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인가? 불가리아가 지네가 개최한다 큰소리 뻥뻥 쳤다가 개최지가 파리 유네스코 본부로 급변한 세계유산위원회 세션이 열리거니와
이에서는 우리네 반구대 암각화 유산들이랑 북한에서는 금강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모양이라
그 취재를 해야 한다는 어느 후배 기자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나한테 묻기에 내가 뱉은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모른다."
진짜 난 이제 모른다.
내가 현역 기자랍시며 그 담당을 하며 이것저것 묻고 찾아다닐 때는 벌써 10년을 후딱 다 지나버려 난 알 수가 없다.
그 현장을 마지막으로 다녀온 지도 벌써 딱 10년이라, 그런 내가 무슨 현장감각이 있겠는가?
진짜로 모른다.
관련 문서를 찾기엔 유네스코 홈페이지 시스템은 느낄 때마다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어 그때마다 나는 이걸 어디서 어케 찾아야 하는지 헷갈린곤 했는데,
그게 10년 전이라 이젠 알 수도 없다.
용케 누군가 url 불러주며 여기 들어가서 자료 보면 된다 하면 그게 그리 고마울 수 없다.
진짜로 이젠 모른다.
현장감 다 떨어져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내가 고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유네스코 뉴스에 보이는 내용을 갈무리 번역 재정리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세상은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권 교체기라 해서 다들 들썩인다.
이때마다 한국 대학가는 더 들썩이는데, 그 들썩이는 이유가 딴 게 아니라 자리잡기를 위한 혈안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하란 공부, 하란 교육은 팽개치고서는 어디 기관장 자리 없나? 어디 자문위원 운영위원 하는 각종 자리 없나 기웃기웃대는 교수놈 천지라,
그렇게 해서 용케 자리 하나 얻고는 하는 짓이라고는 휴직계 집어던지고 3년 혹은 4년 그쪽 나가서 기관장 생활하며 테이프커팅만 일삼다가
복직이라는 이름으로 도로 학교로 기어들어 말년 혹은 여생을 보내는 시스템이 정착했거니와
나는 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3년을 지나고 4년을 지나고서도 다시 돌아온 그 학계에서 그가 연구자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로선 기이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상상해 보면 답은 딴 게 없어
그가 떠난 3~4년 사이 학계는 그가 따라갈 수조차 없이 휙휙 변해서 저 안드로메다 은하를 주유 중이어야 하는데
학계 역시 제자리 걸음이니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맨 똑같은 이야기로 주구장창 지난 100년을 써먹고, 또 향후 100년은 더 써먹을 테니 이러고서는 내가 어느 특정 학문에 몸담았다 해도,
그런 내가 100년 동안 냉동 인간 되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나는 여전히 그 학문 연구자로 대접받아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맨 철 지난 이야기 무한반복 무한재생이니, 이놈이나 저놈이나 출발선을 똑같고 결승선도 똑같으니 누군들 어떤 기관장 자리 찾아 떠나지 않으리오?
요새 같은 시대에 3년, 혹은 4년 떠났다 오면 그렇게 돌아온 내가 등신 취급받는 사회가 정상 아닌가?
도대체 그 학문이 어떤 꼴이기에 3년 전이건 4년 전과 똑같아서 그렇게 떠났다가 복귀한 내가 연구자라 해서 귀환한다 해서 하나도 이상하지 않단 말인가?
신라사? 매양 말하지만 난 떠난지 10년이 넘었다.
신라사 논문 쓰는 생활 접은지 10년이 지났다는 말이다.
그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학술기관지가 계속 배달하는데, 그에 수록된 논문들을 죽 훑어보면, 어찌 그리 변화가 눈꼽만큼도 없는지,
이러고선 내가 냉동인간 되어 100년 뒤에 돌아온다 한들 그때도 나는 여전히 신라사 연구자리라.
왜?
그만큼 방법론도, 문제의식도 단 하나도 변화가 없어 오직 새로운 것이라곤 어디에서 목간 하나 튀어나왔네, 비석 하나 튀어나왔네 딱 그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요새 국제시장 고고학 돌아가는 판을 참말로 부지런하게 소개하고 있거니와
매일 아침 눈떠서 내가 구독하는 이쪽 전문 매체 문을 열기가 무섭다.
왜?
간밤에 무슨 일이 그리 많았는지 새로운 연구성과라는 것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있기 때문이다.
데니소바인 턱뼈가 대만 해역에서 출현했다 해서 난리를 피워댄 일이 불과 한달 전인데
그 한 달이 지난 그제 새벽에는 그렇게 인류학도들이 찾아다닌 데니소바인 해골바가지가 출현했다는 메가톤급 뉴스가 타전됐더라.
이 데니소바인이 알려진 것이 2011년인가?
불과 10년 전이라, 그런 데니소바인이 이제 알타이산맥 동쪽 아시아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한반도 구석기?
이렇게 되면 우리가 보는 그 구석기를 남긴 주체가 데니소바인이 되는 날 머지 않았다.
그야말로 쓰나미다.
이렇게 팽팽 변해가지만 한국고고학은 반세기 전 손보기 김원룡이 고고학이 무엇인가 찾아헤매던 수준이나 지금이나 도대체 뭐가 달라졌단 말인가?
지금 다시 저네들이 연구자로 환생한다 해도 단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세상이 작금 한국고고학이다.
왜? 변화라 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환생한 저들은 연구자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그런 사회여야 한다. 그 수준이 무슨 고고학이란 말인가?
이런 사회가 되어야지 않겠는가?
은퇴하는 노학도, 또 은퇴한지 한참 지난 노땅 연구자가 지금도 여전히 그 분야 연구자로 대접받는 세상, 이런 세상에 무슨 변화와 발전이 있겠는가?
퇴물을 다시 불러내서 윤활유만 조금 칠하면 도로 뿅하고 그 분야 전문가가 되는 세상.
이런 세상이 어찌 제대로 된 학문 세상이겠는가?
환생한 손보기와 김원룡이 쭈쭈바나 빨며 그네가 갈 데가 없는 그런 학문이 제정신 박힌 학문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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