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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서리 애도하며 까치에 부치노라 동산 우로 해가 뜨려한다. 서리 찾으러 나간다. 때는 같은데 서울선 이런 서리 만나기 좀체 어려우니 이때 물리도록 봐준다. 간밤엔 별이 빛났더랬다. 차가울수록 겨울 하늘은 별이 쏟아지는 법. 나보다 늦게 내려온 조카가 이르기를..별이 비처럼 쏟아졌단다 김천 하늘도 그렇더란다. 오리온자리 허리띠 완연하나 폰카로 담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인가? 아침 이슬이 곱다. 철고리가 쩍쩍 달라붙을 농촌 겨울이나 이젠 그런 철고리 사라진지 오래다. 폐타이어 우로 서리가 꽃을 피웠다. 추상이다. 칸딘스키 피카소 제아무리 재주 부린대도 서리를 따를 수 없다. 번데기 앞 주름에 지나지 않는다. 살피니 뭐 굼벵이 같기도 하고, 슈퍼맨 흐물맨으로 만든다는 크립톤인지 암튼 그런 결정 같다. 겨울은 결정인가? 메주가 마르는지 비틀어.. 2018. 12. 15.
백낙천 <밤에 내린 눈[夜雪]> 한시, 계절의 노래(225) 밤 눈[夜雪] [唐]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이상하게 이부자리 싸늘도 하여 다시 보니 창문이 환하게 밝다 밤 깊어 내린 눈 무겁게 쌓여 대나무 꺾이는 소리 때때로 들린다 已訝衾枕冷, 復見窗戶明. 夜深知雪重, 時聞折竹聲. 겨울에도 푸른 색깔을 변치 않고 추위를 견디는 대표적인 나무가 대나무와 소나무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소나무는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그 절개를 칭송받아 왔다. 이 중 대나무는 사군자와 세한삼우에 모두 들어간다. 이미 『시경(詩經)』 「기욱(淇澳)」 편에 “푸른 대나무 무성하네(菉竹猗猗)”라는 표현으로 대나무를 군자의 의젓한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게다가 위진(魏晉)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대숲에 모여 청담(淸談)을 주고받으며 지조를 드높였고.. 2018. 12. 15.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가 많네요" 12.14 차관급 인사의 일단면 듣기로 오늘 정부 차관급 인사는 애초 오늘 오후 3시 발표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제 저녁 우리 공장에서 오늘 중으로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고 기사가 나가고, 나아가 동아일보 오늘 아침자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청와대는 그 발표를 오전 11시를 기해 풀었다. 이럴 때 보통 정부나 청와대에서는 미리 자료플 언론에 배포한다. 사전에 하되, 그 공개 시점은 나중 특정 시점으로 정하는데, 이를 엠바고(embargo)라 한다. 기사 준비 시간을 배려하기 위함인데, 오늘은 내 기억에 엠바고 시점보다 대략 한 시간 정도 빠른 시점에 차관급 인사 내용이 언론사에는 뿌려졌다. 그 명단을 나 역시 우리 문화부원들한테 미리 돌렸다. 그에는 신임 차관별 간단한 약력이 정리돼 있다. 나이와 출생지, .. 2018. 12. 14.
16명을 갈아엎은 문재인 정부 2기 차관급 인사 14일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16명이나 얼굴이 바뀌었으니 대규모다. 정치부가 아닌 내가 무에 정부 전반 차관급 인사에 관심이 많겠는가? 다만, 우리 공장 문화부장인 나로서는 그런대로 이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었느니, 이 문화부가 커버하는 정부부처로는 가장 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그 교체 대상에 오르내린 까닭이었다. 문체부에는 차관 둘이 있다. 개중에서도 체육이 주된 업무인 노태강 제2차관은 당분간 그대로 간다는 소문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나종민 1차관은 교체된다는 말이 무성했다. 문재인 정부 탄생 과정에 이미 관여한 그는 집권 1년차가 넘어서면서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근자인지, 내가 듣기로 문체부에서는 나 차관 말고도 노 차.. 2018. 12. 14.
