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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학생들 역사책에 근현대사가 너무 많다

by 초야잠필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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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해오던 생각인데 요즘 학생들 역사책에 근현대사가 너무 많다. 

전체 2/3 가까이가 개항 이후 역사인 것 같은데, 과거 우리가 한국사를 배울 때는 한국사 전반부가 개항 이전, 후반부가 개항 이후로 1대 1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개항이후 식민지가 되고 해방되고 산업화 민주화 애들한테 가르친다고 역사의식이 더 생기는 거 아니다. 

고대와 중세 이야기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인간 역사의 발전 과정을 논할 수가 있다. 

역사를 수학 정석 공식 가르치듯 가르쳐선 안 된다. 

수학에서 중요한 건 원리이듯이, 역사에서 중요한 건 개별 역사적 팩트에서 보편타당한 결론을 끌어내는 능력이다. 

무슨 무슨 선언이 왜 중요한가 이딴 거 가르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과학에서 실험 결과로 결론을 도출하듯이 역사는 과거사실이라는 팩트에서 결론을 끌어내는 능력, 이걸 지향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역사를 가지고 아직 세상살이도 모르는 애들한테 뭐 대단한 사상 주입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라. 

그거야말로 쉽게 말해서 애들 수학 공식이나 암기시키겠다는 발상을 한국사에 전용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그러니까 조금만 수학문제를 바꿔도 풀어내지 못하듯이 

세상살이 조금만 복잡한 현상이 생겨도 스스로 생각하여 대응을 찾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 EDITOR'S NOTE ***


이와 관련해서는 현행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교과서의 구성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1972년 유신 이후 발표된 3차교육과정(1977년부터 1983년까지 적용) 때, 국사교육 강화 방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때, 국사 교육의 강화는 ‘국적 있는 교육’을 표방하면서, ‘주체적인 민족사관을 정립하고, 한민족 국가의 정통성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정부의 조치를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사회과에서 국사과가 독립했고, 거기에 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 1종만 발행되었습니다.

1979년, 국사 교과서가 개정되었는데, 이때 기존 독본용 교과서였던 ‘시련과 극복’이 국사 교과서 속으로 들어오면서, 임진왜란 등, 한민족이 국난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가 부각되고, 내용적으로 양이 많아졌습니다. 이후, 4차 교육과정부터는 국사 교과서가 상·하권으로 분할되었습니다.

6차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의 국사교과서를 보면, 단원으로 보았을 때는 선사시대(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초기국가), 고대사회(삼국시대 및 남북국시대), 중세사회(고려시대), 근세사회(조선 전기) 근대사회의 태동(조선후기), 개화기, 일제강점기, 현대사 순이었습니다. 단원으로 볼 때는 비슷비슷한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6차 교육과정까지는 통사 체제를 유지해오다가, 7차교육과정(2002년부터 2011년까지 적용) 고등학교 국사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분류사 체계가 되었고, 이 때 역사과에서 추가로 만들어진 교과서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였습니다.

7차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국사 교과서의 구성에 대해서 행해지던 비판은, 계열성이 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국사를 배우는데, 초등학교는 생활사(인물사), 중학교는 정치사, 고등학교는 문화사 위주로 교과서를 구성하였습니다만, 실상 따져보면 늘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배운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때 고시되었던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하고, 역사교육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학교-고등학교 간의 계열화를 만들고자, 중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전근대사를 중심으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사 교과서는 검인정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만들어지면서, 역사 교과의 계열성 구성이 엎어지게 됩니다. (검인정 체제는 적용되었고요) 원래 의도한대로가 아니라, 단순히 기존 국사 교과서의 내용과 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을 합쳐서 교과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2009개정교육과정 교과서(2012년부터 2019년까지 적용되었습니다.)도 기존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1단원(고대사 – 남북국 시대까지), 2단원(고려시대), 3단원(조선시대), 4단원(개화기) 5단원(일제강점기) 6단원(현대사)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단원 구성이 이렇게 되어 있긴 하지만... 제가 2009개정 세대라서, 학교 현장에서 이 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되더라도... 1년 동안 모든 내용을 다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잘 끝내야 일제강점기 무렵에서 끝났습니다.

여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들어서고, 국정교과서 사태가 터진 후에, 현재 학교 현장에서 배우고 있는 교과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2020년부터 적용된 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계열화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중학교에서는 전근대사를 중심으로, 고등학교에서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1단원에서 조선후기까지 대략적 내용을 다루고, 2단원 개화기 3단원 일제강점기, 4단원 현대사입니다.

이러한 구성으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현대사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에 중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는 현대사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이상 이유경 선생 보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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