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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털고 피운 황금빛 꽃 한시, 계절의 노래(281) 영춘화(迎春花) [宋] 왕안중(王安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엄동에 쌓인 눈다 털어내고 가지 가득 황금빛색칠하누나 메마른 덩굴에서밝은 꽃 피워 동풍에 첫 번째로향기 뿜누나 拂去隆冬雪, 弄作滿枝黃. 明花出枯萎, 東風第一香. 초급중국어 수업 때 개나리를 ‘잉춘화(迎春花: 영춘화)’로 배웠다. 나는 근래까지도 개나리가 영춘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독일 출신 중문학자를 만나, 그와 번역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영춘화’가 개나리가 아니라 별도의 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믿을 수 없었으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춘화와 개나리의 학명이 다름을 확인했다. 개나리는 ‘Forsythia suspensa(Forsythia koreana)’가 라틴 학명이고 중국어로는 ‘롄차.. 2019. 2. 27.
강물 얼음 걷히자 피어나는 버들 한시, 계절의 노래(282) 강위에 눈이 개다[江上雪霽] [宋] 주숙진(朱淑眞, 1135?~1180?) / 청청재靑靑齋 김영문 選譯評 강물에 얼음 녹자초록 비늘 일어나고 들판은 깨끗해져연무 먼지 드무네 남쪽 북쪽 다리 곁에봄바람 불어오니 버들색 푸릇푸릇봄빛이 새나오네 江水冰消起綠鱗, 川原蕩滌少煙塵. 風吹南北溪橋畔, 柳色參差欲漏春. 내가 자란 동네는 산골이지만 마을 앞뒤로 냇물이 흘러서 그렇게 궁벽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앞개울은 앞거랑, 뒷개울은 뒷거랑이라 불렀다. 앞거랑보다 뒷거랑이 훨씬 크고 넓다. 물고기 잡고 수영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혔다. 대학 진학 이후 해수욕장에 갔을 때 수영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드물어서 좀 놀란 적이 있다. 개나 소도 수영을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수영을 못 .. 2019. 2. 27.
An Encounter with Ramesses II In Memphis 그쪽 동네에서는 파라오(Pharaoh)라는 요상한 칭호를 쓰는 왕 중에서 람세스 2세(Ramesses II)를 자칭하는 이가 있어, 동양의 생불(生佛)을 조우하더니, 추풍낙엽처럼 스러지고 말았다. 이집트라 일컬은 그쪽 동네에선 저가 오야붕일지 모르나, 오리엔트 특급 앞에선 여지없이 무너졌다. 2019. 2. 27.
9개월만에 단기속성으로 뚝딱 해치운 경기전(慶基殿) 공사 전통시대 건축공사와 관련해 하도 말도 되지 않는 낭설이 작금 우리 문화재업계에서 횡행하거니와, 그런 낭설을 대표할 만한 생각 하나가 우리 선조들은 진짜로 건축물을 정성들여 잘 지었으며, 그리하여 10년, 20년 걸려 그 공사에 쓰는 나무도 베어서 갈라지지 않게끔 잘 건조했느니, 기와며 벽돌 같은 다른 건축 자재들도 그리 소중하게 갈라 터지지 않게끔 잘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낭설은 첫째, 소위 문화재 현장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튀어 나오며, 둘째 그런 말을 버젓이 하는 자들이 하나같이 문화재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들이라는 점에서 오류가 신화로 둔갑하는 구실을 한다. 문화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리 떠들어 제끼는데 그런 점에서는 단 한 번도 의심을 품어 보지 않은 일반시민사회 구성원들이야 "진짜로.. 2019. 2. 26.
