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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천년전 송나라 수도 개봉의 도시풍물지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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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2010.11.25 09:47:49

<기생집 즐비한 천년전 북송의 수도 풍경>

개봉의 요지경 도시풍물지 '동경몽화록'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보통 민간에서 길吉한 일로 연회를 벌이거나 혹은 안 좋은 일로 모임을 하거나를 가리지 않고 의자와 탁자의 배치, 그릇과 접시, 술그릇 등의 용기 등은 다주사茶酒司가 있어 임대해 주었다. 먹을 것이라든가 안주 역시 이를 담당하는 요리사가 있었다.…청한 손님이 백여 명이나 되어도 연회를 벌인 장소 정리까지 깔끔하게 해 주어 주인은 단지 돈만 내면 되었지 힘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케이터링 서비스가 있었다는 말인데, 뜻밖에도 그 시ㆍ공간은 천년 전 북송北宋의 서울 개봉開封이다. 당시 번성한 대도시 개봉에서 젊은 시절 23년을 보낸 맹원로孟元老라는 사람이 개봉 시절 도시 풍경을 회상해 정리한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이라는 책에 보이는 한 장면이다. 




맹원로가 말하는 개봉의 도시풍물 몇 장면을 더 뽑아본다. 


"가게는 모두 각각 홀[廳]과 정원[院], 그리고 동쪽과 서쪽에 주랑柱廊이 있어 좌석의 번호를 불렀다. 손님이 앉으면 한 사람이 젓가락과 메뉴판[紙]을 가지고 와서 앉은 손님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두루 물어보았다." 


요즘의 일반 음식점이나 레스토랑 풍경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이가 태어나) 그다음 해 생일을 주수州晬라고 하니, 이때는 쟁반과 옥잔 등을 땅에 늘어놓고 거기에 과실, 음식, 관고官誥, 붓과 연적, 산칭 등과 함께 서적, 바늘과 실 등 다양한 물건을 담아놓았다. 그리고 아기가 무엇을 집느냐로 그 아기가 커서 무엇이 될 것인지를 보았다. 이를 일러 시수試晬라고 했다." 


요즘의 한국사회 돌잔치 풍경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종교라는 측면에서 북송시대는 도교와 더불어 불교가 흥성했으며, 그에 따라 개봉 곳곳에는 적지 않은 사찰이 있었다. 그 중 당시 특히 이름 높은 상국사上國寺라는 사찰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맹원로는 증언한다. 


"상국사는 한 달에 다섯 번씩 개방해 백성이 그 안에서 교역하게 했다. 대산문大山門에서는 모두가 새·고양이·개 같은 동물을 팔았는데 온갖 진기한 조류와 희한한 짐승이 있었다. 제이산문(第二山門)에서 파는 것은 모두 일상생활에 쓰이는 물건으로,…안장과 고삐, 활, 칼, 계절 과일, 육포 같은 것을 팔았다." 


사찰에서 동물이나 육포를 팔았다고 한다. 


북송이 도읍을 삼은 시절 개봉 인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동경몽화록은 "변경(개봉)은 인구가 무척 많아 10여만 명이 더 늘었다 해도 크게 많아졌다는 표시가 나지 않았고, 10여만 명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줄잡아 100만 명을 상회했을 것이다. 


이런 대도시였으니 이른바 유흥업계도 활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송시대 개봉



이를 증언하듯 맹원로는 개봉의 풍물을 소개하면서 곳곳에서 "기생집이 있다"고 언급한다. 한데 이런 기생집이 대체로 관공서라든가 사찰 인근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요컨대 동경몽화록이 말하는 천년 전 북송의 수도는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요지경 도시였다. 


동경몽화록이 그리는 도시풍경은 더불어 이런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당시 한반도의 대도시, 예컨대 고려의 수도 개경이라든가, 그 직전 신라의 수도 경주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데도 적지 않은 단초를 줄 것이다. 


이런 동경몽화록이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에 포함돼 최근 완역돼 나왔다. 번역과 설명은 한림대 김민호 교수가 맡았다. 


중국을 뛰어넘어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요긴한 동경몽화록은 이미 본토 중국과 일본에서는 적지 않은 연구성과를 축적하고, 상세한 현대어 번역본이 일찌감치 선보였는데도 국내 완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전체 10권인 동경몽화록 중 세시풍속에 대한 기록을 담은 후반부 5권은 2007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이미 상세한 역주본을 낸 바 있다. 


충실한 번역을 위해 김 교수는 10년을 투자하고, 그 일환으로 세 차례 중국 답사를 진행했다. 이번 번역본에는 역자의 그런 노력이 오롯이 드러난다.  


소명출판. 418쪽. 3만5천원.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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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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