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 전 남영동 사저 코앞 숙명여대박물관[산하 박물관이 세 개라 어느 쪽인지 확실치는 않다] 전시회 개막이었다.
재활용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였다고 기억하는데, 이날 쫄래쫄래 갔으니, 실은 용안 뵌 지 오래인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을 만날까 해서였다.
한데 아무리 찾아도 영감님이 없다.
작가께 "영감님 어디 가셨어요? 찢어지셨어요?" 하고 여쭸더니 오늘은 일이 있어 못 왔다 하지 않는가?
이 부부 부창부수라, 이런 자리엔 부부가 꼭 손잡고 나타난다. 그만큼 금슬이 좋게만 보이는데, 내가 유 관장을 처음 뵈어 알게 된 20여년 전에도 이미 그랬다.

어제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작가 기증전에서 직접 여쭤 보니 검찰 퇴직 시점이 2003년이라 하거니와, 이 무렵 유 관장은 약쟁이 때려잡는 검사에서 문화인 유창종으로 신분을 막 세탁하던 시절이었다.
검사 재직 시절엔 마약 검사라는 별칭과 더불어 '기와 검사'라 해서 기와에 대한 유별난 관심과 그에 따른 무지막지한 그 컬렉션을 막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거니와, 이렇게 해서 언론업계 기준으로 법조계, 특히 검찰 업계에서는 마약 검사로 통하던 그는 문화계로 넘어와 문화재 담당기자들 담당이 되면서 기와 검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기증식에도 어김없이 금 작가가 동반했다. 당시 금 작가가 홍익대 현직 교수였다.

이후 여러 자리에서 이런저런 만남을 이어갔거니와 대체로 이 양반들은 부부가 동반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어제 단도직입하고 물었다.
"보통 젊은 시절 바람 피고 말썽 피운 남자들이 늙어서 껌딱지처럼 마누라 옆에 붙어다니는데, 혹 관장님도 그쪽 부류 아니세요?"
명확한 대답 대신 파안대소가 돌아왔지만, 이런저런 유쾌한 이야기들도 대략 한 시간 정도 전시장을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기숙 기증전이 문화업계에서는 요즘 장안하는 맴도는 화제어니와, 나는 전시장을 둘러본 적이 없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그리되고 말았는데 얼마 전 새벽이었다.
느닷없는 카톡 메시지로 유 관장님이 "전시 혹시 보셨나요?" 말을 걸어오는 게 아닌가?
"아니 뇐네들이 새벽잠이 없다더니 이 시간에 왜?"
실상 그보단 그런 물음에 잠시 망설였다.
"이걸 어째? 봤다 해야 예의에 맞는 듯한데 난 보지 않았단 말이지? 봤다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직이라 대답하고 말았다.

어찌어찌하여 접선 일자를 정하고 어제 박물관으로 갔다.
팔순을 넘긴 이 양반 나로서는 뭐라 불러드려야 할지 실로 난감한데, 어떤 때는 관장님이라 했다가 어떤 때는 검사장님이라, 암튼 이래저래 왔다갔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부른다.
sns를 통해 근황은 자주 접하고, 또 가끔 메시지로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는 주고받으며, 때마다 유금와당박물관 한 번 들리라 부탁하셨으나, 어찌 하다 보니, 지근거리에 두고서도 뵐 기회가 영 나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이요? 십년? 이십년?" 하고 여쭙는데, 가만 생각하니 진짜로 그랬다.
이런저런 경로로 근황은 자주 접하지만 막상 대면한 시간은 아주 긴 그런 사이였다!
팔순을 넘긴 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치 강녕한 모습이라 더 반가웠다.

살피니 이번 전시 기간 중 아예 부부가 현장을 상주하는 듯했으니, 실제 여쭤 보니 그렇댄다. "김 대감 같은 사람 오시면 내가 안내하지" 이런 말씀하는 바람에 순간 내가 겸연쩍어지기도 했더랬다.
동행한 김수정 공예박물관장더러 "아예 두 분 사무실도 내어 드리죠?"하고 껄껄 웃었다.
전시 기간 중 유 관장은 전시 가이드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사모님은 어디 계세요?" 여쭈니 "오늘 대학 제자들이 와서 전시장을 안내하고 있다"해서 전시장 한 켠을 바라보니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연신 사진찍고 깔깔대고 난리통이다.
그런 모습들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나중에 합류해서 금작가께도 직접 한 말이지만, "아이고 완전 아이돌 스타 나셨네요. 할머니 되어 대중스타 된 기분이 어떠세요?"하고 여쭈니 그 특유하는 함박웃음으로 깔딸대고 웃으신다.
내가 저쪽 혹은 이쪽은 문외한에 가까우나, 저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하지만 금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대중스타로 우뚝 선 사실은 안다.
어쩌다 금기숙 기증전 이야기하러 붓대 들었다가 남편 이야기로 서두를 삼게 되고 말았으니
하긴 뭐 찌께다시나 에피소드가 남는 법이라 독자들께는 양혜를 구한다.

덧붙여 전시는 오죽 이런저런 보도와 포스팅이 남발하지 아니하는가?
그에다가 내가 보탤 건 특별히 없으니 이런 찌께다시로 후속편도 채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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