대낮처럼 밤을 밝힌 등불 한시, 계절의 노래(283) 대보름에 등불을 즐기다[上元玩燈] 첫째 [宋] 백옥섬(白玉蟾, 1194~1229)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벽옥이 무르녹아만 리 하늘 이루었고 온 성안 비단 옷들봄 어여쁨 다투네 황혼 뒤 버들 끝엔달님이 걸려 있고 야시장에 펼친 등불대낮처럼 환하네 碧玉融成萬里天, 滿城羅綺競春妍. 柳梢掛月黃昏後, 夜市張燈白晝然. 대보름날 밤의 색채감을 찬란하게 묘사했다. 첫째 구(起句)는 밤하늘 벽옥색이다. 둘째 구(承句)는 온갖 비단 옷의 현란한 색깔이다. 셋째 구(轉句)는 황혼 뒤 버드나무 끝에 떠오른 보름달의 황금색이다. 넷째 구(結句)는 대보름을 즐기기 위해 야시장에 환하게 켜놓은 등불의 붉은색이다. 중국에서는 대보름을 등절(燈節)이라고도 부르므로 이날 밤은 그야말로 채색 페스티벌이다... 2019. 2. 26.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16) : 함께 묻힌 먼 옛날 그 시절 부부-연인들 (1) 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이제 라키가리 공동묘지에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 했던 몇가지를 써 보겠다. 사실 무덤 발굴 현장에서 남편과 아내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함께 묻힌 것을 찾는 경우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회곽묘 발굴현장을 조사해도 내가 아는 한 이런 무덤은 수두룩하게 나온다. 대개 넓게 묘광을 파고 그 안에 남편과 아내의 관을 함께 안치한 무덤이다. 모든 무덤이 이런 부부합장묘인 것은 아니지만 꽤 드물지 않게 발견 되므로 전공학자들에게는 별로 신기할 것이 없는 케이스 일 것이다. 우리나라 묘지 발굴 때 흔하게 보는 조선시대 부부합장묘. 하지만 이런 부부합장묘도 세계적으로 뜻밖의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Lovers of Valdaro" 이 한쌍의.. 2019. 2. 26.
Gyeongju and Silla Blooming with Barley Flagpole Supports in front of Bunhwangsa Temple at Guhwangdong, Gyeongju Unified Silla Dynasty Period ( 668~ 918 AD ) Photo by Seyun Oh 慶州九黃洞幢竿支柱 매년 이맘쯤이면 유채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경주 분황사 앞뜰에 보리가 파릇파릇하다. 아직 이파리엔 황달기 채 가시지 아니했지만, 이내 마누라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로 몇 대 얻어터진 남편 등짝마냥 시퍼래래지리라. 그 파란 아래로 깔고는 아지랑이도 피어오르리라. 그래 봄은 멍이다. 2019. 2. 25.
아카데미상 시상식으로 더 정신없는 월요일 내 짧은 부장질 경험에 의하면 매주 월요일, 특히 그 오전은 언제나 정신이 사납다. 이리저리 밀려드는 기사는 제대로 된 데스킹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게 아니라 해도, 가뜩이나 우리 공장 편집국 부장들은 거개 사정이 이래서, 스스로 말하기를 "송고키 누르는 기계"라 자조하기도 한다. 그런 오늘은 일정이 더 사나웠으니, 한국시간 오전 10시 미국 LA에서 올해 제9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 공장은 LA에 특파원이 있다. 따라서 특파원이 처리하면 될 일이라 하겠지만, 업무 특성을 따져, 서울 본사에서 처리할 것은 처리한다. 미국 중심 아카데미 시상식이야 워낙 대중성을 추구하는 까닭에 예술성 위주인 칸 영화제와는 결이 왕청나게 다르다. 이런 영화제를 안이하게 L.. 2019. 2. 25.
Shosoin (正倉院, 정창원), a treasure house from ancient japan 정창원 (正倉院) 은 연중 한 번 대외에 개방한다. 매년 가을 정창원 특별전이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열릴 즈음 대략 2주간이다. 박물관을 떠나 정창원을 찾아간다. 정창원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다. 이 길을 따라가면 정창원이 나타난다. 이 좁은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정창원이 전면을 마주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 전문사진작가 오세윤이 난생 처음 쇼소인을 마주한다는 기쁨에 들떠 발걸음 재촉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정창원인가?이내 사진기 꺼내들고 담기 시작한다. 너만 작가냐? 나도 작가다. 비키! 걸거치는 물건 치우곤 나도 담아본다. 대략 5년만의 재회인가? 다시 보니 더 반갑다. 전경을 담았겠다, 이젠 찬찬히 세부를 관찰할 때라, 들창코 창고다. 중창中倉을 포착한다. 문을 열거라. 무엇인가를 장기간 보관하.. 2019. 2. 25.
