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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법인카드, 백수 과로서의 절대적 근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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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인의 법인카드다. 

물론 현금화는 불가능하고, 용처와 사용시간, 그리고 사용지역이 엄격히 제한된다. 


상한액이 있어, 일정기한(대체로 한달 기준)에 소진한다. 뭐, 남겨서 뱉어내면 되겠지만, 그리한다 해서 회사가 그래 너 진짜로 회사를 위해 일한다 해서 이렇다 할 배려를 하는 것도 아니니, 쓴다. 


기왕 쓰는 돈, 티도 내야 하고, 그간 신세진 사람들도 이제는 갚아야 하는 처지인 듯한 야릇한 기분도 들고 해서 기간 연락하지 못한 지인들한테 연락한다. 


"밥묵자!" 


그렇게 연락하는 사람 중에 아무래도 백수인 사람이 많다. 물론 저 법인카드 용처는 업무용이며, 백수라 해서 그들이 업무와 관련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거의가 다 문화계 인사들이다. 더구나 의외로 고급한 정보가 이들 백수한테서 많이 나온다. 왜인가? 입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밥 먹자는 연락이 많아 백수가 과로사하거나 가랭이가 찢어지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법인카드다. 


물론 그렇지 않을 백수님들한테는 미안하기 짝이 없으나, 그 반대편에 위치한 백수들이 과로사에 직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백수한테 절박하거나 요긴한 건 현금이지 밥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백수 대접은 밥도 사고 현금도 기부하는 일이다. 


친구인 백수, 백수가 된 선배나 후배 불러 사는 밥 절대 다수는 실은 제 지갑이 아니라 법인카드에서 나온다. 


법인카드로 백수가 된 친구들한테 밥 사는 친구들한테 말한다. 


그 백수 진짜로 돕고 싶거덜랑 밥값은 법카로 계산하고, 현금은 따로 준비해 봉투에 잘 담가서 찔러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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