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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복사꽃에 넋을 잃고 시궁창 사꾸라 전송하며

by taeshik.kim 201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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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듬 같이 털어낸 꽃잎 흩날리다 시궁창 빠진 봄을 수원화성에서 전송 장송한다.


이제사 망발한 팔달산 기슭 복사꽃은 며칠이나 버티리오?


돌단풍 응달에서 지랄같은 소복차림


늦었다 한탄하며 이제사 만발한 계곡 사쿠라 아래 살피니 

청춘 남녀 밀집모자 걸치고는 번또 깐다.

황조가 한번 불러주곤 웃으며 저들을 전송한다.

그래 좀 부럽긴 하더라.

커플룩 밀집모자 부럽기 짝이 없고  
그 해맑음과 청춘 역시 침샘이 시샘마냥 솟는다. 

쓰리 데케이드 거슬러 오른 그해 봄엔 

나 역시 그러한 때가 있었노라 자위한다. 



산발한 버드나무 백댄서 삼은 봄이 물컹물컹
질컹질컹 솜이불 베어나는 비눗물 같다.


노니는 두 마리 오리한테 말을 건넸더니 


너흰 부부인가
친구인가
이성인가 동성인가
청춘인가 노년인가


하는 말이 


None of your Business! 



아치문 사이로 마지막 봄이 버퉁이는 너를 붙잡으러


을러고 달래도 본다. 



살랑살랑 솔숲 새어든 봄바람에 
삼단 같은 연초록 군무를 추어댄다.
율동은 BTS보단 화려하지 않다 해도
블랭핑크 못지않다.


숲길에서 조우하는 복사꽃에 넋을 잃었다가


이름모를 야생화는 살포시시 밟아본다. 

찔레순 따주며 내가 말했다. 

"이걸 먹어보오. 봄맛이오. 그 옛날엔 이걸로 허기를 채우기도 했다오

소나무 새순 잘라 껍데기 벗겨내고 열심이 이빨로 벗겨 먹었다오 

그날은 어김없이 변비였소

지금이야 하려한 봄이 그땐 나한텐 변비였고 주림이었으니, 고통이었소"



봄아 너는 이리도 찬란한데


나는야 늘어진 오뉴원 소불알 같아 자꾸만 비름빡 기댄다. 


팔달산 만데이서 가는 봄 전송하며
낭랑18세 이어 제비도 들어본다.


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더만

제비꽃 따라 제비도 돌아왔건만 


라일락 배꽃 내일이면 진다는데


튤립 믿고 

옥매 믿고 

죽단화 믿고선 

막차타고 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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