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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손석희가 앗아간 갈비탕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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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장 정치부장 자리에 있는 이 책 제목을 보고는 열라 웃었다. 양손잡이라....

兩孫이라....

손혜원, 손석희가 떠오른 까닭이다. 


손혜원이야 이젠 좀 신물이 나니 그렇다 치고, 손석희는 새로 대두한 신상품이다. 양손 모두 내가 부장으로 있는 우리 공장 문화부와 밀접하다. 

손혜원 의혹은 진원지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이라는 문화재라, 이제는 그 의혹 중심이 정치판으로 옮겨간 듯한 상태지만, 애초 진원지는 문화재였다. 그런 까닭에 문화부가 이 일로 좀 바빴다. 

그것이 좀 잦아질 즈음, 손석희라는 더 영향력 큰 상품이 등장했다. 

언론에서 문화부는 그 업무를 보면 잡탕에 가까워, 그 맡은 분야가 가장 많은 부서다. 방송언론 역시 문화부 커버 영역이다. 언론사에 따라서는 여론독자부니 하는 이름으로 이 분야를 전담하는 데가 따로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어떻든 문화부에서 다 쓸어담는다. 

다만, 손석희를 둘러싼 이른바 폭행 공방사건은 사회부가 문화부보다는 더 주축부서다. 사건사고는 그쪽에서 전담하는 까닭이다. 

이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뇌관을 품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만도 사실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양측 주장을 종합비교할 때 합치하는 부분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 나로서는 놀랍기만 하다. 

예컨대 이 사건 빌미가 된 교통사고 건이 있는데, 그런 교통사고가 있었고, 그 발생한 시점은 양측이 일치한다. 이에서 관건은 발생지점. 손석희씨는 (아마도 서울시내) 주차장이라 했고, 저쪽은 경기도 어느 지역을 거론한다. 

나아가 이 교통사고가 이른바 뺑소니성이 어느 정도 개입된 것만은 분명하다. 놀라운 점은 그런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손석희씨라는 점도 일치한다. 

다만, 그 경중에 대해서는 양측이 많이 다르다. 손 사장측은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와중인가 하는 과정에서 긁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현장을 떠났다가 나중에 알고는 배상을 했다하는 듯하며, 저쪽에서는 도로상에서 달리다가 일어난 일로 보는 듯하다. 

이 과정에 중요한 공방이 있는데, 그건 내가 현재 언급할 사안은 아니므로 생략한다. 

다음 핵심 쟁점 중 하나가 폭행이 있었느냐인데, 폭행이라고 주장할 만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손 사장 측에서도 인정한 바다. 툭툭 건드리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은 주먹으로 얻어맞고, 발길로 걷어채였다고 주장한다. 

실은 이 대목이 이 사건 핵심이다. 왜냐면 폭행이냐 아니냐로 공방을 벌이는 까닭이다. 



이 사건이 보도를 통해 공식화한 것은 어제 늦은 오후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이 사건이 우리 공장에 접수되기는 그 전날이다. 이는 사회부장 소관이므로, 부정확할 수 있음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다만, 사회부장이 나한테 이런 사건이 접수됐다고 해서 나한테 알려주면서, 이대로는 기사가 나갈 수 없으니, 손 사장과 JTBC측 반응이나 해명을 들었으면 한다 요청온 시점은 그 전날이다. 

우리 방송팀에서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이 사안이 해프닝일 가능성이 크다 해서, 사회부에서도 일단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그러다가 어제 갑작스럽게 일이 이상하게 흘렀다. 심상치 않을 수도 있다고 사회부가 판단했으며, 그에 따라 문화부에다가 전날과 같은 요청이 다시 왔다. 

공개하기 곤란한 여러 장면이 있어 그 과정들은 대폭 생략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논의 과정을 거쳐 이 사건을 송고하기로 결정했다. 그 최종 결정은 우리 공장에서는 편집총국장이 한다. 경영과 편집이 분리된 상태이며, 편집은 총국장이 최종책임자다. 

다만, 그렇다 해도, 기사를 어느 수준으로 내보내야할지는 고민이다. 손석희는 손혜원과는 급이 다르다. 그런 까닭에 이런 거물과 관련한 기사는 더욱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이 수준과 관련해 사회부가 작성해 내보낸 기사는 팩트 자체만 전달하려 했다. 

한데 이에 이르는 과정에서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계속 손 사장측 반응 혹은 해명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는 문화부 몫이었다. 기사 송고가 되기 전, 방송팀에서 애간장을 태웠다. 계속 손사장측과 접촉을 시도하면서, 해명을 압박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제는 8시 뉴스 진행이 끝난 다음에 손 사장이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반응까지 얻어냈다. 내 기억에 그런 반응이 8시 뉴스 시작 불과 한두 시간 전이었다. 

그 사이 사태는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여러 논의와 회의를 거쳐 손 사장측 반응 없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나갔다.  

18시02분13초에 사회부서 송고한 '경찰, 손석희 JTBC 대표 '폭행 혐의' 내사…출석 요구'라는 기사가 그것이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우리 문화부도 골치 아파졌다. 요샌 주 52시간제 시행되고 나서는 보통은 6시가 되면 퇴근하거나 철수한다. 간단히 말해 집에 간다. 


갈비탕


한데 기사가 나간 마당에 그럴 수는 없었다. 8시 뉴스 시작 즈음에 이번 일과 관련해 손 사장이 무슨 언급을 할지도 몰라서 방송팀이랑 회사에서 죽을 치기로 했다. 

사회부 기사가 나갼 걸 보고는 회사 앞 한일관으로 방송팀 이정현 기자랑 갈비탕을 먹으러 갔다. 갈비탕을 주문해 놓고는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폰 전화를 받은 이정현 기자가 느닷없이 일어서면서 "부장, 손 사장이 입장 낸데요"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회사로 튀어들어간다. 

"아니 저 친구가???? 부장이 여기 있는데, 아무리 튀어봤자, 기사는 내가 내보는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막 웃고 말았다. 나도 쭛뼛쭛볏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양혜를 구하고는 회사로 뒤따라 돌아갔다. 그 사이 이정현 기자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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