눈이 오려나? 한시, 계절의 노래(224) 눈이 오려나(雪意) [宋] 주희 / 김영문 選譯評 저녁 무렵 뜬 구름이 사방에 평평하더니 북풍이 노호하며 새벽까지 불어대네 추운 창에 온 밤 내내 정신 맑고 잠이 안 와 삼나무 대나무 잎에서 나는 소리 듣고 있네 向晚浮雲四面平, 北風號怒達天明. 寒窗一夜淸無睡, 擬聽杉篁葉上聲. 나이가 들어서 잠이 없어진 것일까? 정좌(靜坐)에 들어 격물치지(格物致知)하느라 밤을 꼬박 새운 것일까? 삼나무와 대나무 잎새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천지자연의 리(理)를 알리는 자명종일까? 과연 격물을 통해 치지에 이를 수는 있을까? 왕양명(王陽明)은 정좌를 통해 대나무를 바라보며 격물을 추구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병만 얻었다. 이에 리(理)는 물(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심(心)에 있을 .. 2018. 12. 13.
뭐든 크고 보는 중국, 불알도 크다 중국은 뭐건 크고 본다. 대따시 커서 오만잡것도 다 크다. 불알도 커서 난공불락이다. 남경(南京) 인근 단양(丹陽)은 남조 육조시대 황가 공동묘지가 있던 곳이다. 제왕 무덤은 거의가 도굴 등으로 사라지고 그 능묘를 장식한 석조물인 석각(石刻) 일부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이를 남조능묘석각(南朝陵墓石刻)이라 통칭한다. 그곳에 남제(南齊) 명황제(明皇帝) 소란(蕭鸞, 452 ~ 498, 재위 494~ 498) 무덤 흥안릉(興安陵)이 있어, 소개하는 저 거대한 기린 혹은 천록(天鹿)이라 칭하는 장식물 중 하나다. 그 불알을 본다. 끄터머리가 날아갔다. 아까비! 얼마나 큰지 실감이 안난다. 스케일 바가 없어서다. 그래서 방법을 썼다. 손을 썼다. 손을 쓰면 서기 마련인 까닭이다. 두툼하다. 우리도 좀 크게 .. 2018. 12. 13.
동아시아 세계를 지배한 월드스타 소동파 문화사 관점에서 동아시아 세계 최초의 월드스타는 단연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였으며, 그 뒤를 이은 이가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이라는 말을 나는 여러 번 했다. 백낙천이 등장하고, 그가 장한가(長恨歌)를 발표하자, 동아시아 세계는 열광했다. 그는 당대의 기린아였다. 장한가와 비파행(琵琶行)를 비롯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면, 그 소식은 삽시간에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의 시집은 금새 바다를 건너 신라로, 그리고 일본 열도로 퍼졌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보면, 좀 산다는 왜놈들은 병풍마다 장한가 그림으로 떡칠했음을 엿본다. 그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 소동파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의 적벽부(赤壁賦)는 동파를 각인한 최고의 히트 송이었.. 2018. 12. 12.
굴불사지 십일면관음상 Avalokiteshvara with Eleven Faces  Avalokiteshvara with Eleven Faces at the Site of Gulbulsa Temple, Gyeongju Unified Silla Period (668~935 AD.) 경주 굴불사지 십일면관음보살 2018. 12. 12.
Thousand-armed or Hedgehog Avalokiteshvara? 어제인가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출품작 중 천수관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기회가 닿으면, 프랑스 파리 소재 동양전문박물관인 기메박물관 소장 '진짜 천수관음'을 소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진짜라고 하는 까닭은 천수관음은 팔이 천 개인 관음을 말하지만, 여러 이유로 실제 그것을 구상할 때는 고작 손이라고 해 봐야 마흔개 혹은 마흔두개에 지나지 않지만, 이건 진짜로 팔 천개를 만들고자 한 까닭이다. 물론 이것도 실제 팔은 갯수 천 개는 되진 않겠지만, 마흔개 어간으로 깔짝깔짝 대면서 천수관음입네 하는 다른 것들을 압도하고 비웃는다. 그렇다면 이 천수관음 정체는 어떠한가? 박물관 설명문은 이렇다. Avalokiteshvara à mille bras VietnamFin 18e-début 19 siecleB.. 2018. 12. 12.
