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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줄줄이 유물 이야기-'팡개'를 아시나요?

by 여송은 2020.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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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근무하다보면 여러가지 문의가 전화가 많은데, 꼭, 그런 전화는 내가 받는다.

 

며칠 전, 초등학교 선생님이 혹시 박물관에 "팡개"를 소장하고 있는지, 있다면 관련 자료를 좀 받을 수 있는지 물으셨다.

 

 

"아, 팡개요. 소장품이 많다보니 저도 좀 찾아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찾고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여유로운척 하고 끊었다.

 

 

whattt??? 팡개라니??? 팡개가 뭐지??? 팡팡???? 나는 "팡개"가 뭔지부터 찾았다.

 

 

검색하니, 사랑하는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팡개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팡개에 대한 설명은 사전을 빌리겠다.

 

 

팡개

 

정의

논밭의 새를 쫓는 데 쓰기 위하여 대나무로 만든 도구.

 

내용

지역에 따라 팽개(전라북도 봉동), 전라남도 영광·팽매(전라남도 보성)라고도 부른다. 길이 50∼60㎝의 대나무 토막의 한 끝을 네 갈래로 짜개서 十자형으로 작은 막대를 물리고 단단히 동여맨다.
이것을 흙에 꽂으면 그 사이에 흙이나 작은 돌멩이가 박힌다. 논이나 밭에 모여드는 새를 쫓기 위하여 이를 내두르면 사이사이에 박혔던 흙이나 돌이 멀리까지 날아가므로 새가 놀라 달아난다. 무게는 100g 안팎이다.

 

집필자

김광언

 

 

 

아쉽게도 우리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지 않아, 실물은 볼 수 없었지만 설명과 이미지를 보고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짐작이 갔다.

 

 

 

 

 

 

 

흙에 저 끝이 갈라진 대나무를 푹 꼽아 두었다~~~새가 껄적껄적 거리면~~~흙을 잔뜩 머금는 다는 느낌으로~~~저 팡개를 뽑아들며~~~챡~~~~ 하고 내두르면~~~ 흙과 돌과 후두두두~~~날리면서~~~~ 새가 엄마야 하고 도망가고~~~~

 

 

밭과 농에 있는 알알이 열매와 곡식들을 잘 수확해서 우리 식구들 배 곯지 않게 해야하는데, 저 놈의 새가 먹어버리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우리집 논밭 위를 날아다니는 새는 철천지 원수 였을 것이다!! 그러니 있는 힘껏 팡개를 휘두르지 않았을까?! 

 

 

[이미지 출처-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마침 고문님께서 들어오셨길래, 여쭤 보았다.

 

 

"고문님! 팡개 사용해 보셨어요?"

 

"그럼, 어렸을 적에 사용해 봤지~!"

 

 

하시고는 정말 사전에 나오는 내용처럼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고문님께서 어렸을적에 아버지 도와 저걸로 새를 쫓기도 하고, 동네 할아버지들은 팡개를 밭에 꼽아 두었다 밭일 끝나면 뒤집어 지팡이로도 사용하셨다 한다.

 

그리고 팡개 이후에 새 쫓는 도구로는, 길다란 막대에 가죽 두 개를 달아 사용했다고 한다. 그걸 잡고 휙휙 돌리면 위협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죽 두 개가 착착 부딪치며 소리가 찰지게 나 새들이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고 한다.

 

 

 

오..... 생각해보니 나는 [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보다, 더 멋진 분이 옆에 계셨다. 고문님께 많이 여쭤봐야지!!

 

 

팡개를 찾다 재밌는 내용도 찾게되었는데,

 

'짜증이 나거나 못마땅하여 물건을 내던진다',  또는 '하던 일을 중도에서 그만두거나 어떤 일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다' 라는 뜻을 갖고 있는 '팽개치다'가 '팡개'에서 유래 되었다는 것이다.

 

새를 쫓는 행위를 '팡개질', '팡개질 하다' 라고 하는데, 여기서 유래되어 '팽개치다'가 되었다 한다. '팽개'는 발음하다보니, '팡개'의  앞  ‘ㅏ’ 모음이 뒤에 있는 ‘ㅐ’ 모음을 따라가 부르기 쉽게 '팽개'로 소리가 변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문의 전화 덕분에, 또 하나 배웠다.

 

어떤 문의 전화가 오더라도 팽개치지 않고(?),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팡개라고 소개한 대나무 쪼갠 유물은 팡개가 아닐 수도 있다. 감따는 대나무 장대 같은 느낌도 준다. 물론그런 장대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짧다는 생각을 주나, 뭐 꼭 하나로만 기능을 고정했겠는가? 그보단 죽비가 저 설명에 더 맞는다. 스님들 잠 깨우는데 쓰는 대나무 장대 죽비를 절간에만 쓰란 법 없다. 전통악기 중에서도 딱딱 소리내는 게 있다. 그걸 새나 다른 짐승을 쫓는데 썼다. 물론 가장 효율적인 새 쫓는 도구는 사람들 괌 소리다. 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것보다 좋은 축출법 없다. 그러다 목이 쉬겠지만 말이다. 물론 개새끼를 풀어놓을 수도 있다. 


새를 쫓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은 아예 그물망을 뒤집어 씌우기도 한다. 수수깡은 복면가왕을 만든다. 농사에는 짐승이 최대 적이다. 멧돼지 고라니는 그 최대 적이요, 새 또한 만만치가 아니하다. 자연과의 조화? 그건 한가한 놈들이나 하는 소리다. (이 대목은 김태식이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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