하룻밤새 파래진 보리밭 한시, 계절의 노래(284) 우수(雨水) [現代] 좌하수(左河水)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남쪽 습기 북쪽 냉기교전 벌이니 따뜻하다 추워지며풍우 다투네 하루 밤새 천리 보리밭푸르러지고 온 산 젖어 꿈틀대나소리 안 내네 南濕北冷兩交鋒, 乍暖還寒鬪雨風. 一夜返靑千里麥, 萬山潤遍動無聲. 우수는 눈의 계절이 끝나고 비의 계절이 시작됨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우수는 대보름과 겹쳤고 명실상부하게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마침 [원본 초한지]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천안을 지나자 비가 눈으로 바뀌어 온 산천이 새하얀 백설로 덮여 있었다. 눈의 계절과 비의 계절, 습기와 냉기, 따뜻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광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환절기란 말 그대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다. 그러나 계절의 .. 2019. 2. 25.
무속계의 BTS 김금화 큰무당 김금화씨가 지난 23일 오전 5시 57분 향년 88세로 타계했으니, 이 소식을 나는 고인과 친분이 많았던 국립민속박물관 어느 선생한테서 듣고는 문화재 담당 박상현 기자한테 연락을 취했더니, 우리 공장 인천본부에서 이미 기사가 나갔단다. 그러면서 박 기자 왈, "인천본부 기사에 덧붙여 종합기사 하나 쓰겠다"고 했으니, 그것이 아래 우리 공장 기사라. 하늘로 떠난 큰무당…배연신굿 보유자 김금화 별세(종합) 이에서 김금화가 차지하는 위상을 잘 정리했다고 본다. 따라서 자칫 췌언일 수도 있는 두어 마디, 이런저런 곳에서 주어들은 말들을 버무리는 수준에서 그의 장송을 나 나름으로는 대신하고자 한다. 무형문화재 업계에서, 특히 무속계에서 김금화라는 이름은 그 대명사와도 같지만, 어찌된 셈인지 나는 고인과 이.. 2019. 2. 24.
<漢文講座> 삼일三日 vs. 삼개일三個日 일본의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 794~864)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구사한 한문은 여러 모로 군데군데, 그리고 곳곳에서 이른바 콩글리시, 일본식 냄새가 나는 한문 표현이 보이거니와, 그 와중에 내가 그 사례로 주목했던 것이 이 책 본문 첫 대목 다음 문장이다. 承和五年六月十三日午時,第一、第四兩舶諸使駕舶。縁無順風,停宿三個日。 승화 5년 6월 13일 오시에 제1선박과 제4선박에 모든 사절이 승선했다. 순풍이 불지 않아 3日간 정박했다. 나는 처음에는 정박한 기간 3일을 "三個日"이라고 표현한 대목을 일본식 한문으로 여겼다. 한데 엔닌이 왜 이렇게 표현했는가를 이 텍스트 전반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다. 엔닌은 기간과 시간을 구별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위 문장에서 3일간.. 2019. 2. 24.
Todaiji (東大寺, Eastern Great Temple, 동대사 ) Tōdai-ji (東大寺, Eastern Great Temple)[1] is a Buddhist temple complex that was once one of the powerful Seven Great Temples, located in the city of Nara, Japan. Its Great Buddha Hall (大仏殿 Daibutsuden) houses the world's largest bronze statue of the Buddha[2] Vairocana,[3] known in Japanese as Daibutsu (大仏). 2019. 2. 24.