"인간아, 넌 잠도 없냐?" 한시, 계절의 노래(223) 추운 밤(寒夜) [淸] 원매(袁枚) / 김영문 選譯評 추운 밤 책 읽다가잠조차 잊었는데 비단 이불에 재만 남고향로에는 연기 없네 고운 사람 화가 나서서책 빼앗으며 낭군님아 지금 한밤몇 시인지 아시나요 寒夜讀書忘却眠, 錦衾香燼爐無煙. 美人含怒奪書去, 問郞知是幾更天. 책 읽기에 미친 사람을 서치(書癡)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책바보’ 또는 ‘책벌레’ 정도로 번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치(癡)’ 자 속에는 매우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멍청하다’, ‘굼뜨다’, ‘미치다’, ‘빠져들다’, ‘천진하다’, ‘병적이다’, ‘집중하다’, ‘정을 쏟다’ 등등... 책에 빠져들어 ‘치(癡)’의 상태에 이르면 이런 각종 증세를 드러낸다. 중국 현대 작가 중에서 서정 수필로 유명한.. 2018. 12. 12.
먹 갈라 게으른 종 부르니 귀 먹은 척 대꾸도 않네 국립중앙박물관 주최 '대고려전' 매장을 돌다가 이 고려청자 3점을 마주하고선 무심히 지나치려 했다. 상설전시실 있는 걸 내려다봤구만 했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류 고려청자는 수량이 적지는 하지만, 그 폼새가 뛰어나다 해서 이런저런 자리에 자주 불려나가는가 하면, 특히 국립박물관에서는 상설전시품으로 빼는 일이 없는 까닭이다. 특히 맨 왼편 소위 '동자 연적(童子硯滴)'은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었다. 하긴 저들 석 점 다 내 눈에 익기는 했다. 저 비스무리한 연적을 어디서 봤을까나는 차지하고, 그리 무심히 지나치면서 안내판을 읽어보니, 어랏? 석점 모두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서 빌려왔네? 어쭈구리? 여튼 우리 국박은 일본이라는 사족을 못 쓰니, 뭐, 이래저래 교유도 많고, 서로 먹고 살아야 하니.. 2018. 12. 12.
북두로 은하수 길어 끓이는 차 인월대(隣月臺) [高麗] 진각 혜심(眞覺慧諶) 높디높디 솟은 바위 몇길이나 되는지 위에 선 높은 누대 하늘 끝과 닿았네북두로 은하 물 길어 차 달이는 밤 차 끓는 김 찬 달속 계수나무 감싸네 巖叢屹屹知幾尋, 上有高臺接天際. 斗酌星河煮夜茶, 茶煙冷鎖月中桂. 인월대가 어딘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그 의미를 미루어 달[月]과 인접[隣]하는 곳에 세운 누각이라 했으니, 아마도 제법 높은 언덕이나 산꼭대기에 세운 건축물 아닌가 한다. 혹 그 실체를 아는 분은 가르침 구한다. 이 시 첫 두 구절 '巖叢屹屹知幾尋, 上有高臺接天際'는 제목도 그렇고, 그 묘사하는 내용으로 보건대 인월대라는 누각을 묘사한 것이어니와, 이로써 보건대 인월대는 바위산 꼭대기에 세웠다. 이런 곳에서 어느날 밤 혜심은 차를 달였나 보다. 마침 .. 2018. 12. 12.
눈발에 푸른 대나무 옥가지 걸치니 한시, 계절의 노래(222) 눈을 마주하고(對雪) [唐] 고변(高駢) / 김영문 選譯評 육각형 눈꽃 날려 문 안으로 들어올 때 청죽이 옥 가지로 변하는 걸 바라보네 이 순간 기쁜 맘에 높은 누대 올라 보니 인간 세상 온갖 험로 모두 희게 덮여 있네 六出飛花入戶時, 坐看靑竹變瓊枝. 如今好上高樓望, 蓋盡人間惡路岐. 눈이 내리면 대개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눈을 처음 보는 아이들조차 즐거워한다. 왜 즐거워할까? 거의 육십 평생을 살아왔지만 잘 모르겠다. 빙하시대의 어떤 기억이 인류의 유전자 속에 남이 있는 것일까? 비보다 가볍고 포근한 느낌 때문일까? 차별 없이 펼쳐지는 드넓고 흰 천지에서 안온함과 평등함을 감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이유가 작용하는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지 못하겠다. 눈이 내.. 2018. 12. 11.
