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자정을 기해 종말을 고한 문재인 정부 각료 중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부 장관 황희가 얼마전 대중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를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니, 저를 두고 왈가왈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을 줄로 안다. 내일이면 자리를 내어놓아야 하는 각료가 그런 말을 해도 좋은가 라는 반론에서부터 여러 의견 표출이 가능한 사안이라, 이 자리는 그 가타부타를 논할 계제는 아닌 듯하고, 그것을 전하는 우리 공장 영어기사 제목과 첫줄이 아래라.
Culture minister proposes granting BTS exemptions from active military duty
SEOUL, May 4 (Yonhap) -- The culture minister proposed Wednesday that globally recognized male pop culture artists, like BTS, be allowed to substitute their mandatory military service for other alternative programs amid heated debate over whether the K-pop supergroup should be given military exemptions.
이 사안 핵심이 실은 방탄소년단임은 초동급부도 알거니와, 저네들한테 부과하는 병역의무를 흔히 영어권 혹은 외국인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저와 같은 외국어 기사에서는 영어를 기준으로 to substitute their mandatory military service 등과 같은 식으로 굳이 병역의무를 mandatory military service 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장면을 자주 목도한다.
왜 저에다가 굳이 mandatory 라는 말을 붙일까? 이것이 나 역시 궁금해서 두어번 저쪽 부서에다 물은 적이 있으니, 대답은 한결 같아서 저 말을 붙이지 아니하면 자칫 자발적인 군대 복무로 간주될 수도 있다 해서 아 그런갑다 싶었다.
저 mandatory 라는 말이 있고 없느냐에 따라 그 사회가 징병제인가 모병제인가가 갈라진다. 다시 말해 저 맨데토리라는 말은 volunteer에 대한 대응어라 저 말이 있고 없고에 따라 그 사회가 징병제인가 모병제인가를 택했는지가 좀 더 명확해 지는 것이다.
저런 뉴스를 소비하는 미국만 해도 실상 미국이 모병제로 돌아선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아니해서 관련 자료를 검색하니 미국은 1973년 포드 정부 시절에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돌아선 것이다. 이 징병제가 초래한 강압성 폭압성이야 말할 나위가 없으니, 그 유명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사태도 결국은 징병제가 빚은 비극이었다.
군대는 경찰과 더불어 국가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다. 외곽을 방비하는 경찰이 군대요, 내부 치안을 책임지는 군대가 경찰이다. 요새 한국사회에서는 검수완박이니 하고, 또 오늘 출범한 새 정부 수장이 검찰총장 출신이라 해서 검찰에 대한 말이 많지만, 실상 검찰은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측면에서 저 두 조직에 견주어 중요성은 현격히 떨어진다.
징병제는 항상 강압성 폭압성을 전제로 삼는다. 그것이 없이는 mandatory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개끌리듯 끌려갔다 오는 것이다.
물론 군대성향이 유독 강한 사람, 특히 남성이 의외로 많다. 내 여조카는 군하사관으로 복무했으며, 내 지인 아들은 군대, 그것도 특수부대 못가서 환장했다.
그렇다 해서 징병이 주는 강압성과 폭압성 폭력성이 감쇄될 수는 없다. 징병제는 폭력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무한 폭력이다.
군대를 안 가려는 게 문제인가? 왜 군대를 가야하는가가 문제다. 이는 인식론과 도덕론의 문제다.
지금은 당장 방탄소년단 멤버들 문제가 현안이라 저것이 문제겠지만, 근간으로 돌아가 왜 군대를 가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왜 징병제를 채택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의무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권리. 그 의무를 권리로 돌려야 한다. 병역을 의무가 아닌 권리로 돌려야지 않겠는가?
1987년 11월 20일, 나는 군대에 끌려갔다. 다시 30년이 더 흘러 그 아들놈이 군대에 끌려갔다. 그때 그랬다. 훗날 모병제로 바뀌지 않겠냐고. 35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더라. 저 아들놈이 손자를 낳으면 또 그리되지 말란 보장도 없다.
저 역시 군대 가는 일이 그렇게 싫었으면서도 요리조리 군대를 피했거나 피하려는 사람들을 지탄하는 모순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작년 오늘 아들놈이 군대로 끌려간 날이다. 나 때야 강제복무기간 육군 기준 30개월이었지만, 요새야 18개월, 그 시절 동방위 근무기간이랑 같지만, 기간의 짧고 긺이 문제인가? 강제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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