고로칸유적과 나카야마 헤이지로(鴻臚館遺跡と中山平次郎) 역사는 미친 사람들이 개척하기 마련이다. 한데 역사를 통괄하면 그런 미친 사람은 역사학계 내부에서보다는 외부에서 나오는 일이 많다. 일본 고고학계도 보면, 미친 듯한 열정으로 새로운 학문성과를 구축한 사람들은 고고학도가 아닌 일이 더러 있다. 난파궁 유적을 발견하고 보존한 야마네 도쿠다로 박사가 그렇고, 아래에 소개하는 나카야야 헤이지로 박사 또한 그렇다. 나카야마 박사는 의학도로서, 고고학 공부에 매진해 고로칸 유적을 해명했다. 歴史は狂った人々が開拓するものだ。ところが歴史を統括するような狂った人は、歴史学界内部ではなく、外部から出ることが多い。 日本の考古学界も、狂気のような情熱的に新しい調査の成果を構築した人々は、考古学でもではない場合が時々ある。難破宮遺跡を発見し、保存した山根德太郞博士がそうで、以下に紹介する中山平次郎博士も.. 2019. 2. 24.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 4首 중 봄노래인 춘가春歌다. 秦地羅敷女 진나라땅 나부라는 여인采桑綠水邊 푸른 강가에서 뽕을 따네 素手青條上 섬섬옥수 푸른 가지에 올리니紅粧白日鮮 붉은 화장 햇살에 곱기만 하네 蠶飢妾欲去 누에가 배고파요 저는 가니 五馬莫留連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蠶飢妾欲去...누에가 배가 고프데요, 그러니 저는 갑니다. 이 표현에서 태백다운 발상을 보거니와, 그게 아니라 해도, 나부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뽕을 따는 모습을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역시 태백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아래 주석에 보이거니와, 이에 등장하는 나부(羅敷)라는 여성은 특정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뽕 따는 젊은 처자 혹은 유부녀로 항용 등장하는 인물이라, 그는 언제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2019. 2. 24.
파주 감악산 몰자비(沒字碑)를 찾아가는 길 파주 감악산 정상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주둔한 군부대로 차량을 통한 접근에 애를 먹었다. 해발 675미터 정상엔 몰자비(沒字碑)라 해서 글자 그대로 글자가 없거나 혹은 인위로 글자가 지워진 비석 하나가 우뚝 하니 서 있다. 비가 우뚝 선 정상엔 송신탑이 있어, KBS 송신탑이라 하지만, 아마 군부대 통신 관련 시설이 아닐까 짐작하로대, 이곳으로 통하는 산길 포장도로가 있다. 이곳은 군에서 관장하는 까닭에 차량 접근은 난관이 있어 옛날에는 각종 인맥을 동원해야 차량 접근이 가능했다. 그 옛날엔 육사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재 대령, 현 국방문화재연구원장께 부탁해 이 일을 주선토록 부탁드리곤 했다. 이 몰자비는 입지 조건, 그 모양새로 보아 또 하나의 진흥왕 순수비임에 틀림없다. 조선후기 서예 대가요, 정.. 2019. 2. 24.
<3.1절 80주년의 사건> (6) 현승종 사태를 두고 한판 붙은 염소수염과 핏대 그의 연합뉴스 인터뷰가 건국대 안팎에서 심각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발전할 줄이야, 현승종도 몰랐고, 나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공개되자마자, 그를 이사장직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노골화했다. 이로 볼 때, 1993년 이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승종이 건국대 내부에서 적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식민지시대 말기 그의 학도병 강제징집과 그에서 비롯되는 일본군 생활기간 소위 복무 사실은 건국대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총학생회 등을 자극한 기폭제가 되었으니, 이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는 현승종에 대해 이사장 사퇴 압박을 노골적으로 가하기 시작했다. 소위 복무 사실이 친일행위라는 것이었다. 이런 압박에 시달린 현승종은 결국 인터뷰 기사가 나간 지 대략 2개월 만인 1999년 4월 2.. 2019. 2. 24.
