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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성균관 은행단풍 가방을 열고 사진기를 찾았다. 뿔싸 정작 카메라만 없더라. 렌즈만 잔뜩 쑤셔박아 왔더라.낭패다. 오늘 아니면 다시 내년 가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내가 아는 은행나무 단풍은 그렇게 언제나 내 곁을 떠나갔다. 첫사랑처럼, 둘째 사랑처럼, 그리고 셋째사랑처럼 말이다.뭐 어쩌겠는가? 이빨이 없으니 잇몸으로 때워야지 않겠는가? 다행히 근자 폰을 갤놋나인으로 교체하고, 몇번 시험 가동해 보니 그런대로 땜빵은 하더라.성균관이다. 공자를 모신 학당이요 제전祭..
마른비처럼 쏟아지는 낙엽 한시, 계절의 노래(212)낙엽(落葉)[宋] 애성부(艾性夫) / 김영문 選譯評맑은 서리 즈믄 숲마르게 하니누런 잎이 만 가지 춤추려 하네한밤 내내 북창에서잠 자는데마른 비 오는 소리우수수 들리네淸霜槁千林, 黃葉欲萬舞. 一夜北窗眠, 瀟瀟聽乾雨.서리 맞은 단풍 잎은 이제 곧 천지 간을 휘돌며 찬란한 춤을 출 것이다. 양만리에 의하면 그건 하늘 술을 훔쳐 먹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는 단풍의 취후(醉後) 난무(亂舞)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술주정에 어..
애끓는 청남대서 꼭 가야 한다는 윽박은 없었다. 그래도 이맘쯤 본 그곳이 하도 강렬해 그저 보고싶었노라 말해둔다. 다만 그때랑 조금은 다른 코스를 골랐으되 여전히 대청호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청주 시내에서 대청호를 향해 달리다 왼편으로 다리 건너 대통령 별장인지 뭔지 있다는 청남대 방향으로 튼다. 햇볕 은어처럼 튀기는 호수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나니 숲 터널이다. 그 위상 녹록치 않은듯 해 차 세울 만한 곳에 잠시 똥차 주차하곤 내가 갈 길, 내가 지난 길 번갈아..
Changdeokgung Palace 昌德宮, Seoul
단풍 바다 창덕궁과 후원 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
가을 쓰나미 덕수팰리스 마뜩한 까닭은 없다.그냥 연노랑 보고파 올랐노라 해둔다.에스프레소 한 잔 때린다.저 아래로 눈을 깐다.푸르름 채 가시지 않아 마누라한테 야구 빠따로 얻어터져 생긴 멍이라 해둔다.그래서 물감 뿌린 덕수궁은 가을이 멍이다.쉬 자국 가시지 않는 그 멍이다.
Jogyesa Temple in Full Autumn
가을 만발한 경복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