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로 인더스 문명에 대해 약간 써 보면,
인더스 문명은 거대하다.
한번 가서 보면 그 문명의 크기와 수준에 압도당한다.
비단 도시 규모가 크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를 유지하는 수준에 압도당한다.
인더스 문명 도시들은 개별 주택에서 흘러나온 하수를 도시 바깥으로 배출하는 하수망이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그 하수구 배수로 뚜껑까지 돌로 만들어 덮어 놓았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저수지들을 보면 그 규모에 놀라고 저수지 벽을 돌을깎아 쌓아 올린 모습을 보면 또 놀란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앞에서 썼지만,
이렇게 거대한 도시문명에 대해 이것이 과연 국가가 맞느냐 하는데 대한 국제적 논쟁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 규모의 5천년 전 도시 유적이 한국이나 일본에서 나왔다면 볼 것도 없이 고대문명, 고대국가 당첨이다.
한국에서 이런 유적이 평양 쯤에서 나오면 "왕검성"을 찾았다고 일년 내내 난리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도시 유적이 "국가냐 아니냐"하는 논쟁이 지금 국제적으로 매우 뜨겁다.
왜?
인더스문명에는 왕릉이 없다.
유적에서 계급차에 의한 소유의 분화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엘리트는 존재했지만 이것이 정치적 지배자가 맞는지 불분명하다.
군대의 존재가 불분명하다. 무기가 희귀하다.
정치체에 의해 행사되는 "국가의 폭력"의 존재가 불분명하다.
군대도, 경찰도 없었던 것 아닐까?
이런 이유로 이는 국가가 아니라 "국가가 아닌 또 다른 그 무엇"이라는 주장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는 얼마나 단단한 토대위에 구축되어 있는가.
"가야"는 "신라"보다 뒤떨어졌기 때문에 멸망한 것이 맞는가?
중앙집권을 이루어내지 못한 "가야"는 분권화한 그 모습이 발전의 최종형인가 아니면
고대국가로 성숙하지 못하고 미성숙한 상태에서 종말을 맞이한 것인가?
어느 쪽일까?
"국가"라는 시스템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필자는 인도에서 목격했는데,
"가야" 역시 이와 비슷한 또 다른 논쟁거리가 아닐까 생각해 볼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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