하늘 이치에 맡기는 새해 첫날 한시, 계절의 노래(276) 새해[新年] [宋] 유창(劉敞)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눈 녹고 얼음 풀려푸른 봄빛 새어나와 온갖 사물 새로움이취한 눈에 놀라워라 꽃시절이 나는 새 같음을이미 알고 있음에 오로지 이 신세를하늘 이치에 맡겨두네 雪消冰解漏靑春, 醉眼驚看物物新. 已識年華似飛鳥, 直將身世委天均. 사람은 누구나 눈이 녹고 얼음이 풀리고 만물의 새싹이 돋는 새봄을 기다리지만, 이는 기실 세월이 흘러가는 풍경이다. 봄은 바로 화양연화(花樣年華)다. 말 그대로 꽃 같은 세월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봄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처럼 눈 깜짝할 새에 가버린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청춘이다. 이 시에 쓰인 청춘(靑春)과 연화(年華)라는 어휘가 그런 찰나를 잘 포착했다. 찰나로 영원을 포착하는 것, 그것이 바.. 2019. 2. 24.
<3.1절 80주년의 사건> (5) "처음 밝힙니다. 나는 일본군 소위였어요" 말쑥한 밤색 정장 차림이었다. 오늘 인터뷰를 의식해서라고도 하겠지만, 천상 할배요 천상 영감인 이 양반은 적어도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생평을 이렇게 살았을 사람 같았다. 흐터러진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길이 없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아했다. 곱게 늙는다는 말, 이런 사람한테 쓰는 갑다 했다. 말투 역시 차림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천상 마음씨 좋은 문방구 할배의 그것이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시종 웃음이 얼굴을 떠나지 않았으니, 그래 신선이 있다면 이런 사람이겠구나 했다. 목청은 높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이렇게 차분할 수 있을까 했다. 만나 보니 현승종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판에 박힌 인사를 나누고는 이력 조회에 들어갔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던 해에 .. 2019. 2. 23.
태산에 올라 삼족오 보리니 한시, 계절의 노래(280) 일관봉(日觀峰) [宋] 범치중(范致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태산은 동남쪽첫째 가는 경관이라 창공에 높이 솟은벽옥 봉이 가파르네 이 몸을 날게 하여정상에 세워주면 깃털도 덜 마른삼족오를 볼 수 있으리 岱嶽東南第一觀, 靑天高聳碧㠝岏. 若教飛上峰頭立, 應見陽烏浴未乾. 일관봉(日觀峰)은 중국 태산 정상인 옥황정(玉皇頂) 동남쪽에 있는 봉우리로 일출을 관망하는 명소다. 태산은 대악(岱嶽), 대종(岱宗)으로도 불렸다. 태산 산신을 모시는 태안시(泰安市)의 사당 이름이 대묘(岱廟)인 것도 대악(岱嶽)에서 유래했다. 양오(陽烏)는 태양 속에 산다는 삼족오(三足烏)다. 『산해경(山海經)』 「대황남경(大荒南經)」에 의하면 태양의 모친 희화(羲和)가 감연(甘淵)에 아들 10명을 목욕시켜 매.. 2019. 2. 23.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는 썩어가고 한시, 계절의 노래(285) 바둑 구경 그림[觀弈圖] [明] 명 고계(高啓) / 김영문 選譯評 산속으로 잘못 들어선 채로 바둑 구경 가족들은 날 저물자땔나무를 기다리네 어찌하여 바둑 한 판에천년 세월 소요됐나 신선 할배 돌 놓는 게너무 늦은 탓이리라 錯向山中立看棋, 家人日暮待薪炊. 如何一局成千載, 應是仙翁下子遲.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한자 어휘로는 난가(爛柯)라고 한다. 나무꾼이 산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바둑 두는 걸 구경했는데 바둑이 끝나고 보니 도끼자루가 썩어 있고, 동네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자신이 살던 시대가 아니라 몇 세대 뒤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이 시는 이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에 쓴 화제(畫題)다. 이 이야기는 중국 남조 양(梁)나라 임방(任昉)의 『술이기(.. 201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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