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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이게 다 장비 탓! 후투티 촬영 실패를 기록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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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서식한 새 중에서도 폼이 제법 나는 종으로 후투티 만한 놈을 찾기는 어려우니, 저 새가 흔한 것도 아니요, 경주 황성공원 같은 데야 집단 서식지가 있어 제법 그쪽에서 포착한 각종 장면이 우리 공장으로도 발행되기도 하니, 포항을 주무대로 활약하는 우리 공장 손대성 기자가 가끔씩 들러 황성공원 나무를 파고 들어가 둥지를 튼 후투티가 먹이를 정신없이 날라다 주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을 발행하기도 한다. 

 

그제 어버이날이라 해서 고향 김천 고을을 찾았을 때라, 내 집에서 직선거리로 100미터도 되지 않는 데가 경북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섬계서원이라는 데라, 내 가문 김녕김씨 중시조인 백촌 휘 문기 공을 배향하는 서원이라, 그 경내 안팎에는 서원이라면 모름지기 생각하는 그런 노거수가 더러 있거니와 그 정문에는 회화나무 노목이 자라고 그 곁에는 역시 노거수인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또 경내 서북쪽 귀퉁이에는 천연기념물 300호로 지정된 수령 500년 이상 가는 초거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으니, 그 규모나 연륜이 풍기는 풍모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담배 한대 핀다고 그 회화나무 밑에서 빈둥빈둥거리는데, 그 나무에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는지라, 살피니 후투티 한 마리가 앉았다. 방구석에 두고 온 사진기 생각이 퍼뜩 나서 마누라더러 대령하라 했더니 뿔싸, 그 30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그 후투티가 은행나무 쪽으로 사라지더니 이내 다시 서원 앞을 흐르는 섬계천을 건너 건너마을 음지말 숲으로 날아가는 게 아닌가? 

 

 

나도 이제 이 새님들을 따라다니다 경험치로 하나 안 것이 있으니, 틀림없이 이쪽 어딘가에, 아마도 저 은행나무에 후투티 둥지가 있다. 기다리면 다시 나타난다!!! 확신했으니 

 

아니나 다를까 10여분이 흘러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 놈 궤적을 보니 다시 은행나무 뒤 숲으로 사라졌다. 몰래 몰래 살모시 그 숲으로 달려가니 저 나무에 저런 모습으로 있는 게 아닌가? 

 

너 잘 걸렸다 하고는 숨어서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어쩌랴? 

 

450미리 렌즈는 택도 없다!!! 비스무리하기는 했을 터인데, 내 조작 실수인지 시력 문제인지 다 초점이 나갔다. 

 

하긴 새에 미쳐 사는 우리 공장 강릉 주재 유형재 翁이 그러더라. 

 

새에 미치면 장비 탓을 하게 된다고.

 

사실이었다! 질러 버리기로 했다. 천200미리 렌즈 쓸 만한 것으로 천오백만원짜리가 있는 모양이라 질러버리기로 했다. 

 

 

 

분풀이 할 데 없을까 해서 전봇대 앉은 참새나 눌러대는데 영 맛이 안난다.

 

내가 참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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