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초판의 텍사스전기톱
"If the academy allows, I would like to get a Texas chainsaw, split the Oscar trophy into five and share it with all of you."
아마 감독상 수상소감이던가? 봉준호 말을 그의 통역 최성재는 이렇게 옮겼다. 그에 대한 봉준호 원문은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렇게 5개로 짤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라, 실은 저 말을 들었을 적에 나는 통역이 어찌 옮길까 궁금했거니와, 나는 언뜻 cut이나 divide를 떠올렸지만, 최성재는 split을 선택하더라. 덧붙여, 텍사스전기톱이 뭐였더라 멀뚱멀뚱하는데, Texas chainsaw라는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걸 보고는 아...저 수상소감 봉준호와 최성재가 미리 교감을 하지 않았냐 하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건 그렇고 텍사스전기톱이 문제이거니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공포영화 대명사로 통하는 《텍사스전기톱살인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 이 분야에서는 하도 독보적이라, 그 원판 이래 줄기차게 후손을 양산하는 중이니,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그 내력은 이렇다.
먼저 오리지널 시리즈는 1974년 《The Texas Chainsaw Massacre》를 필두로 해서 1986년 《The Texas Chainsaw Massacre Part 2》가 있고, 이어 1990년에는 《Leatherface: Texas Chainsaw Massacre III》가, 그리고 1994년에는 《The Texas Chainsaw Massacre: The Next Generation》으로 이어졌다 하거니와
그 리메이크 버전으로는 2003년 《The Texas Chainsaw Massacre》를 필두로 2006년 《The Texas Chainsaw Massacre: The Beginning》, 2013년 《Texas Chainsaw 3D》, 2017년 《Leatherface》로 이어진다고 한다.
후손이 많다 함은 그만큼 이 영화가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그 힘은 무엇보다 그 제목에 있다고 나는 본다. 텍사스....어쩐지 황량함을 주고, 그에다가 그냥 톱도 아니고 전기톱 Chain Saw라는데, 이 말을 듣고는 전기톱 난무하면서 나무를 켜는 소리 요란한 어느 한적한 농촌마을 혹은 면 소재지 목공 제재소를 연상할 테니 말이다.
더구나 이런 곳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매스커 Massacre 를 소재로 했다는데, 이건 단순한 떼죽음이 아니요 떼살인이다. 학살이다. 한두명 죽여서는 성이 안차니 몰살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뜻이다.
짤라? 오등분?
왜 짤라? 이 아까운 걸? 이 장면을 보면 오등분 등심 운운한 봉준호 말은 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단박에 안다.
이런 영화를 흔히 호러 무비/필름 horror movie / film 이라 하거니와, 개중에서도 슥삭슥삭 칼이나 톱이 오가는 그런 느낌을 강조할 적에는 slasher movie / film 이라 하거니와, 슬래셔란 말할 것도 없이 그런 칼날 톱날이 오가는 슥삭슥삭 하는 느낌을 강조하는 의성어인 까닭이다. 정육점에서 육점이나 뼈를 베어내는 그 전기톱을 연상하면 된다.
이걸 보면 참말로 봉준호도 머릴 굴렸다는 안쓰럼이 인다. 내심 그렇지 아니했을까? 받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 함부로 하면 동티가 날 것 같고, 그렇다고 받았으면 좋겠고, 그렇담 받으면 뭐라 수상소감을 말하지? 머리 굴리고 또 굴렸을 것이며, 그것이 마침내 꿈이 현실이 되었을 적에, 그렇게 준비한 말을 내뱉었다고 본다.
봉준호는 치밀하게 준비했다. 받을 줄을 몰랐지만,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고 또 간절하고, 또 간절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같은 부문 경쟁작 후보로 오른 그 후보들을 일일이 저리 지명하면서, 배분해서 그들을 찬송할 수는 없다.
한데 하필 텍사스전기톱이었을까? 이 텍사스전기톱은 세계를 향한 봉준호의 발신이라고 나는 본다.
전기톱만큼 강렬한 이미지 혹은 비유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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