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전 파리 도착과 더불어 여장을 풀고서 가장 먼저 달려간 데가 노트르담 대성당이었으니 왜 그리했느냐 혹 묻는다면, 2019년 그것이 불타 내리는 장면을 생방으로 지킨 기억이 하도 생생한 것도 있고 그래도 이쪽 업계 종사자로 밥 빌어먹고 사는 얄팍한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나 자신한테 변명해둔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두어 번 따로 정리하겠거니와, 그런 나에게 새로운 관련 소식이 날아들었으니 이번 여행에 나를 거의 전적으로 도와주는 친구가 지금 루브르박물관에서 노트르담성당 관련 특별전을 개최 중이라는 사실을 귀띔한다.
그래서 애초 계획에 없던 루브르행으로 급히 선회했으니 마침 주말을 앞두고 저녁 여섯시부터 아홉시반까지 야간 개장을 하고 또 입장료도 할인해준다기에 특별전 관람을 포함하는 티켓까지 엎쳐서 끊어 해가 진 자리에 휘영청 보름달 비스무리한 달이 상공을 밝힌 루브르를 찾아나선 것이다.
맨먼저 노트르담을 쳐들어갔다. 살피니 내년인가 파리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막바지 복원 공사 중인 노트르담대성당의 모든 것을 담고자 했으니 심지어 전시품 중에는 대성당이 들어서는 13세기 이전 프랑크왕국 시절 왕정이 생산한 8세기 9세기 문건도 보이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라 대성당보다 그 연원이 칠백년인가를 더 거슬러올라가는 책도 나온 것을 보고선 오지 않았다면 더 후회 막급이 될 뻔 했다.
이처럼 이번 특별전은 대성당이 태동하기 전 그 전사를 필두로 또 그것이 마침내 등장하고 또 극성기를 거치며 그 걸출한 영웅 나폴레옹이 꿔다논 보릿자루 교황을 뒤칸에 앉혀놓고선 대관식을 거행하는 장면을 지나 오늘에 이르는 과정을 일목요연히 보이고자 했다.
다만 나로서는 그 흐름을 현장에서 따라잡기가 버겁기만 했으니 무엇보다 서양사 흐름을 간취하기가 쉽지는 않고 더구나 교리와 의례에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한 천주교에 어두운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노라 두 번째 변명을 해둔다.
전시품 하나하나가 다 정이 가고 관심이 가지마는 개중에서도 앞서 말한 오래된 고문서들은 우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종사자들이 와서 봤음 좋겠다는 쓸데 없는 오지랖주의도 발동해 보며
다음으로 대성당이 소비해 조달한 각종 공예품은 서울공예박물관이나 국립무형유산원 같은 데서 견학했음 좋겠다는 바람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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