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출장길이 과거에는
그래도 컴을 켜놓고 뭐라도 작업을 하면서 갔던 거 같은데
요즘은 글자가 잘 안 보여 비행기 안에서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마련인데
최근에야 기내 영화에서 오래전에 상연되었다는
'오만과 편견'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이 작품은 필자는 책으로도 읽은 적이 없다.
일단 제목에서 필자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볼 기회가 없었다.
이 작품을 영화로 보면서 그 내용에 깊이 빠져들었는데
이건 우리로 치자면 19세기 조선의 가짜양반들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18-19세기에는 이미 젠트리가 나라의 주인이 되어 있었는데
이 소설 주인공이 되는 베넷 가문은 젠트리 중에서도 중하층이라 해야 할까.
상층 젠트리들에게서는 교양 없다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악착 같이 젠트리 사회의 위로 진입하려는 욕망이 넘쳐 나는 집안이다.
이 소설 주인공이라 할 이 집 둘째딸 리즈 베넷은
깊이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결혼 거절도 불사할 정도의 열혈 처녀인데
그 어머니라는 사람은 딸 다섯을 어떻게든 괜찮은 집에 시집 보내고 싶은
영국판 치마바람의 어머니인데
그에 반해 젠트리가 갖추어야 할 교양은 또 다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이 둘, 곧
리즈 베넷의 강렬한 자존심과
어머니의 출세의 욕망
이 둘이야말로 베넷 집안과 같은 하층 젠트리가 지닌 속성으로,
이들이 19-20세기가 되면 결국 영국사회의 주인공이 됨도 자명하다 하겠다.
우리나라도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19세기 가짜 양반들이다.
이들은 족보를 샀건 아니면 속량했다가 공명첩이라도 하나 샀건 간에
강렬한 신분상승 욕구가 있었고
이런 사람들이 그 당시 마을마다 넘쳐나고 있었음이 자명하다.
한국에도 아마 19세기에는 자넷 집안 같은 일가들이 있었을 테고
이들은 끊임없는 욕망과 노력, 그리고 적당한 사기술까지 동원하여
자신들의 신분을 상승하려 했을 터인데,
영국에서는 그것이 "오만과 편견"의 리즈 베넷이 되고
한국에서는 그것이 그냥 "가짜 양반"이 되어 사람들의 비웃음의 타겟이 되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하랴.
가짜양반은 우리 모두가 달리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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