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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소나기가 밀어낸 불볕더위

by 한량 taeshik.kim 2018. 7. 16.


한시, 계절의 노래(111)


통주의 여름비(通州夏雨)


 송 진연(陳淵) / 김영문 選譯評 


세찬 바람 땅 휩쓸며

불볕더위 몰아내고


소나기 하늘 뒤집어

저녁 시원함 보내주네


이 때문에 모기 파리

모두 자취 감췄음에


저 멀리 가을 서리

기다릴 필요 없겠네


長風卷地驅炎暑, 暴雨翻空送晚凉. 只此蚊蠅俱掃跡, 不須迢遞待秋霜.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정태춘의 노래 「한 여름 밤」을 떠올린다. “한 여름 밤의 시원한 소나기 참 좋아라/ 온갖 이기와 탐욕에 거칠어진 세상 적셔 주누나” 2016년 스웨덴 학술원에서는 그 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지목하면서 그가 “귀를 위한 시를 쓴다”고 인정했다. 이는 싱어송라이터에 노벨문학상을 수여한 최초의 사례일 뿐 아니라 시와 음악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 의미 깊은 평가였다. 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정태춘이 있다. 두 가수가 창작한 서정적이고 의미 깊은 가사는 그들의 개성적인 곡에 실려 시적 울림 이상의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 사회가 이제 제도적·정치적·거시적 영역의 민주화에서 일상적·개인적·미시적 영역의 민주화로 나아가고 있다면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의미화하여 소중하게 보듬는 작업은 우리 사회의 바탕을 새로 다지는 매우 중요한 일일 터이다. 밥 딜런과 정태춘의 음악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이 부문과 연관되어 있다. 나는 이 시를 포함하여 송시를 읽을 때마다 자잘한 일상에 대한 의미화 작업이 매우 탁월함을 느낀다. 이 때문에 나는 송시를 읽으면서 정태춘의 음악을 떠올리는 일이 전혀 허황한 연상이 아니라고 여긴다. 특히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한 여름 밤」과 함께 「92년 장마, 종로에서」도 귓전에 맴돈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훠어이 훠이 훠이/ 훠어이 훠이 훠이/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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