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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수오지짐羞惡之心은 미안함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인의 시작이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의의 시작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시작이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의 시작이다.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맹자》 〈공손추(公孫丑)〉에 보이는 말이다. 많은 이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이 중에 부쩍 되뇌이는 말이 수오지심이다. 수오란 부끄러움이다. 쪽팔림이다. 염치다. 더 간단히 말하면 수오지심이란 미안함이다. 박근혜 최순실이 욕을 먹는 까닭도 결국은 수오지심의 결핍에서 비롯한다. 같은 날 둘은 각각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리고 특검에 출두하며 각각 외쳤거니와, 요컨데 내가 뭘 잘못했다는 것이다. 수오지심이 없는 까닭에 저들에겐 미안함이 있을 수가 없고, 염치가 자라날 틈이 없다. 


저들에게도 과연 번민이 있을까? 쪽팔려 죽겠다는 번민 말이다. 그러면서 나를 묻는다. 그럼 나는? 비단 꼭 이런 물음이 아니라 해도 곱씹어 보니 쪽팔림 천지인 삶을 살았다. 저 심연 어디에 자리잡은 20여년전 쪽팔림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나를 압박한다. 가끔 그런 꿈을 꾸었다. 길거리 가다 아주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미안했노라고, 미안하다고. 

(2017. 0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