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근대적 위생-질병 예방의 개념이 확립되기 이전에는
사람을 모아놨다 하면 전염병이 발생하였다고 해도 좋다.
사람들을 모아 성을 하나 쌓는다고 할 때
들어가는 경비도 경비지만 이들을 한 군데 두어 오래 공사를 질질 끌 경우,
예외없이 전염병이 발생했다.
부역의 경우 되도록 짧게, 집중적으로 공사를 하고 끝내야지
질질 끌었다가는 전염병을 발생하는 이유가 되는 바,
전통시대에 가장 무서운 것은 몸 이가 매개로 되어 전파되는 티푸스로
전쟁과 흉년, 기아의 와중에 사람들이 떼로 감염되어 죽어 나간다 하면
이건 대부분 티푸스 때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티푸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직접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감염원을 매개하는 이가 사람들을 이리 저리 물고 다니며 발생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한 군데 모여 있으면 거개 발생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전쟁 때문에 모인 군인들,
부역을 위해 모여 성을 쌓고 있는 백성들,
그리고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 사이에 돌림병이 돌았다 하면 그건 높은 확률로 티푸스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없어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이 간수들의 학대로 죽는 경우도 있었지만
더 많은 경우는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티푸스에 감염되어 죽는 경우가 많아,
서양에서도 티푸스를 일컬어 jail fever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감옥에서 자주 발생하는 전염병이었다.
1812년 러시아를 쳐들어간 나폴레옹도 퇴각하는 와중에 티푸스가 돌아 프랑스군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도 성 쌓다가 한번 발생하면 한 도의 백성을 완전히 작살 낼 정도로 맹위를 자랑했던 것이 바로 티푸스다.
이 티푸스는 20세기 초반까지도 여전히 통제가 잘 안되었는데,
2차대전 와중에야 비로소 군인들 사이에 돌던 이를 전멸시켜 티푸스 발생을 막을 혁신적 방법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DDT였다.
한국전쟁 중 사진을 보면 미군이 병사들이나 민간인들 옷 안에 DDT를 쏟아 넣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DDT를 뿌리면 사람에게 위해가 되는 벌레들이 떼죽음 당하니
자연히 티푸스도 통제된 것이다.
하지만 잘 아는 바와 같이 DDT는 벌레만 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같이 잡을 판인 것이 알려지게 되어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20세기 후반들어 개인 위생이 좋아져 이가 거의 사라지면서 적어도 막장이 아닌 나라에서는 티푸스를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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