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옛성에서 '백제 시대 행정 편제' 새겨진 목제 유물 발견
김동철 기자 / 기사승인 : 2021-01-12 17:37:08
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70418483760
약보고서 전문을 입수해 소개하는 것이 좋겠지만, 폭설을 핑계로 오늘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말만 해둔다. 대신 정읍시가 뿌린 보도자료 전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조사단이 내세운 이번 발굴성과 주요 포인트는 고사부리성古沙夫里城 백제문화층에서 ‘상부상항上卩上巷’이라는 글자를 새긴 목제 유물을 찾았다는 것이니, 저 비스무리한 글자를 적은 백제시대 문자유물이 더러 발견되거니와, 그 자체로서는 새로움을 준다기보다는 기존에 알려준 것들의 재확인이라 하겠다.
유의할 점은 문자새김 유물이라 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목간木簡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목조건축물에다가 상량문처럼 글자를 새겨 넣은 목제유물이다.
卩는 部를 간략화한 글자로 백제시대에는 보면 신속성과 간결함을 무기로 삼아야 하는 문서에서는 주로 저 약자를 쓴다. 上卩上巷은 글자 그대로는 上卩 중에서도 上巷이라는 뜻이라, 주소록이다. 요즘으로 보자면 '(서울특별시) 종로구 광화문대로' 정도에 해당한다고 할까?
저 보도에서 해당 유물 사진이 실수로 누락됐으니, 그것까지 보완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 정읍 고사부리성, ‘상부상항’명이 온전하게 새겨진 첫 목제 유물 발견
정읍시(시장 유진섭)와 (재)전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천선행)이 추진한 정읍 고사부리성 성벽에 대한 8차 정밀발굴조사가 지난해 12월 완료됐다.
사적 제494호 정읍 고사부리성(井邑 古沙夫里城)은 행정구역상 정읍시 고부면 고부리, 성황산(해발 133m) 정상부에 자리한다.
고사부리성은 백제 오방성(五方城) 중의 하나인 중방(中方) 성으로, 조선시대 영조 41년(1765년)까지 읍성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고사부리성은 성황산의 두 봉우리를 감싸는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둘레 1,050m, 장축 길이 418m, 단축 길이는 200m 내외다.
이번 발굴조사는 남성벽 내측 평탄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두 봉우리 사이의 계곡부에 해당한다.
조사 결과 삼국시대, 통일 신라시대, 조선시대의 다양한 유구와 공간 이용의 변화상이 확인됐다.
특히 조사구역이 두 봉우리 사이 계곡부에 위치해 유수 퇴적층과 물을 이용하기 위한 저수시설 및 우물, 배수 시설(목제 배수로), 지반 보강 시설 등이 다수 확인됐다.
그 가운데 백제시대 층에 조성된 직사각형 모양의 구덩이(길이 640㎝, 잔존 너비 192㎝)는 내부가 오랜 기간 침수되어 얇은 점토층과 실트층이 반복적으로 쌓여있었다.
바닥에는 삿자리를 깔고, 양 가장자리에 구덩이의 길이 방향으로 한쪽에 결구를 위한 구멍을 뚫은 막대형 목재(길이 144∼148㎝, 두께 3.3∼3.6㎝)를 한 쌍씩 나란히 붙여 설치한 것이 확인됐다.
막대형 목제 유물의 하나에서 상하 방향으로 새긴 ‘상부상항(上卩上巷)’명이 확인됐다.
상부와 상항은 백제의 수도를 편제한 오부(五部)·오항(五巷) 중의 하나로, 기존 북문지 발굴조사(2005)에서도‘上卩??’, ‘?卩上巷’명 기와편이 출토된 바 있다.
이 자료들은 부여, 익산 등 백제의 고도에서 주로 출토되는 것으로, 정읍 고사부리성에서도 확인됐다는 사실은 백제 중방 성으로서 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오부명이 새겨진 유물은 대부분 기와이고, 오부명과 오항명이 함께 기술된 것은 부여 궁남지에서 출토된 서부후항(西卩後巷) 명 목간(木簡)이 유일하다.
이번 고사부리성에서 나온 ‘上卩上巷’명 유물은 나무에 새겨진 목제 유물로 최초이자, 기존 조사를 통해 추정되던 ‘上卩上巷’명이 온전한 형태로 확인된 첫 사례다.
또한 백제 사비기의 것이 확실한 오부와 오항 명이 함께 새겨진 자료로 학술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시는 앞으로 오부와 오항의 관계, 그리고 고사부리성에서 출토된 ‘上卩上巷’의 의미를 파악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上卩上巷’명이 새겨진 목제 유물을 비롯해 이번 조사에서 출토된 목제 유물들은 현재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원형 유지를 위한 보존처리 중이며,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의 유물 선별 과정을 통해 국립박물관 등에 소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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