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코끼리를 사냥할 때는 오직 새끼다. 성체 코끼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 장면이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뜻 보면 새끼로 보이는 코끼리를 짓밟고 의기양양한 사자를 묘사하는 듯하다. 하지만 코끼리 혹은 사자 상징으로 볼 적에 그네들이 신이나 왕을 수호하는 존재가 될지언정 저런 식으로 상하 관계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코끼리를 짓누르는 사자가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도 오디샤Odisha 주 푸리Puri 지역 해안선 따라 정좌한 도시로 푸리Puri 라는 데가 있다 하며, 그 북동쪽으로 약 35km 떨어진 지점에 코나르크Konark 라 일컫는 고장이 있고, 그곳에 13세기에 들어선 힌두교 사원이 있어 코나르크 태양 사원 Konark Sun Temple 이라 일컫는데, 저 조각은 a simha-gaja at the entrance 이라 한댄다.
입구 장식물 중 하나인 셈이다.
그렇담 저 심하가자simha-gaja는 무엇일까?
찾아 보니 거꾸로라 가자심하gajasimha 또는 가자시하gajasiha라 하는 존재로, 산스크리트어로 gaja+si ṃha, 팔리어로는 gaja+s īha로 분절하는 힌두교 신화 속 잡종 동물로 코끼리 머리나 코를 지닌 신하sinha 또는 라자시하rajasiha(신화 속의 사자)로 등장한댄다.
이는 인도와 sin 예술에서 모티브로 발견되며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 특히 캄보디아와 태국에서는 상징으로 쓴다는데 힌두교는 우리한테 아직 생소한 편이라 썩 이해가 쉽지는 않다.
전근대 태국을 지칭하는 시암Siam에서 가자심하는 왕의 두 주요 수상 중 하나인 칼라홈kalahom의 상징 역할을 했다 한다.
요컨대 왕권 수호자로 등장하는 셈이다.
이로써 보건대 저 조각이 사원 입구에 등장하는 이유를 알겠다. 우리한테 좀 더 익숙한 불교로 보건대 사천왕이나 금강역사 정도에 해당한다 보면 대과가 없겠다.
저 코나르크 태양 사원 Konark Sun Temple을 좀 더 간략히 살피건대 1250년 무렵 동東 강가 왕조 Eastern Ganga dynasty 나라싱하 데바 Narasingha Deva 1세 왕이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한다.
힌두교 태양신 수리야Surya를 헌정하는 이 사원은 한때 높이 61m가 넘는 규모를 자랑했다가 지금은 사원 기능은 상실하고 문화재가 되었다 하는데, 에로틱 카마kama와 미투나mithuna 장면을 포함해 복잡한 예술 작품, 도상학 및 주제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늦기 전에 가 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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