제국의 최후, 울부짓는 마지막 황제 수(隋) 제국 마지막 황제인 황태주(皇泰主)는 글자 그대로는 ‘황태皇泰’라는 연호를 쓴 왕조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수 제국 마지막 황제지만, 실은 허울에 지나지 않은 꼭두각시였다. 본명은 양동(楊侗), 죽은 뒤에 얻은 이름인 시호諡號는 공황제(恭皇帝)였으니, 황제 시호에 ‘恭’자가 들어간 글자 치고 끝이 좋은 이가 없다. 604년, 수 제국을 개창한 문제(文帝)의 증손이면서, 2대 황제 양제(煬帝)의 손자로 태어나 619년 7월에 사망했다. 그가 재위한 기간은 618년 6월 22일 이래 이듬해 5월 23일이니, 11개월 남짓하다. 재위 기간 황태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아버지는 원덕태자(元德太子) 양소(楊昭)이니 그의 둘째 아들이다. 어미는 소유량제(小劉良娣)다. 양동은 월왕越王에 책봉되어 동도東都인 낙양.. 2018. 12. 11.
포박捕縛당한 천수관음千手觀音 천수관음千手觀音은 팔이 천 개나 달린 관음보살이란 뜻이다. 그의 팔은 가제트의 그것이다. 팔이 그만큼 많으니, 그 팔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데 이 천수관음을 흔히 영어로는 Thousand-armed and Thousand-eyed Avalokiteshvara라고 하거니와, 아발로키테슈바라가 관음보살에 대한 산스크리트어에 가까원 소리 표기다. 이를 보면 이는 천수천안관음千手千眼觀音인 셈이다. 두 개의 싸우전드 중 어디에서 방점을 두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나는 후자에다가 방점을 더 짙게 찍고 싶다. 관음보살을 흔히 지혜의 상징으로 간주하거니와, 그의 이런 특징은 arm보다는 eye에 나타나지 않을까 해서다. 천수천안관음은 불교의 여러 갈래를 말할 적에 흔히 밀교 전통이 강한 것.. 2018. 12. 11.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특별전 단상(1) 많다. 몇 점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시품이 많다.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없지는 않다. 전시품이 지나치게 많으면 그에 따른 피로감도 없지는 않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고, 나아가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그에 따른 '민족통합'의 당위성을 선전 홍보하는 도구로 역사에서 고려만한 안성맞춤한 소재가 있었던가? 그런 시대 정신에 부응하고자 했음인지, 이번 전시는 '대고려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으니 말이다. '大'한 고려전이라 했으니, 그에 걸맞는 전시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음인지, 그와 직접 관련하거나 그럴 법한 명품으로 참으로 많은 것을 가져다 놓았으니, 이를 어찌 소비할지는 순전히 관람객 몫이리라. 그래서 한편에서는 이 '대고려전' 특별전시실은 특별전이 아니라, .. 2018. 12. 10.
주희(朱熹) <매화를 읊은 절구 두 수[梅花兩絶句]〉 매화를 읊은 절구 두 수[梅花兩絶句] [南宋] 주희(朱熹, 1130~1200) / 기호철 譯 개울가 매화꽃도 이미 피었으련만 溪上寒梅應已開 친구는 한 가지 꺾어 보내질 않네 故人不寄一枝來 하늘 끝에 어찌 향기론 꽃 없을까 天涯豈是無芳物 무심한 그대 향해 술잔을 든다오 爲爾無心向酒杯 깊은 골짜기에 졸졸 시냇물 흘러가고 幽壑潺湲小水通 초가엔 보슬비 오는데 대울도 없구나 茅茨煙雨竹籬空 울 가 매화나무엔 꽃이 흐드러졌는데 梅花亂發籬邊樹 앙상한 가지에 붙어 북풍 원망하는 듯 似倚寒枝恨朔風 2018. 12. 10.
