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어〔凍魚〕
성현成俔(1439~1504), 《허백당집虛白堂集》 <허백당시집虛白堂集詩集> 제12권 시詩
북풍 불어와 맑은 강 얼어붙자 / 北風吹作淸江氷
사내들 몰려나와 얼음 쿵쿵 치네 / 萬夫鼓杵聲登登
얼음판에 구멍 뚫고 그물 쳐놓으니 / 氷開小竇施罛罾
다투듯이 뛰어올라 금빛 비늘 파닥파닥 / 金鱗躍出爭飛騰
요리사 칼을 들고 기름진 배 가르자 / 膳夫鑾刀割腹腴
눈처럼 하얀 회가 접시에 가득하네 / 紛紛白雪滿盤盂
취한 눈 어른거려 우물에 빠졌다가 / 眼花飜井醉不省
한 조각 입에 넣자 정신이 깨는구나 / 一片入口精神蘇
병혈의 가어라도 자리를 피하리니 / 丙穴嘉魚應避席
고이 담아 임금님 수라상에 바치리라 / 穿顋貯簏供天廚
[주-D001] 凍 : 대본에는 ‘東’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2] 취한 …… 빠졌다가 : 술이 잔뜩 취한 상태를 가리킨다. 두보(杜甫)가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시인 하지장(賀知章)을 두고 “하지장은 말 타는 게 배를 탄 듯 흔들흔들, 취한 눈이 어른거려 우물 속에 빠져 잤네.〔知章騎馬似乘船 眼花落井水底眠〕”라고 한 고사가 있다. 여기서는 동어(凍魚)의 깨끗하고 상쾌한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술에 고주망태가 되었던 하지장의 고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D003] 不 : 대본에는 ‘一’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4] 병혈(丙穴)의 …… 피하리니 : 병혈은 중국 섬서성(陝西省) 약양현(略陽縣) 동남쪽에 있던 동혈(洞穴)로, 이곳은 맛있는 물고기가 잡히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즉 병혈에서 나는 맛있는 물고기도 명성을 양보할 정도라는 뜻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조순희 (역)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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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고전번역원 번역을 약간 손댔다.
성현이 평안도관찰사 재직 시절 읊은 시일 것이다. 그가 묘사하는 얼음 낚시 방식이 화천어축제 그것이랑 똑같고, 지금도 이 방식으로 얼음낚시를 한다.
나아가 당시에도 회가 유행했음을 엿보는데, 하긴 회를 즐긴 저와 같은 증언은 부지기에 이른다.
이 회를 즐기는 전통은 결국 기생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 조선시대 미라를 분석하면 민물고기를 육회로 들었을 때 감염하는 그런 기생충으로 득시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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