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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주막을 물었더니 살구꽃 마을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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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311)


청명(淸明)


[唐] 두목(杜牧, 803 ~ 852) /김영문 選譯評 


청명절 부슬부슬

봄비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

마음 찢기네


여보게 주막은

어디 있는가


목동 멀리 가리키네

살구꽃 마을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연합DB


우리는 요즘 추석에 성묘하는 것이 이미 풍속이 되었다. 옛날에는 한식(寒食)에 성묘하고 산소에 가토(加土)를 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 선조들의 무덤이 무탈한지 살폈다. 산소의 흙이 무너진 곳에는 새로 흙을 덮어주고 잔디가 죽은 곳에는 새로 잔디를 심었다. 한식과 청명은 대개 하루 차이인데 이 무렵에는 땅의 생기가 가장 왕성하여 부지깽이를 꽂아둬도 싹이 난다고 할 정도다.


중국에서도 옛날에는 ‘청명소묘(淸明掃墓)’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썼다. 청명절에 성묘한다는 뜻이다. ‘싸오무(掃墓)’는 말 그대로 산소를 청소한다는 뜻이다. 산소 주위를 깨끗이 소제하고 새로 단장하여 조상의 뜻을 기린다. 하지만 우리의 한식 성묘가 거의 사라진 것처럼 중국의 ‘청명절 성묘’ 풍속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연합DB



이 시의 화자는 비오는 청명절에 나그네로 타향을 떠돌고 있다. 청명이란 말 뜻대로라면 날씨가 청명해야 하지만 부슬부슬 봄비가 심신을 적신다. 나그네의 시름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향에서는 아마도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선조들 무덤에 성묘하며 단란한 한 때를 보내고 있을 터이다. 하지만 자신만 홀로 쓸쓸하게 봄비 속 타향을 전전하고 있다. 비에 젖는 여행길,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삶이다.


나그네는 몸도 젖고 마음도 젖은 채 여정의 스산함을 달래려고 주막을 찾는다. 목동은 저 멀리 살구꽃 흐드러진 마을을 가리킨다. 얼마나 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곳은 우리 인생의 목적지처럼 저 멀리 존재한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그곳은 멀지만 살구꽃이 화사하다. 비맞은 나그네의 지친 심신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곳이다. 삶에 지친 모든 이의 길목마다 살구꽃이 화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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