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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12)
못가에서 절구 두 수(池上二絕) 중 둘째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아리따운 아가씨
작은 배 저어
흰 연꽃 훔쳐서
돌아가는데
자신의 자취를
감출 줄 몰라
부평초 뜬 곳에
길 하나 여네
小娃撑小艇, 偸采白莲回. 不解藏踪迹, 浮萍一道开.
한시는 의상(意象)을 중시한다. 의상은 일종의 이미지이지만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인의 주제 의식과 사물의 형상이 일체화된 이미지다. 특히 한시 중에서도 가장 짧은 형식인 절구는 오언이 20자, 육언이 24자, 칠언이 28자로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극도로 정제된 시 형식이다. 따라서 절구는 의상 중에서도 가장 압축적인 의상을 그려낸다. 마치 스냅 사진을 찍듯이 어떤 풍경이나 대상의 가장 특징적인 장면을 포착해야 한다. 그림 같은 이미지 속에 시인이 의도하는 모든 내용을 자연스럽게 담아내야 한다. 이 시도 연꽃 꺾는 소녀의 천진무구한 모습을 스무 글자 한 컷에 매우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연꽃을 훔치는 행위는 작은 도둑질에 해당한다. 모든 도둑은 들키지 않으려고 자신의 자취를 없앤다. 하지만 이 연꽃 도둑은 부평초가 뜬 연못에 뱃길을 냄으로써 오히려 뚜렷한 증거를 남긴다. 독자들은 그림처럼 묘사된 이 연꽃 도둑의 흔적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머금는다. 미워해야 할 도둑을 사랑스러운 도둑으로 바꿔놓은 백거이의 스냅 샷에는 절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잘 압축되어 있다. 어쩌면 그 아리따운 도둑이 남긴 뱃길이야말로 내 마음을 훔쳐간 사랑의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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