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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한국근현대사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by 초야잠필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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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것이 있다. 

연극을 수없이 복선을 깔아 놓고는 도저히 떡밥회수가 안될때 느닷없이 신이 나타나 모든 갈등을 정리하고 끝내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 라고 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것은 그리스 시대 당시 연극에서 줄거리가 꼬이면 전능한 신의 배역을 맡은 배우 (데우스)를 하늘에서 강림시키는 기계장치(마키나)를 작동하여 연극을 마무리 했다는 데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영어로 하면 God out of machine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용어로 "치트키"라는것이 있다는데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의미로 볼수 있겠다. 

한국근현대사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절대선인 민족주의와 그 대척점에 선 제국주의 나쁜 넘들" 이다. 

아무리 복잡한 역사적 사실도 마지막에 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동원하면 다 해결된다. 

이런 대단한 치트키가 있으니 역사적 사실의 규명에 고민이 없다. 말이 꼬이고 몰리면 이 치트키를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치트키를 남발해서 도대체 한국 근현대사에 제대로 규명된것이 무엇이 있던가? 

한국 근현대사가 펙트에 기반한 단단한 논리위에 서기 위해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치트키부터 먼저 몰아내야 한다. 

 

 

그리스 연극에서 데우스 액스 마키나. 인간들 사이의 스토리를 신나게 전개하다가 꼬이면 느닷없이 신이 개입한다. 결론이 뻔히 나와 있는 연구를 뭐하러 하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 근현대사는 이미 승패를 다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는 연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다름없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Antiphanes 는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고 한다. 

데우스 액스 마키나를 (연극에) 사용하는 것은 그 극작가가 플롯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the use of the deus ex machina was a sign that the playwright was unable to properly manage the complications of his plot)

한국근현대사에서 제국주의의 한국 수탈구조를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했으면서 결론에 이르러서는 느닷없이 제국주의를 규탄하고 민족주의 만세를 외치는 논문은 치트키를 아무때나 남발한 것으로 논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Antiphbanes는 또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극작가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고 when they don't know what to say

연극을 도저히 더이상 끌고 갈수 없을 때 and have completely given up on the play

자기들 손가락을 들 듯이 데우스 액스 마키나를 작동하면 just like a finger they lift the machine

관객들은 만족하게 될 것이다. and the spectators are satisfied.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남발하는 극작가도 문제지만 이런 치트키를 남발하는 연극에 만족한다면 그 관객들도 문제라는 뜻이 되겠다. 

 

오늘이 광복절 77주년인데, 77주년은 엄청난 시간이다. 후삼국시대가 44년에 불과하였고 몽골간섭기가 97년 정도였다.

한국근현대사라는 역사를 채워나가는 극작가들도 이제는 데우스 액스 마키나를 부수고 제대로 된 연극을 상연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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