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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성웅 이순신을 앞세운 삼중당문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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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사항을 보니 1975년 2월 25일 초판이 나오고 78년 7월 31일에 나온 중판이라 가격은 얼마인지 꺼뿔데기가 떨가져 나가 알 수가 없다.

출판 혹은 독서문화라는 측면에서 60~70년대는 문고본시대라 할 만하니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가 이 삼중당문고였다. 기억에 분량이 가장 방대하고 무엇보다 염가였으니 내가 대학을 다닌 80년대 중후반까지도 서점가에 보였으니 나 역시 그 독자였다.

이 삼중당문고가 이후 어찌되었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이 이름이 더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없어졌거나 혹은 명맥만 유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도서는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그 시작에 즈음해 그네들이 무엇을 표방했는지가 중요하거니와 특히 그 시대 이데올로기는 그 총서 제1권이 무엇인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삼중당문고 간행사는 이렇다.




<三中堂文庫> 發刊에 즈음하여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는 출판인에 부과된 오늘의 긴요한 사명
일 뿐만 아니라 양서를 선택하여 염가로 보급함으로써 근대 문화
의 전통을 확립하고 풍부하고도 양식적(良識的)인 문화층을 널
리 형성하는 것은 우리들의 크나큰 임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사에서는 다년간 숙제로서 미루어오던 과업을 권위자의
자문을 얻어 실천에 옮김으로 우리들의 사명을 다하려 했다. 수록
될 내용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문학, 과학, 전기, 수필, 사상
전반에 걸쳐 이미 그 가치가 확정된 것만을 간추려 보려 한다.

적어도 오늘을 생활하는 자는 누구에게나 일생의 교양이 되고,
우리 문화의 질서와 재건에 이바지할 수 있는 <三中堂文庫>가 되
어지기를 다짐해 본다.

독자 제현께서는 편달과 성원, 협조와 충고가 있으시기 바란다.

圖書出版(株) 三中堂
社長 徐健錫



발행간기가 없어 아쉽기 짝이 없지만 이는 그 첫 총서 간기를 보면 안다. 다만 이 글을 쓰는 지금 그걸 확인할 형편이 안 되어 건너뛴다.

예서 유의할 점은 박정희시대가 한창인 그때임에도 그 시대 정치 이데올로기, 예컨대 반공이라든가 내셔널리즘, 혹은 조국근대화 같은 흔적이 그다지 표면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를 보면 문화교양층 확대가 지상과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 총서 첫 주자는 무엇인가?




보다시피 노산 이은상의 《성웅 이순신》이며, 두번째가 이광수의 《흙》이다. 둘 다 강렬한 내셔널리즘을 주창한다.

이는 동시대 삼성문고가 역시 강렬한 내셔널리즘 고전인 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과 명말청초 중국 지식인 황종희의 《명이대방록》이라는 사실과 절묘한 표리부동을 이룬다,

결국 그 시대 출판문화도 총화단결과 국민통합을 앞세운 국민국가 이데올로기 그 선전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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