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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3.1절 80주년의 사건> (3) 소송전을 불사한 전직 총리 현승종

by taeshik.kim 201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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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安泳律> 부장판사)는 2000년 10월 19일 현승종(81.玄勝鍾) 전 국무총리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현승종은 재판까지 갔던가? 


이 소식을 전한 이 날짜 당시 우리 공장 보도를 보면 "'일본군 장교로 독립군과  전투를 벌였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우홍구 건국대 동문교수협의회장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천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 범국민대회>에 초청되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환담 중인 현승종 건국대 이사장(가운데)


 

계속 기사를 보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제말 일본군 소위로 일제 군복을 입고 중국 팔로군과 전투하였다'고 밝힌 사실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중국 팔로군에서 조선의용대 등 일부 독립군이 활동했다는 역사적 사실만으로 현씨가 독립군과 싸웠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데 이 기사는 끝이 다음과 같다. 


지난 93년부터 건대에서 이사장으로 재직해온 현씨는 지난해 2월 모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장교로 복무한 사실을 고백, 학내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지난해  7월 이사장직을 그만둔 뒤 1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모언론이라....이 모언론이 바로 이 기사를 쓴 연합뉴스였다. 그리고 그 기사를 작성한 이가 바로 지금 이 글을 쓰는 김태식이었다. 당시 나는 이 기사를 보지 못했거니와, 기사는 당연히 그 출처를 연합뉴스라고 밝혀야 했다. 더구나, 이 기사를 쓴 데가 연합뉴스임에랴. 


아무튼 우리는 이 작은 판결 기사를 통해, 현승종씨가 건국대 이사장으로 재직하다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가 빌미가 되어 느닷없은 친일 논쟁에 휘말렸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 급기야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을 적출한다. 간단히 말해 짤린 것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이것이 현 총리나 마찬가지로 나로서는 더더구나 어이가 없었으니, 무심한 기사 하나가 한 사람 인생을 망칠 수도 있음을 새삼 절감한 사건이기도 했다. 


중국 서안의 팔로군 기념관



한데 그에 앞서 현승종은 MBC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를 이끌어 내기도 했으니, 저 판결이 나온 것과 같은 2000년 1월 19일자 우리 공장 보도에서 이런 일을 확인한다. 보도에 의하면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이성용<李性龍> 부장판사)는 자신이 독립군과 싸우는 등 친일행각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건국대학교 전 이사장 현승종(玄勝鍾.81.전 국무총리)씨가 ㈜문화방송과 취재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천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나아가 보도를 더 따라가면, 현씨는 MBC가 지난해(1999-인용자) 4월 아침뉴스 시간에 "현씨가 해방전 일본군 장교로  근무하는 등 자신의 친일행각을 고백했으며 이로 인해 건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이사장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자 "강제로 학도병 징집을  당했을 뿐"이라며 10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 판결사건과 비교하면 피고가 다르다. 즉, 앞 사건은 피고가 건국대 동문교수협의회장 등인데 견주어, 이 판결은 MBC라는 공영방송사 기자들이다. 


현승종씨가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흔적은 우리 공장 기사로도 종적이 남았다. 1999년 5월 17일자 이충원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보면 "건국대학교 이사장 현승종(玄勝鍾.80.전 국무총리)씨는 17일 자신이 독립군과 싸우는 등 친일행동을 했다고 보도한 문화방송과  취재기자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현씨는 소장에서 "단지 학도병으로 끌려 갔다왔을 뿐 결코 독립군과 싸우는 등 친일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도 지난 4월 3일 문화방송이 아무련 근거도 없이 허위보도를 하는 바람에 이사장직 퇴임발표를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재판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1999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가 빌미가 되어 현승종 이사장이 공격을 받았고, 그리하여 이사장 자리에서 밀려났음을 안다. 


이 단계에서 혹 독자 중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연합뉴스 인터뷰 기사가 빌미가 되어 일이 터졌고, 그것을 빌미로 해서 현승종씨가 친일 행적이 있다 해서 공격을 받았는데, 정작 그 보도 당사자인 연합뉴스는 왜 소송에 휘말리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 말이다. 


한가지 확실히 해 둘 점은 문제의 인터뷰 기사, 내가 쓴 그 인터뷰 기사가 현 총리의 친일 행적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내가 그가 친일을 했다거나, 혹은 그런 혐의가 있다는 식으로 결코 쓴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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