주희(朱熹, 1130~1200) <세모[殘臘]〉 세모[殘臘] [南宋] 주희(朱熹, 1130~1200) / 기호철 譯評 겨울 끝자락에 봄볕이 생겨나고 殘臘生春序 지루한 궂은비 세밑이 다해간다 愁霖逼歲昏 꽃망울 곱고도 산뜻한 꽃 피우고 小紅敷艶萼 갖가지 신록이 해묵은 풀 덮도다 衆綠被陳根 깊은 골짝 샘물이 졸졸 흘러오니 陰壑泉方注 들판 물은 콸콸 흐르려 하는구나 原田水欲渾 농가에서는 봄농사 때 닥쳐오니 農家向東作 온갖 일들이 사립문에 모여드네 百事集柴門 《주자대전》 권1에 수록된 시다. 연말에 봄이 다가오는 농촌을 담담하게 읊은 시이다. 3행 소홍(小紅)은 연분홍빛 꽃망울을 이르는 말이다. 6행 혼(渾)은 큰 물줄기가 흐르는 의성어이다. 2018. 12. 10.
연꽃 가지 붙잡고 동자가 뛰어노는 불경 케이스 동자 무늬 경갑[금동동자유희문경갑·金銅童子遊戯文經匣] 고려高麗 12~13세기, 금동金銅, 높이 9cm 미국 보스턴박물관(미술관) 소장 Sutra Case with Design of Young BoysGoryeo, 12~13th Century Guilt Bronze, H. 9cm Housed at 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 U.S.A. 2018년 12월 9일 현재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 중인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Goryeo: The Glory of Koea)'에 전시 중이다. 그 도록에 의한 이 유물 설명은 다음과 같다. 불경 혹은 다라니를 넣었던 작은 금동 용기이다. 여닫기 편하게 만들어졌고 뚜껑 위에 고리가 있어서 어딘가에 달았던 것으로 보.. 2018. 12. 10.
문화재행정의 요체는 빗금을 없애고 선을 긋는 일이다 꼭 8년 전 오늘인 2012년 12월 9일, 나는 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앞 사진을 게재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종래의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보이는 경고문입니다. 지금도 이런 식의 협박 경고문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 바꿔야 합니다. "개 조심...물려도 책임 안짐" 이런 식의 경고문이 가뜩이나 걸림돌 취급받는 문화재에 더 해악을 끼칩니다. 아마 이 경고판은 그 무렵 내가 함안 성산산성 발굴현장 취재를 갔을 적에 찍어둔 것이려니와, 이 무렵 나는 저와 같은 문화재보호구역이라든가 발굴현장 등지에 세워놓은 각종 안내판에 보이는 위압적인 문구들에 대한 문제를 집중 지적했거니와, 이를 계기로 당시 문화재청에서는 저와 같은 협박성 문구를 더는 적지 말라는 공문까지 현장에 내려보낸 것으로 안다. 그래서.. 2018. 12. 9.
적대적 변용, 아주아주 편리한 주어 바꿔치기의 유혹 불교가 중국에 상륙한 이후 초반기 선두에 서서 그와 쟁투한 흐름은 유교보다는 실은 도교였다. 구겸지(寇謙之·365~448) 시대 북위 도무제(道武帝)가 불교를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은 것도 그 뒤를 추동한 세력은 도교였다. 대(對) 불교 투쟁은 당말(唐末)이 되면서 새로운 흐름이 전개되거니와, 유교가 본격 가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자성리학은 실은 한유(韓愈·768~824)를 시발로 삼거니와, 그 성리학이 한유에게 배운 것은 격렬한 불교 혐오주의였다. 이 《파사론破邪論》은 글자 그대로는 사악함을 깨뜨린다는 뜻이거니와 법림(法琳·572~640)이 말한 사악함은 주로 도교였다. 도불(道佛) 투쟁사에서는 《법원주림(法苑珠林)》과 더불어 너무나도 중요한 문헌이다. 우리는 도교를 향한 극혐을 통해 역으로 당시 .. 2018.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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