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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탁타지기橐駝之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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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원(柳宗元)은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에서, 곽탁타라는 사람은 나무 심는 것을 업으로 하여 나무들을 아주 잘 길렀다. 그 방법은 오직 나무의 천성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온전히 얻게 함으로써 나무들이 절로 번성했다고 한다.

유종원은 이를 통해

“내가 향리에 살면서 보니 수령들이 법령을 번거롭게 하기를 좋아하므로, 백성을 매우 사랑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화를 끼친다. 아침저녁으로 아전들이 와서 백성을 불러내어 ‘관의 명령이니, 너희 밭갈이를 서두르고 너희 나무심기를 힘쓰고 너희 수확을 독촉하라. 일찍 서둘러 실을 뽑고 일찍 서둘러 베를 짜라. 너희 아이를 잘 보육하고 너희 닭과 돼지를 잘 기르라.’라고 하며, 북을 울려 모이게 하고 목탁을 쳐서 부르니, 우리 소인들은 조석 식사를 중단하고 아전을 맞이하기에도 겨를이 없는 형편인데 어떻게 우리의 삶을 번영케 하고 우리의 본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겠는가.”

라고 꼬집었다.

나는 곽탁타처럼 나무를 기르는 기술이 없다. 지인 가운데엔 곽탁타 못지 않은 분도 많은 듯하다.

더구나 가지치기를 해서 수형을 아름답게 꾸미고 수확이 많게 하려고도 않는다. 세월이 필요에 따라 수형을 잡아줄 것이다.

무위지치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古文眞寶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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