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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산악인, 국가를 탈출한 사람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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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이 강렬하다.

 

예일대 인류학 정치학 교수인 저자는 동남아시아 고산지대를 지칭하는 조미아 Zomia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날 평지의 왕국들은 그들을 "살아있는 조상"이라 생각하고 "논농사와 불교와 문명을 발견하기 전 우리의 모습"이라고 바라본다. 이런 인식과는 달리, 나는 산악민들을 지난 2천년 동안 노예제와 징병, 과세, 부역, 질병, 전쟁 등 평지의 국가만들기 과정의 폭정에서 달아난 탈주자, 도피자, 도망노예들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 동남아시아 산악지대 아나키즘의 역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 이상국 옮김 | 삼천리 | 2015년 06월 05일 출간

 

(201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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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다음 출판사 서평을 소개한다. 


‘문명과 국가’담론을 해체하고 변방의 관점에서 쓴 아나키즘의 역사

‘조미아’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에서 중국 남부의 윈난, 구이저우, 광시, 쓰촨 성, 인도 동북부에 걸쳐 있는 해발 300미터 이상의 고원 지대를 가리킨다. 세계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동남아시아 산악지대가 ‘조미아’라는 이름을 얻어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소수종족이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야만과 미개의 모습으로 규정된 소수민족의 탈주와 도피 문화는 주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전략이 되었다. 이동식 경작방식인 화전농법은 국가와 지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대표적인 생계방식이 되었고, 카사바, 감자, 고구마 같은 ‘도피 작물’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의 원천이 되었다. 

국가 바깥을 선택한 사람들, 그들은 왜 산으로 올라갔나!

나는 단순하고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주장을 펼치려 한다. ‘조미아’는 전 세계의 여러 지역 가운데, 아직 국민국가 안으로 편입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제 그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이들이 인간 집단의 주류였다. 오늘날 평지의 국가들은 그들을 “살아 있는 조상”이라고 생각하고 “논농사와 불교와 문명을 발견하기 전 우리의 모습”이라고 바라본다. 이런 인식과 달리, 나는 산악민들을 지난 2천 년 동안 노예제와 징병, 과세, 부역, 질병, 전쟁 등 평지의 국가 만들기 과업의 폭정에서 도망친 탈주자, 도피자, 도망노예들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을 파쇄 지대 또는 탈주 지대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문명 담론’은 사람들이 경계를 넘어가 자발적으로 야만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결코 좋게 여기지 않았고, 그러한 사람들에게 오명을 씌우고 ‘종족화’ 작업을 시도했다. 종족성과 ‘부족’은 정확히 세금 징수와 주권이 끝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탄생한 것이다. 중국이 그랬고, 로마가 그랬다. 

 

***

 

나는 대략 20년전쯤, 저자가 말하는 이 비슷한 개념으로 asylum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찰이 대표적이었다. 사찰에 투탁하는 하는 행위는 국가의 지배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했다. 조선왕조 개막은 그러한 asylum의 소멸을 의미했다. 

이제 세금 내기도 싫고 낼 수도 없으며, 군대 가기도 싫고 갈 수도 없는 사람들이 탈출할 곳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런 국가에 의한 지배가 유사 이래 가장 철저한 시대가 지금의 국민국가다. 국가로부터 도망갈 데가 없다. 그렇다고 그런 지배가 상대적으로 덜한 다른 국가로의 탈출 혹은 선택도 자유롭지 못하다. 자격심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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