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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아르센 벵거 떠난 뒤의 축구

by taeshik.kim 201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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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 2일 새벽 4시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리버풀과 토트넘이 2018-19 시즌 유럽축구연맹, 유에파UEFA 챔피언스리그UCL 쟁패를 위한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방송 해설가로 유명했다가 감독으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전년도 각국 리그 챔피언을 필두로 소수 상위에만 참여 자격이 주어지는 이번 대회에도 내가 응원하는 북런던 연고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아스널Arsenal은 전년도 리그에서 4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아예 참여할 수가 없었거니와, 이번 18-19시즌에도 5위권으로 밀려나 거푸 미끄러져 내년 챔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아스널에게 유일한 기회가 있었으니, 그것은 챔스 바로 아래 클럽 대항전인 유로파EUROPA 챔피언은 그 다음해 챔스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었거니와, 아스널은 이에서 결승까지 올랐다가 저번 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같은 북런던 기반 같은 EPL 라이벌 첼시한테 1-4로 분패, 대패하면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스페인 에스파뇰 감독 출신 마우리시오 포체치노 토트넘 감독


아스널은 3년 연속 챔스 진출에 실패했다.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짠돌이 구단주 씹새에 말미암는다.  아스널 최대 주주이자 구단주는 스탠 크뢴케. 미국놈 스포츠 재벌이다. 저 자신은 엄청난 자산가지만, 투자가 곧 성적을 뒷받침하는 요즘 시대 추세와는 전연 걸맞지 않게 짠돌이 운영을 계속하거니와, 그에 따라 기존 스타는 물량공세를 펴는 다른 구단으로 떠나고, 대신 사오는 선수는 고만고만하거나, 유망주가 대부분이라, 이래 되니 악순환이 계속한다. 


그런 짠돌이 구단을 아르센 벵거가 23년을 이끌었다. 프랑스 출신 이 멀대 감독을 두고, 신선함이 떨어진 늙은 감독이라거나, 전술이 한결같아 다 읽힌다는 비판이 많기는 하나, 제아무리 뛰어난 전략가라 해도, 쓸만한 선수가 없는데 어쩌겠는가? 북런던 철천지 원수 토트넘만 해도, 비록 작년 선수 유입이 없었다 해도, 꾸준한 투자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냈으니, 부럽기만 할 뿐이다. 


아스널을 대승한 첼시의 우승 축하 세레머니를 아스널은 못내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런 벵거가 권좌를 내려와 떠나고 우나이 에메리 체제로 첫 시즌을 맞은 아스널은 여전히 실패했다. 리그에서는 5위에 그치더니, 막판 기대를 건 유로파 결승전에서도 어이없이 대패하고 말았다. 카디프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실상 프랜차이즈 스타나 진배없는 아론 램지는 유벤투스로 떠났다. 것도 단 한 푼 이적료도 남기지 않은 자유이적이었다. 이적료 천억원은 챙겨야 한 스타가 이번에도 막판 시간에 몰려 돈 한 푼 남기지 않고 떠난 것이다. 


파브레가스가 그렇게 떠났고, 로빈 반 페르시도 여러 말을 남겼지만 실상 "미래가 없다"며 리그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났다. 나로서는 후자의 이적이 충격이었으니, 캡틴이요, 그 전해 리그 득점왕인 그가 떠나자마자 맨유에서 다시 득점왕을 먹고 리그 제패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못내 씁쓸하기만 했다. 


손흥민


그런 갖은 영욕을 다한 아르센 벵거가 갖은 욕을 먹더니 떠났다. 결국 이번 시즌이 그가 떠난 뒤 첫 시즌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아스널의 문제는 감독 전술이 아니라 결국 투자의 문제임은 더욱 명백해졌다. 이토록 얇은 선수층으로 무얼 한단 말인가? 과디올리나는 높게 치긴 하나, 그가 뛰어난 전략가임은 분명하나, 그는 언제나 최고의 투자자를 뒤로한 성공가도를 달렸다. 


리버풀과 막판까지 피말리는 우승 경쟁을 한 맨체스터 시티가 성공한 것은 결국 만수르가 푼 돈다발이었다. 그 돈다발은 재정플레이를 위반한 것으로 매양 의심을 살 정도로 막대한 돈을 풀어 각국 유망주를 싹쓸이했으며, 스타 플레이어들을 사 갔다. 이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짠돌이나 마찬가지였던 리버풀도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 버질 반 다이크라는 수비수를 물경 천백억을 투자해 데려가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EPL 득점왕 리버풀 모함메드 살라


이제 아스널은 북런던 라이벌이라 하지만 언제나 한수 아래였던 토트넘에도 완연 밀리는 수모를 겪는 중이다. 그렇게 깔보던 토트넘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라는 젊고 유명한 감독 지도 아래 새로 태어나더니, 마침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를 꿈꾸는 시대를 맞았다. 


내일 새벽 결승전은 이른바 객관적 전력상 리버풀이 이기겠지만, 축구가 언제 그 객관으로만 흐르면 무슨 재미겠는가? 국내에서야 손흥민이 토트넘 소속으로 뛴다 해서, 토트넘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겠거니와, 단판제 승부는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챔스 트로피가 걸린 경기에서야? 


아르센 벵거


구너스 팬으로서 못내 씁쓸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일 새벽 결승전을 볼 것이다. 어차피 토트넘 연고지인 영국 런던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웸블리 공연을 펼치거니와, 현지에 파견된 우리 기자가 보내오는 기사들을 봐서 내보내야 할 시간이다. BTS가 아니래도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챔스 경기를 시청한다. 


문득 구너스와 뗄 수 없는 아르센 벵거가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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