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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왜 지방(紙榜)에서 아버지는 考, 어머니는 妣라 하는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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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6 04:00:05


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제사상에 뒤켠에 안치하는 지방, 혹은 신주(神主)는 그것이 신체(神體)임은 두 말이 필요 없으니, 이를 쓰는 방법에서 주목할 것은 부부 중심이라는 점이다. 즉, 부부가 모두 돌아가셨을 경우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증조와 증조모, 고조와 고조모를 반드시 함께 짝을 지어 지방을 쓰니, 이 경우 다시 조심할 점은 神主 주체로써(다시 말해 남쪽을 향해 앉은 신주가 주체가 되었을 때)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을 따진다는 점이다. 이를 제사를 드리는 사람으로 볼 때는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가 된다. 


조선시대 무덤을 보면 그 묘주(墓主)를 밝히는 돌덩이(이를 묘표墓表라 한다)를 발견하거니와, 그에 적힌 문구를 보면 ◎◎之墓라 하면서 그 옆에 작은 글씨로 '配 ◎◎夫人 金海金氏 祔左(부좌)'라는 식의 표현을 발견하거니와, 이는 그 부인을 남편 왼쪽에다가 묻었다는 뜻이다. 신주나 무덤은 원리가 마찬가지라, 죽은 이를 기준으로 해서 그 왼편에 부인이 자리를 잡는다. 


신주를 쓸 때 남자로서 이렇다 할 벼슬을 역임하지 않았을 때는 顯考學生府君 神位(현고학생부군 신위-아버지), 顯祖考學生府君 神位(현조고학생부고 신위-조부), 혹은 顯曾祖考學生府君 神位(현증조고학생부군 신위-증조), 顯高祖考學生府君 神位(현조고학생부군 신위-고조)라는 식으로 반드시 ‘考’를 쓰거니와, 


반면 그에 대한 여성은 顯妣孺人金海金氏 神位(현비유인김해김씨 신위-어머니), 顯祖妣孺人星山裵氏 神威(현비유인성산배씨 신위-할머니) 따위로 현비(顯妣), 현조비(顯祖妣), 현증조비(顯曾祖妣), 현고조비(顯高祖妣)라는 식으로 반드시 ‘妣’를 쓴다.


그렇다면 신주에서 남자는 考, 여자는 妣를 쓰는 유래는 어디에 있는가? 중국 고대 각종 의례(儀禮)를 집성한 《예기(禮記)》 중 일상생활 소소한 각종 예절을 기록했다 해서 곡례(曲禮)라고 일컫는 章이 있거니와, 이는 다시 분량이 많아 上·下로 나눠지거니와, 이 중 곡례(曲禮) 下에 이르기를, 


生曰父, 曰母, 曰妻; 死曰考, 曰妣, 曰嬪.


이라 했다. 생전에 아버지는 父, 어머니는 母, 아내는 妻라 부르지만, 사후에는 아버지는 考, 어머니는 妣, 아내는 嬪이라 부른다.


는 뜻이다. 이로써 본다면, 혹여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 그 남편이 제사를 지낸다면, 顯嬪孺人金海金氏 神位 따위로 지방을 쓰야 할 듯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지방 쓰는 법을 소개한 각종 인터넷 자료에 의할 지면


亡室孺人金海金氏 神位 따위로 쓴다고 하니, 나는 그 유래가 몹시도 궁금하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대체로 부인이 오래 사는 일이 많고, 더구나 그 부인이 먼저 죽는다 해도, 자식이 있으면, 대체로 그 자식이 제사한는다는 점에서 亡室孺人金海金氏 神位와 같은 지방을 쓰는 일은 그다지 없으리라. 


이 땅의 남자들이여 오래살지어다. 추석이 다가와 객설을 늘어놔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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