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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죽어도 노비 손에는 죽을 수 없다는 백제 명농왕明穠王

by 초야잠필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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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일본서기 흠명 15년 조에는 유명한 성왕이 승하하는 장면이 나온다.
성왕이 아들 위덕왕을 찾아 가다 매복에 걸려 죽는 장면이다.

여기에는 의미심장한 부분이 두 군데 있다.


1. 고도가 말하기를 "우리나라 법에는 맹약을 어기면 비록 국왕이라 할지라도..."라는 부분이 있다. 성왕이 맹약을 어겼다는 뜻일 터다. 무슨 맹약일까? 이미 앞에 한 번 쓴 바 있다.

백제는 신라와 공수동맹을 맺었지만 가야방면으로는 끊임없이 가야와 연계하여 신라를 견제하려 했다. 우리가 모르는 적대행위가 또 있었을 수 있다.

아무튼 문맥으로 보면, 적어도 신라로 보면 한강 탈취 명분은 "백제가 맹약을 어겼기 때문"인 셈이다.

그 명분 역시 모든 정치판 명분이 그러하듯 구실에 불과했겠지만.


2. 고도가 명왕을 사로잡아 "왕의 머리를 베게 해달라"고 하니 성왕이 거절한다. "왕의 머리를 노비 손에 건네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고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왕이 잘못하면 노비라도 죽일 수 있습니다"라고 하니 성왕이 마지 못해 목숨을 내 놓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이다.


3. 일전에 "나노리"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다. 일본 헤이안-겐페이 전쟁시대 무사들은 "나노리"를 통해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고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무용을 뽐내었는데 사실 나노리 기원은 어쩌면 한반도에 있을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헤이케모노가타리를 보면 이 성왕과 고도의 대화에 의미심장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헤이케가 크게 패하여 헤이케의 장수 다이라노 아쓰모리가 도망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直実が馬を走らせていると、立派な馬にのって、いかにも武将らしいかっこうをした人が、沖の船を目指して馬を泳がせているのを見つけました。구마가이 나오자네가 아주 훌륭한 말을 타고 있는 무사 (다이라노 아쓰모리)가 바닷가 배로 도망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直実:「あなた様は立派な武将とお見受けします。敵に背中を向けてまで逃げるのはみっともなくはないでしょうか?引き返してきてください。」

그 무사에 대해 구마가이가 말했다. "당신은 정말 대단한 무사인데 적에게 등을 보이고 도망가는것은 부끄럽지 않습니까? 돌아오십시오."

と直実が声をかけると、その武者は正々堂々とこれに応えて引き返してきました。陸にあがった瞬間に、直実はその武者をとりおさえ、首を切ろうとしましたが、よく見るとまだ16,17歳ぐらいの若者でした。薄く化粧をして、お歯黒をしています。直実は、自分の息子と同い年ぐらいであろう、この大変顔立ちのよい若者を見て、どこに刀を刺せばよいのか戸惑ってしまいました。直実はつい

라고 하니 무사가 말을 돌렸다. 뭍으로 다시 올라오려는것을 구마가이가 잡아 목을 베려다 보니 나이가 겨우 16, 17세 밖에 되지 않고 화장을 하고 이빨을 검게 물들인 (오하구로이다. 고귀한 신분의 상징이라는 것을 이미 필자가 쓴 바 있다) 것을 보았다. 구마가이는 자기 아들 또래라는 것을 알고 곤혹스러워져...

直実:「あなた様はどのような身分のお方ですか?お名のりください。お助けします。」
と言ってしまいました。これを聞いていた若武者は
若武者:「お前は何者だ!?」
とものすごい上から目線で聞き返してきました。

구마가이가 젊은 무사에게 "당신은 어떤 신분의 분이십니까? 나노리 해 주십시오."라고 하니 젊은 무사가 오히려 너는 누구냐., 하고 반문하여..

直実:「名乗るほどの者ではございませんが、武蔵の国の熊谷次郎直実にございます。」
と直実は答えます。
구마가이가 말하기를, "나노리할 정도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라고 대답하니,

若武者:「それではお前には私の名を名のるまい。ただ、討ち取るにはいい相手だぞ。私の首をとって人に尋ねてみるがよい。みな知っているだろうから。」
젊은 무사 (다이라노 아쓰모리)가 말하기를, 그러면 너한테 내가 나노리 할 필요 없다. 다만 네가 나를 죽일 정도로 내가 고귀한 신분은 된다. 내 머리를 가져다 주위에게 물어보면 다들 내가 누구인지 알것이다..

라고 하였다.

쉽게 말해서, 나노리를 아무한테나 하는 것도 아니고, 죽을 때 죽더라도 신분에 맞는 사람한테 죽어야 그것이 무사의 명예라는 것이다.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자가 나노리를 하니 아예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다.

성왕이 고도에게 내가 너한테 죽을 사람은 아니다, 라고 한 구절은 곰곰히 씹어 보면 나노리 전통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성왕의 아들 위덕왕이 고구려와 서로 나노리 하는 장면을 썼었는데,
성왕 최후의 이 장면도 위덕왕의 나노리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나노리 전통 자체가 삼국시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 그 뜻이다.


P.S.) 헤이케 모노가타리의 이 장면은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일본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다. 여기 옮겨 놓은 문장은 바로 그 문장이다.

신분이 높아서 구마가이한테는 이름도 안가르쳐 주는 다이라노 아쓰모리. 이 전투에서 아버지 뻘의 구마가이에게 죽었다.

 

 

*** 편집자注 ***

 

결국 가오かお 아니겠는가? 쌈박질에도 가오가 있고, 죽음에도 가오가 있는 법이다. 

급이 다른 놈한테 죽임을 당한다 함은 치욕이다. 죽어도 같은 급 혹은 그 이상 급한테 죽어야 한다. 

 

"넌 급級이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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