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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했다. 노곤노곤 했다. 몸이 좀 안좋아 휴직했다 복직한 이 업계 친구 불러다가 공장 인근에서 밥 한 사발 먹이며 그랬다.
넌 일찍 죽지 마라. 나 죽거든 조의금 듬뿍 내라.
그러리란 다짐 받고 발길 돌리는데 괜한 말 했나 싶어 괜실히 시리다. 그래도 따땃하니 좋다.
경복궁엘 갔다. 만궁홍엽滿宮紅葉 직전이나 이런 때 역광에 비친 홍엽 황엽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해 뉘엿뉘엿한 무렵엔 핏빛으로 변하니 오늘 대낮을 골라 들어선 까닭이다.
파릇함 여운 채 가시지 않은 이파리 도드라진다. 홍엽 황엽과 대비하니 푸르름도 이 계절엔 제법 쓸 만하다.
은행 단풍으론 이 우주에서 뽑을 만한 저 나무 아직은 절정이 아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이 앞엔 부도탑 하나가 있었더랬다. 그가 애초 실려올 땐 몹시도 거슬렸겠지만, 그 자리 휑뎅그레한 지금 묻노니,
후련한가?
살만한가?
행복한가?
향단이 같은 동남아 처자 둘이서 흐드러진 가을 꽃 단풍 사이에서 연신 함박 웃음에 셔터 누른다.
그제다. 몇번째인지 알 수 없으나 두번째 환희였고 세번째 고통이었던 그가 느닷없이 알 수 있는 사람으로 등장하는데 기겁을 했더랬다.
봤다.
이젠 제법 나이티 완연해 그때 그 모습은 꼬리뼈처럼 흔적으로만 남았더라.
나도 저들마냥 저 가을꽃 백댄서 삼아 한 줌 박아본다.
빙그레 웃는다.
꽃이 나인가 내가 꽃인가?
혼자 낄낄 거린다. 그러곤 되뇌인다.
가련타 중생아.
접때 남산서 놓친 화살나무 소나무와 어울려 빛을 낸다.
더 갈 데 없는 네 그 붉음이 곧 내 마음이라, 나는 그를 단심丹心이라 하고, 가슴을 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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