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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생활인으로서의 사무라이

by 초야잠필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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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하면 툭하면 칼을 빼들고 할복하겠다고 설치는 괄괄한 무장을 연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류의 사무라이가 역사에서 주류로 올라본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생활인으로서의 사무라이가 있을 뿐.

이때문에 전국시대에는 주군에 대한 충성심 없이 이탈을 밥먹 듯 하는 무사가 즐비했고 (그나마 붙어 있던 이들도 먹고 살자니 그런것이지 사무라이 정신? ㅋ 그딴 거 없었다)

에도시대에는 주어진 쥐꼬리만한 봉급을 수령하기 위해 악착같이 부업을 하는 하급무사가 천하에 가득했다.

메이지유신기, 사실상 변혁의 주동이 되었던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다. 소위 말하는 하급무사들.

메이지유신 주역에는 상급무사출신이 거의 없다. 상급무사 출신도 없는데 공가 출신은 있을 리가 없다.

간신히 먹고 살던 생활인 사무라이들이 도막(막부를 타도)을 명분으로 걸고 궐기한 사업이 결국 메이지유신이다.

한국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을 찾자면 소위말하는 잔반이 가장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동학혁명의 주역 중에 잔반이 주를 이루고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사실 메이지유신 같은 사업을 바로 조선에서 벌여서 나라를 바꾸었어야 했던 사람들인데, 나라의 운이 없다 보니 농민혁명으로 일이 풀렸고 결국 학살되어 끝나버린 것은 한국사의 불행이다.


한국에 "황혼의 사무라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일본 영화 "たそがれ清兵衛". 막말 시기 지지리도 못살던 하급무사의 생활을 볼수 있다. 한국에서 "선비정신"이라는 것이 식자들의 머리속에나 존재했던 것 처럼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도 사실은 생활인으로서의 삶의 무게 앞에서는 무력할수 밖에 었었다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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