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의 독특한 정신세계 중 하나가 호기심이다. 정확히는 호기심에 바탕을 둔 모험에 대한 숭배다.
수백만 년을 살던 아프리카를 빠져나온 현생인류는 그때부터 전 세계를 이잡듯이 활보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단순히 살 곳이나 먹을 것을 찾아서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인류에게는 편안함을 부정하고 어려움을 찾는 행동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을 존경한다. 니체는 이런 사람을 "초인"이라고 불렀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이었다고 말하는 태평양 섬들에 대한 인간의 탐험도 그렇다.
태평양 사는 사람들은 해류만 보면 어디에 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건데 알기는 개뿔.
초수평선 저쪽에 뭐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곳을 찾아 항해에 나서는 모습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생계를 위한 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인류는 호기심과 이에 따른 모험심을 날 때부터 착장한 존재다.
우주 저편에 뭐가 있는지 왜 궁금한가? 화성에는 뭐하러 가려 하는가?
지구가 더 이상 살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이주를 준비하려 함이라지만 이런 구실은 그 말을 하는 사람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냥 궁금해서, 그냥 모험을 하고 싶어서 화성을 찾는 것이다.
인류의 DNA 깊이 각인된 이러한 모험심과 호기심은 젊은 시절에는 에너지가 된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게 되면 이 호기심과 모험심은 어떻게 달래며 살아야 할까?
그냥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을진대, 머리가 하얀 백두족에 허리가 굽어도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리키는 나침반의 침로를 따라 정처없이 길을 나서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따지고 보면 젊은 시절 나는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고,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 어떤 인생계획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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