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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5

"애급에서 직수입한 궐련" 개화기 조선을 물들이는 수입산 열풍 1900년대, 개화 바람을 그득 쐰 분들의 니즈를 맞춰줄 외제품이 이 땅에 슬슬 들어오기 시작한다. 곰방대 대신 종이로 도르르 담뱃잎을 감싸 만든 지권련紙捲煙이 서울 개화신사들의 손에 하나 둘 들리게 되는데, 개중 특히 인기있던 것 같은 담배가 바로 '애급지권련', 곧 이집트 담배였다. 이 사진은 경성 정동의 수입상 대창양행에서 낸 애급지권련 광고다. 카이로의 '바피아듸쓰' 상회에서 낸 진짜 이집트 담배라고 하면서 손님을 끄는데, 상자에 붙은 이집트 정부 인지를 확인하라는 걸 보니 그때도 가짜가 적잖이 나돌았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 담배 꼬나문 수염쟁이 아저씨 옆모습이 우리네 조상께서 처음 접했을 '이집트'의 이미지였던 셈인가. 누구 솜씨인지 특징을 퍽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 편집자주 *** .. 2023. 2. 15.
萬發이 폭격한 경복궁 덤성덤성 콱 다문 꽃이 있기는 하나 이 정도면 망발이다. 경회루는 특히 더 그러해 지금 아니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 풍광이 펼쳐진다. 봄은 만발이요 망발이며 산발이다. 수양버들 치렁치렁 녹음 드리운다. 연못 내려 꽃힌 건물채가 오늘따라 더욱 뚜렷이라 용궁을 선물한다. 괜한 서두름에 일찍 핀 산수유 생강 흐느적이고 철 만난 개나리 앵도 오르가즘이다. 누가 할미라 했던가? 이토록 찬란한 할매 있었던가? 봄 담은 처녀 가슴 울렁울렁일 뿐 2019. 4. 7.
살구 가지 끝에 보이는 붉은빛 한시, 계절의 노래(303) 이른 봄 두 수[春早二首] 중 첫째 [金] 단계창(段繼昌) / 김영문 選譯評 물고기 수면에 뜨고오리 머리 녹색인데 아지랑이 티끌 날리며회오리바람 솟구치네 울타리 뒤에 자리 잡은서산의 산가에는 살구나무 끝가지에붉은 빛 처음 보이네 魚兒水汎鴨頭綠, 野馬塵飛羊角風. 西崦山家籬落背, 杏梢初見一分紅. 매화가 지고 나면 이제 천지 곳곳에 꽃잔치가 벌어진다. 모든 봄꽃이 찬란하게 온 산천을 뒤덮는다. 살구꽃도 꽃잔치에 참여하여 어여쁜 얼굴을 뽐낸다. “묻노니 술집은 어디에 있느뇨? 목동이 저 멀리 살구꽃 마을 가리키네.(借問酒家何處在, 牧童遙指杏花村.)” 만당(晩唐) 두목(杜牧)의 절창 「청명(淸明)」이다. 비오는 봄날 술 고픈 나그네 앞에 살구꽃 마을(杏花村)이 멀찌감치서 환하게 다가선.. 2019. 3. 21.
비 되어 날리는 꽃 서러워 한시, 계절의 노래(302) 꽃을 곡하다[哭花] [唐] 한악(韩偓. 842?~923?) / 김영문 選譯評 향기로운 꽃망울늦게 필까 근심 했더니 지금 벌써 요염한 홍색땅에 져서 시들었네 정이 있는 사람이면어찌 울지 않으랴 한밤중 비바람 불 때서시를 장송하네 曾愁香結破顔遲, 今見妖紅委地時. 若是有情爭不哭, 夜來風雨葬西施. 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꽃비를 뿌린다. 꽃비는 꽃의 죽음이다. 찬란하지만 애잔하다. 지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우리의 꽃 시절도 쏜살 같이 지나갔다. 개화(開花)가 있으면 낙화(落花) 또한 피할 수 없다. 꽃이 피거나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우리는 꽃이 피면 기뻐하고 꽃이 지면 슬퍼한다.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듯 분분히 쏟아지는 꽃비를 가슴 아파한다. 《홍루몽』 가.. 2019. 3. 18.
서둘러 간 경주의 봄 유별나게 뜨거운 지난 여름 여파인지, 봄 같은 겨울이 계속하더니, 저 남녘에선 때 이른 개화 소식이 심심찮게 전해온다. 통도사 매화가 피었다고도 하고, 장성 땅에서는 납매가 지독스런 향기를 뿜는다 하며, 제주 땅 동백은 땅에다 떨기를 자욱히 떨구었다고도 한다. 나 역시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봄을 맞으러 마음이 먼저간다. 경주를 먼저 가본다. 사쿠라 만발한 대릉원 앞길을 달려 본다. 올 봄에도 어김없이 짙노랑 잔디 너머로 목련이 필 것이요 그럴 즈음이면 저 황남대총 중앙을 차지한 저 목련은 저 장면 담으려는 고함 소리 떠날 날이 없을 것이며, 첨성대 역시 목련이 덮치지 아니하겠는가? 그때가 되면, 나는 여느 봄에 그랬듯이 불국사를 오를 것이요, 그에서 빼곡한 목련 사이로 삐죽한 석가탑 맞이할 것이로대 갖은.. 2019.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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