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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마침표와 쉼표, 만성변비에서의 해방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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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도 율곡도 역주본 없어 엄청 고생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한학의 대가들이 한적漢籍을 술술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똑똑한 정조가 왜 매양 밤이연 안경끼고 촛불 아래서 구두를 찍었겠는가?

그때도 다 힘들었다.

본토 중국 지식인이라고 남달랐겠는가?

똑같다.

힘들기는 피장파장 밑끼나똥끼나였다.
 
동아시아 문자 문화사에서 마침표와 쉼표의 도입은 만성변비에서의 해방이었다.

(2013년 5월 31일)


***


전통시대 한적이 지랄 맞은 이유는 무엇보다 저 쉼표 마침표가 없어 문장 어디에서 쉬고 어디에서 일단 끊어야 할지가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문제가 인용이었으니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인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또 고유명사는 어떤가?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인명 지명과 같은 고유명사인지 아리까리한 데가 한둘이 아니라서 걸핏하면 망신을 당했다.

어릴적부터 한적을 입에 달고 살고 그런 글로 문장을 짓는 일을 일상으로 삼았다 해서 어떤 문장이나 막힘이 없이 술술 소화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골이 아프기는 나나 퇴계나 마찬가지다.

세종이라고 달랐겠는가?

나보다 한 끝 나았을 뿐이다.

이 고통이 마침내 구두가 서구에서 침입하면서 일거에 사라졌다.

이른바 표점이 도입되면서 문장의 쉼과 마침이 봄눈 녹듯 사라졌고

고유명사가 아침이슬 사라지듯 경계가 환해졌으며

따옴표는 인용 범위를 테두리 지었다.

이 어찌 혁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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