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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할머니 기록 (2021.12.25.토)

by 여송은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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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랑 나랑


2021년 12월 25일 토요일 할머니와의 대화
성환할머니댁 / 가족식사 /

할머니 : 나는 젊어서 내 손으로 돈을 한 푼 써 본 적이 없다. 다~~네 할아버지가 살림을 했지.
애들 팬티 한 장도 다 할아버지가 사다 입혔어.
엄마로서 내 손으로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게 있는데…
난 그냥 집안에서 시키는 일만 했어.
참 왜이렇게 바보같이 살았는지 몰라.

(할머니는 자신이 바보 같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나 :  할머니, 뭐가 바보같아. 좋지 뭐! 할아버지가 장도 다 봐주고, 옷도 다 사다 주고, 안 귀찮고 편하잖아~!

할머니 : 그게 또 그게 아니다~~


콩나물 다듬는 할머니


: 할머니, 그럼 이제부터 돈 쓰러 나가자! 할머니한테 고모가 용돈 드리고, 아빠도 용돈 드리고, 나도 가끔 드리고 할머니 부자잖아~~!!

할머니 : 이젠 돈이 있어도 사고 싶은게 없다~~ 재미가 없어~~

: (오잉?) 할머니 사고 싶은 거 없으면 그럼 나 사줘. 나 갖고 싶은 거 있어!

할머니 : 뭐 갖고 싶은데?

: 다이슨 에어랩. 머리 말리는 드라이기인데, 머리카락 끝부터 볼륨을 살려 줘! 내 친구 있는데 완전 좋아! 그걸로 머리 하면 완전 예뻐져!


할머니 : 그래? 그럼 사야지. 얼마여?

: 한 50만원? (ㅋㅋㅋㅋㅋㅋㅋ)

할머니 : (3초 침묵) 그래 사줄게~~ 앞으로 나보다 더 오래오래 살건데~ 그리고 그거 사면 두고두고 계속 쓰는거 아니여? 사고 싶음 사야지~ 너는 나가서 일하니깐 외형도 중요하잖어? 사야지~~

: (감동ㅠㅠ) 할모니~~~ 안사두뎅~~~ 아이스크림 사줘요~~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시는 할머니

“입은 시려도 맛은 좋아서 다 먹게 된다.”



크리스마스날 할머니와의 대화였습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시집온 이유, 시어머니 매운 시집살이 이야기, 큰할머니랑 시집살이 피해 도망갔던 이야기, 다시 돌아온 사연(feat.연서) 등 할머니가 들려준 이어기를 기록해놔야겠다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강하게 들었습니다.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할 일이 많다!!)

급한대로 이렇게나마 블로그에 올리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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