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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조선시대 군인들의 신참신고식-김종철(金宗喆)의 경우

조선시대 신참 공무원 신고식이 광범위하게 행해졌으며, 그것이 자주 사회문제화했다는 소식을 이 블로그에서도 나는 여러 번 소개했거니와, 이번에는 일반행정직 말고, 직업군인 세계에서는 어떤지 양태를 소개하기로 한다. 


이 군대신고식이라면, 적어도 내 세대에 군 생활을 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했겠거니와, 이를 보면 그 연원이 참말로 깊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김종철의 면신례문서. 순조 6년(1806년) 해풍김씨 남양쌍부파 김종철이 무과에 급제해 임관했을 때 선배들 앞에서 한 면신례(免新禮) 문서.




<500년 무반 가문, '신고식'을 말하다>

화성시 '해풍김씨 남양쌍부파' 고문서 정리

 [2009.06.24 송고]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조선 정조 8년(1784) 무과에 급제해 직업군인이 된 해풍김씨 남양쌍부파 김종철(金宗喆.1759~1812)은 순조 6년(1806)에는 종4품하에 속하는 선략장군 무신 겸 선전관(宣略將軍武臣兼宣傳官)에 임명된다. 


이 자리에 임관한 그를 '선진'(先進), 즉, 군대 선배 6명이 불러다 놓고는 면신례(免新禮)라 일컫던 '신고식'을 치르게 한다. 김종철을 앞에다 세운 선배 6명은 이런 글을 낭독한다. 


"신귀(新鬼. 새로 들어온 귀신) 철종김(喆宗金)아. 너는 좋지 않은 재주로 함부로 좋은 관직에 올랐으니, 우선은 너를 내침으로써 청반(淸班.여기서는 무반을 지칭한 듯)을 깨끗이 해야 하겠지만 더러움은 거두고 나쁜 점은 덮어두고자 하니, 이는 우리가 천지와 같은 넓은 도량을 본받았기 때문이요, 네 죄를 용서하고 허물을 용서하니, 이는 우리가 성현과도 같은 큰 도량을 지녔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옛 풍습을 이제 와서 그만둘 수는 없으니, 좋은 술과 맞있는 안주를 즉각 바치도록 하라. 선배들 6명이 서명한다." 


한마디로 신참이 그냥 들어올 수 없으니, 거나하게 한턱 대접하라는 말이다. '철종김'은 말할 것도 없이 '김종철'이란 이름을 뒤집어쓴 것이다. 


이 '면신례' 문서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004년 11월 발굴된 조선시대 '신고식' 문건이다. 


나중에 한국토지공사 산하 토지박물관에서 입수한 고문서 중에 비슷한 문건이 더 추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면신례' 문서는 희귀하다. 이 문서를 소장한 집안이 바로 경기 화성에 500년가량이나 세거(世居)하는 정통 무반 집안 해풍김씨 남양쌍부파다. 


이 집안 고문서에는 비단 이 면신례 문건 외에도 조선시대 국왕이 군사권을 쥔 관원에게 내린 명령서인 유서(諭書)라는 또 다른 희귀문서도 여러 종 있다. 



경종이 내린 영지(令旨). 숙종 46년(1720년) 대리청정하던 세자 경종이 해풍김씨 남양쌍부파 김전을 종4품의 어모장군(禦侮將軍) 행오위도총부경력(行五衛都摠府經歷)에 임명한 영지.




국왕은 유서를 내리면서 밀부(蜜符)라고 하는 증표도 같이 발급했다. 군사권을 위임받은 관리가 함부로 군사를 동원하는 일을 막기 위해, 온전한 부(符, 증표)를 절반으로 쪼개 하나는 왕이 지니고, 다른 하나는 해당 관리가 소지토록 했다. 군사를 동원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그것을 비준하는 뜻을 담은 왕의 밀부를 받아 맞춰야만 했다. 


김종철의 조상인 김전(金澱.1684~1751)이 영조 17년(1741) 무렵 평앙도 좌방어사 창성부사로 임명되면서 영조에게 받았다고 생각되는 유서가 이 집안 고문서에 포함돼 있다. 


이 유서에서 영조는 "독단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밀부가 아니면 행동하지 마라. 또, 뜻밖에도 간사한 꾀(역모 등을 지칭)가 있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어 만약 비상(非常)의 명령이 있다면, 밀부를 합쳐서 의심이 사라진 연후에 명령을 따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화성시가 화성문화원과 함께 화성시의 고문헌Ⅱ로서 면신례 문건과 유서를 포함해 이 집안에 전하는 고문서 270여 건을 정리한 해풍김씨 남양쌍부파-무신의 길, 그 오백년의 발자취를 최근 발간했다. 


해풍김씨 남양쌍부파는 공신 6명을 비롯해 다수의 병마ㆍ수군절도사, 삼도통제사를 배출해 낸 대표적인 무반 가문. 


이번 고문서집에서는 이 집안의 내력과 주요 인물들의 활동상을 정리하는 한편, 개별 고문서별로 이들 문건의 해설과 원색 도판을 수록했다. 


경종이 세자시절 대리청정을 하면서 발급한 임명장인 영지(令旨)라든가, 죽은 이의 무덤 앞에서 증직(贈職)의 사실을 고하고 불태우도록 만들어준 분황교지(焚黃敎旨) 등과 같은 고문서도 만날 수 있다. 

taeshik@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