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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新雪]
[高麗] 이숭인(李崇仁·1347~1392)
아득한 세밑 하늘
첫눈 산천 두루 덮었네
새들은 산속 나무둥지 잃고
스님은 바위에서 샘물 찾네
주린 까마귀 들녘서 끼욱끼욱
언 버드나무 시냇가에 누웠네
어느 곳이 인가인지
먼 숲에서 흰연기 오르네
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鳥失山中木, 儈尋石上泉. 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 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
이숭인 문집인 《도은집陶隱集》 권 제2에 수록됐다. 어느 해인가 내린 첫눈이 폭설이었던 듯, 하지만 이것이 실경은 아니라고 나는 본다. 마치 그림 보고 썼거나, 탁상에서 안출한 인상이 짙다.
이 시와 아주 흡사한 전대 시편이 있으니 중국 당대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서울로 가는 도중 눈을 만나[赴京途中遇雪]'라는 제하 작품이거니와, 다음과 같다.
迢遞秦京道,蒼茫歲暮天。窮陰連晦朔,積雪滿山川。
落雁迷沙渚,飢烏集野田。客愁空佇立,不見有人煙。
이를 보면, 도은의 저 첫눈은 실상 표절임을 안다. 따라서 이 그림이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시가 아님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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