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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전원, 벌거지의 다른 이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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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말이지만, 또 나처럼 농촌에서 나고 자라 이골이 난 데라 하지만

이른바 전원은 낭만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어 이런 데서 터잡고 생활하는 일이 보통 고역은 아니다.

전원은 온지구상, 아니 선캄브리아 이래 갖은 벌거지라는 벌거지는 다 쏟아부은 데가 전원이라는 곳이라

저 벌거지가 소멸 박멸하지 않는 한 이런 데가 낭만일 수는 없다.




전원은 또 온지구상 온 시대 걸친 잡초 경연장이라

잔디 심어놓고 스프링쿨러 물 뿌리며 파라솔 아래 해먹 걸친 그런 삶은 없다.

그런 꼴을 잡초 모기 파리가 허여할 생각이 없다.

그래 시절이 나아져 이제 농가라 해서 에어컨에 최신 난방시절 빵빵히 갖추고 에프킬라 제초제 뿌리지만 온지구 곤충 잡초가 박멸하지 않는 그날까지 워즈워스가 노래한 전원 초원은 없다.

그가 보고 감탄해마지 않은 디스트릭트 호수 수선화도 인공이었다.

누군가가 심어 가꾼 것이지만 그는 그것을 자연으로 치환했을 뿐이다.




이 넓은 파밭과




이 콩밭 옥수수 밭은 고역의 산물이다.

전원은 끊임없이 제어해야 하며 그 제어되지 않는 전원은 벌거지 잡초 천국이다.

거기에 낭만은 눈꼽만큼도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파리에 시달리며 모기에 줘 뜯기는 중이다.

그 좋다는 전원엔 이 한여름에도 반바지 반팔이 없다.

그 점에서 전원은 고고학 발굴현장과 똑같다.

자연 전원 예찬론은 아파트의 전유물이다.

소로? 웃기고 있네. 그딴 거지 같은 글 오두막에선 쓸 계를이 없다.

벌거지들이 가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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