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icholas Ray, The Conversation

배가 침몰하는 것은 대개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바닷속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난파선은 새로운 생명의 토대가 된다.
녹슨 선체, 부러진 돛대, 심지어 전쟁 물자 더미까지도 시간이 흐르면서 풍부한 생태계로 변모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난파선 생태학shipwreck ecology"이라고 부르며, 해양 생물의 적응력과 인간이 해양 환경을 변화시키는 예상치 못한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최근 독일 인근 발트해에 있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수품 매립지에 대한 과학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유해 폐기물로 여겼을 이곳이 수십 년에 걸쳐 홍합, 갑각류, 어류, 그리고 다양한 식물 군락의 서식지가 되었다. 심지어 부식된 조개껍질과 폭발물조차도 이제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독성 물질이 유출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이 현장은 해양 생물이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어떻게 번성하는 서식지로 바꾸는지 보여준다.
난파선의 생태적 변화는 해저에 가라앉자마자 거의 즉시 시작한다. 금속, 나무 또는 콘크리트는 모래나 진흙으로 뒤덮인 해저에서 보기 드문 단단한 표면을 제공다.
미세한 해양 조류, 박테리아, 곰팡이가 가장 먼저 정착하여 며칠 만에 미끈미끈한 생물막을 형성한다. 이 생물막은 따개비, 관벌레, 해면을 끌어들이고, 이어서 연산호, 부채산호, 갑각류와 같은 더 큰 생물들이 뒤따른다.
생태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난파선은 인공 암초처럼 기능하기 시작한다. 구석구석은 작은 물고기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이 물고기들은 더 큰 포식자들을 유인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난파선은 상대적으로 황량한 해역에서 생명의 섬이 되며, 종종 생물 다양성 면에서 자연 암초에 필적하게 된다.
난파선이 많은 나라들
영국 제도는 유럽에서 난파선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해역에는 약 4만 척 난파선이 흩어져 있으며, 각각의 난파선은 저마다의 생태학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양 생태학자이자 공인 스쿠버 다이빙 강사로서 나는 상선, 군함, 어선 등을 탐사할 수 있었고, 이 모든 배는 서서히 그 자체로 하나의 서식지로 변모해 갔다.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는 스코틀랜드 본토 북쪽 해안에서 떨어진 오크니Orkney 제도의 스카파 플로 난파선Scapa Flow wrecks이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자침한 독일 함대가 다이버들 성지이자 해양 생물 보고가 된 곳이다.
이 강철 선체는 이제 형형색색 연산호로 뒤덮여 있고 명태, 놀래기, 곰치 등이 그 주변을 배회한다.
영국 남부 도싯Dorset 해안에는 1979년에 침몰한 화물선 에올리안 스카이호Aeolian Sky가 있다. 뒤틀린 선체에는 대구의 작은 친척인 비브피시 떼가 서식하며 바닷가재와 식용 게는 선체 내부 빈 공간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근처에 있는 1918년 침몰한 키아라호Kyarra는 보석말미잘과 해면으로 뒤덮여 있다. 1932년에 침몰한 항공모함 HMS M2도 있다. 지금은 깃털말미잘, 보석말미잘, 히드라충, 해면으로 뒤덮여 있다. 대구와 명태 떼가 잠수함 주변을 맴돌고, 놀래기, 망둑어, 그리고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오징어는 선체를 산란 장소로 이용한다.
영국 남부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더 가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난파선 다이빙 장소들이 데번Devon 주 플리머스 사운드Plymouth Sound 주변에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침몰한 HMT 엘크Elk와 제임스 이간 레인James Eagan Layne은 명태, 놀래기, 갑각류의 활기 넘치는 오아시스가 되었고, 연산호와 말미잘이 강철 선체를 뒤덮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04년 인공 암초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침몰시킨 HMS 스킬라호Scylla다. 이제는 자연 그대로의 난파선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곳에 서식하는 바닷가재, 바다 민달팽이,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 떼는 생태계, 보존, 그리고 인간의 역사가 바닷속에서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멀리 떨어진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인근 홍해에 있는 또 다른 영국 상선인 티슬레고름호Thistlegorm는 도미, 그루퍼, 심지어 바다거북까지 서식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명소가 되었다.
생명체는 새로운 서식지를 빠르게 개척한다.
난파선은 해양 생물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생태적 기회로 바꾸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단단한 구조물은 특히 남획, 해안 개발, 그리고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자연 암초가 손상된 해양 지역에서 매우 중요하다.
난파선은 안정적인 환경과 다양한 종의 서식지를 제공하는데, 이는 해양 동물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두 가지 요소다. 수십 년에 걸쳐 난파선은 박테리아부터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에 이르기까지 전체 먹이 사슬을 지탱할 수 있다.
난파선은 안정적인 환경과 다양한 종의 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제공하는데, 이는 해양 동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두 가지 요소다. 수십 년에 걸쳐 난파선은 박테리아부터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에 이르기까지 전체 먹이 사슬을 지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계는 우리에게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해양 생물이 환경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뜻밖의 실험실이라는 점이다.
난파선은 생명체가 새로운 서식지를 얼마나 빠르게 개척하고 활용하는지 보여주며, 다른 지역의 복원 사업에 필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문화적, 생태적 유산
특별한 해양 역사를 지닌 영국에게 난파선은 국가 역사 일부이기도 한다. 난파선은 전쟁, 무역, 탐험 역사를 상기시켜 줄 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재생하는 바다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이버들은 번성하는 해양 생물이 금속, 나무, 화물을 다시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헤엄치는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산호초가 감소함에 따라 난파선과 인공 암초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난파선과 인공 암초가 열대 지방 거대한 산호초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서식지 보호를 소홀히 하는 구실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난파선은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서 피난처, 연구 장소, 그리고 회복력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우리에게 바다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초대한다. 바다를 쓰레기 투기장이 아니라, 상실과 파괴조차도 새로운 생명으로 재창조될 수 있는 영역으로 말이다.
인류 과제는 역사의 우연에서 벗어나 의도적인 복원 행위로 나아가 해양 생태계가 번성하는 데 필요한 보호를 받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Provided by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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