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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사무라이를 잡아다 월급장이를 만들어 놓은 에도막부

by 초야잠필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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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와 에도막부의 가장 큰 차이를 들라면 필자는 행정체계를 꼽고 싶다.

조선왕조 행정조직에서 사대부들이 가는 자리는 소위 청요직이라 해서 따로 떼어두고 나머지 실무직은 제대로 된 사대부들은 거의 취임하지 않았다.

조선왕조 행정조직에서 고질 병폐라 할 관리가 행정을 모르는 실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지방행정의 경우는 더욱 문제라 실무를 담당해야 할 향리들은 아예 월급이 없었다. 말하자면 자발적 노동봉사를 하라 그 소린데, 월급도 없는 향리가 선택할 길은 당연히 두 가지다.

하나는 알아서 떼먹거나 다른 하나는 무료봉사인 행정을 대충 해치우고 따로 생업을 찾아 먹고 살 궁리를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는 소위 막번체제라 하는데 중앙은 막부, 지방은 각 번이 나누어 지배했다.

이 시대 일본은 전국시대까지 칼들고 설치며 사람 베기 바쁘던 사무라이들을 잡아다 행정관리를 만들고 고쿠다카에 따라 월급을 타가는 봉급장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체제가 관철되니 지방말단 행정관리까지 사무라이가 포진했고 이들은 모두 월급장이로 변신하여 결사적으로 중앙-지방 행정 조직을 돌렸다.

에도시대 행정조직을 보면 조선후기 행정조직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유능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이 때문이다.

아무리 박봉이라도 월급받으며 어쨌건 사무라이 소리 듣는 사람들이 일을 하던 것과 월급도 없이 무료봉사에 양반들로부터 천대받던 사람들이 하던 행정이라는게 다를 수 밖에 없던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어느 시대라도 월급은 주고 먹을 것은 보장해 주며 사람을 부려야지 행정기구를 몽땅 무료 봉사직으로 만들어 놓고는 제대로 된 행정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겠다.

흔히 가렴주구라는 말로 조선왕조를 비난하는 일을 보는데 완전히 촛점이 어긋난 생각이다.

가렴주구를 하는 나라가 경복궁 불난 거 하나를 재건 못해 수백년을 가겠는가?

조선이 망한것은 가렴주구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다. 조선이 망한 이유를 정확히 규명하고 그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니 북한 같은 나라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지금 저 모양 저꼴이 된 것이다.

조선이 망한 이유와 북한이 망한 이유는 상당부분 거의 일치한다.


P.S.) 조선시대 사대부 중 행정의 측면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율곡 아닐까 하는데, 그의 행정능력도 결국 스스로 "녹사祿仕하며 살아간다"고 했을 만큼 줄곧 조정에 머물며 이것 저것 실무경험을 쌓던 데서 기인한다.

사직과 복직을 밥먹듯 하던 동시기 사대부도 많았는데 애초에 이런 사람들에게서 세련된 행정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대동법 하나 시행하는데 수백 년이 걸린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행정경험이 일천한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고관 요직을 쉽게 차고 앉을 수 있게 만들었던 것도 한 몫했다고 본다.


에도 막부 말기. 지지리도 못살던 말단 관리 사무라이의 인생을 그린 "황혼의 사무라이" 번 행정 조직의 최하층 관리로 그야말로 간신히 먹고 살지만 어쨌던 이 주인공은 녹봉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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