.02.17 |
BTS unveils new album's tracklist led by main song 'ON' (0) | 2020.02.17 |
"국민께 박수"를 바치며 돌아온 봉준호 (0) | 2020.02.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