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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전용신 譯 《완역 일본서기》, 누구나 봤지만 누구도 봤다 하지 않은 책

by taeshik.kim 202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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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일지사 간 전용신 역 《완역 일본서기》



"이 분야 연구자라면 모두가 갖추고 수시로 보았지만 아무도 봤다고 인용조차 않은 희대의 책"

저를 두고 일전(2013)에 나는 저와 같이 말한 바 있다. 그랬다. 역사로 밥 먹고 산다는 사람들 책상머리에 항상 저 책은 꽂혀 있었다. 누구나 다 봤다. 하지만 내가 저 책을 봤다거나 참조했다고 말한 사람은 적어도 이른바 강단사학계선 단 한 놈도 없다.




1989년 11월 25일 초판 1쇄가 나온 이래 93년 12월 30일 4쇄가 나왔으니 당시 1만8천원이라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묵직한 역주서로는 기록적인 흥행을 했으니 역사로 먹고 살거나 혹 취미로 하는 사람은 다 샀다고 봐도 대과가 없다.




역자는 전용신田溶新. 저런 경력을 보면 저에선 역사와 그 어떤 직접 연이 닿을 만한 구석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른 자료들을 찾아 보강하면 1921년 출생으로 경성사범대학교 연습과(갑)와 서울대 문리과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하고는 고려대 문과대학 심리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을 취득했단다.

중앙교육연구소 연구원과 문교부 장학관을 역임하고는 1964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재직하다 1987년 정년퇴임하고는 고려대 명예교수가 되었다가 2012년에 타계한다.

전용신(1921~2012)



따라서 저 《완역 일본서기》는 준비가 재직 당시부터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년퇴직과 더불어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전용신 스스로는 저 책 후기에서 작업 3년째라 했으니 맞을 것이다.

역자의 저런 경력은 결국 번역이라는 측면에서 독자한테 안심 혹은 안정성을 주는 데 문제가 자칫 있을 수 있다.

물론 경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저에다가 저 번역이 탑재한 다른 문제, 예컨대 주석이 턱없이 부족하고, 나아가 이른바 강단사학계에서는 택도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는 임나 혹은 가야 관련 지명 배정 문제를 이른바 재야사학 계통의 그것을 삼아 인용한다는 점 등등이 누구나 보았지만 아무도 보지 않은 유령 책으로 치부하는 데 일조했다고 나는 본다.

구체로 보건대 저 번역은 임나가 대마도라 주장한 문정창文定昌, 언어학적 관점에서 임나 관계 지명이 대마도에 집중 분포한다는 이병선李炳銑, 비류백제계 응신應神이 일본으로 망명하여 응신천황이 되었다는 김성호金聖昊, 가야족이 구주 왕국을 세웠다고 주장한 이종항李鍾恒처럼 현대 역사학에서는 이른바 재야사학이라 하면서 저들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 참람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른바 재야사학 계열에 상당히 기울어진 해석을 가한다.

이는 그 자신 또한 저런 재야사학도로 분류할 만한 구석으로 내모는 단초를 제공하는데 93년엔 《韓國古地名辭典》(고려대학교출판부) 출간으로 이어진다.

나는 저와 같은 사항들을 이 책이 지닌 결점으로 치환하는 지적을 반대한다. 외려 저와 같은 논의들을 지지한다.

덧붙이건대 이른바 강단사학이라 해서 그네들 주장을 보건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데가 어디 한두 군데던가? 그 황당함은 재야사학의 몇배를 능가한다.

저 완역본은 실로 위대했다. 그 이전 일본서기 번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대神代 이래 지통기持統紀에 이르는 모든 텍스트에 대한 전체 번역을 시도한 첫 결과물이며, 나아가 저를 통해 일본서기가 비로소 대한민국 사회에는 그 온전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낸 발판을 마련한 까닭이다. 나 역시 저 역본을 수시로 참조하며 공부하고 사색했다.




그렇다면 저 완역은 도대체 어찌하여 나왔던가?

우선 전용신 자신의 역사 마니아 성향을 뺄 수 없다.




덧붙여 이 작업을 강권한 이가 따로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 대목을 저 책 후기서는 이리 말한다.

"이 책이 완성된 것은 외우畏友 최재석崔在錫 교수의 편달과 성원의 덕이다. 일본고어日本古語, 한문, 고사古史 등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권유에 못 견뎌 착수한지 3년이 지났다.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에도 철저하지 못한 역자의 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니, 큰 잘못이 있지 않나 매우 걱정스럽다. 번역에 필요한 모든 서적을 제공하여 준 최 교수, 원고정리를 도와준 전양숙 양 등, 통독하여 오역을 지적하여 준 李萬九 학형께 감사드린다."


저 책 최재석 교수가 강권해 나왔다. 전용신 최재석 두 선생에게 우리는 실로 막대한 은혜를 입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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