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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94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1874-1945)의 대나무 한국 근대미술사를 공부하려면 좋든 싫든 일본 근대미술사도 보아야한다. 자연스레 일본의 대가大家들도 알게 되고, 그들의 작품이 어떠한지도 익히게 된다. 특히나 일본화日本畵 하는 작가들은 화풍의 변화양상이며 누구를 제자로 두었는지 하는 것을 알아둬야 한국 근대미술사를 넘나들며 공부하기 편하다. 그중에서도 양쪽에 꽤 자주 이름이 등장하는 작가가 있다.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 (1874-1945). 우리나라에서는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 수운首雲 김용수(1901-1934),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8)을 가르친 스승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남종문인화를 일본식으로 산뜻하게 재해석한 신남화新南畵의 개척자로 더 유명하다. 제자도 많이 두었고 일본 제국미술전람회, 문부성미술전람회 심사위원을 여러 .. 2023. 5. 4.
유쾌하기 힘든 다이쇼大正 노스탤지아Nostalgia 1. 학부 때 일본사 수업을 들었는데, 이 강사분이 메이지 시대에서 바로 쇼와 시대로 뛰어넘어 수업을 진행했더랬다. 그래서 왜 다이쇼 시대는 안 가르치냐며 물었더니, 지금의 일본을 만든 건 메이지와 쇼와 시대이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현대 일본인에게도 다이쇼시대(1912~1925년)은 그닥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니 '노스탤지어'나 '로망'이란 말을 썼을지도. 2. 우리로 치면 일제강점 초기 무단통치기와 3.1운동, 문화통치기에 걸친 이 시기는 일본에선 '다이쇼 데모크라시'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사람들의 어떤 열망이 들끓었던 때였다. 헌법수호운동, 보통선거법 제정 등이 이때 이루어졌고 수평사(부락민 차별 철폐 지향 단체), 신부인협회 같은 단체가 만들어져 활동했다. 야나기 무네요시, 가와이 .. 2023. 4. 29.
청구제영靑丘題詠, 홍경모가 모은 전국 팔도 누정 제영시 탁본첩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이라는 탁본첩이 있습니다. 19세기 초 문인 관료인 관암冠巖 홍경모洪敬謨(1774-1851)가 전국의 누정에 걸린 제영시 현판 420여 개를 골라 뜬 탁본을 엮어 만든 첩이지요. 말이 420여 개지 범위는 함경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있고, 시대는 고려 중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상하 600여 년에 잇닿습니다(물론, 이분들의 친필이냐는 둘째 문제지만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얼마 전 촬영, 탈초번역과 발간을 마쳐서, 누리집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담당 연구사가 고생 많이 했지요.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보다 보니 은근히 부여 쪽 시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역대의 문인 묵객들이 스러진 나라의 왕도에서 느낀 감회가 컸겠지요. 그중 제가 눈에 확 꽂힌 탁본이 있습니다. 한국 한시 중에.. 2023. 4. 27.
간재 전우와 창강 김택영, 근대가 만든 '전통' 간재艮齋 전우田愚(1841-1922)와 창강滄江 김택영金澤榮(1850-1927)이란 인물들이 있다. 한 사람은 조선왕조 최후의 유학 종장宗匠으로, 한 사람은 한말韓末 한문학 4대가의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이들은 기실 전통적 의미의 '양반'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선대에 특별히 큰 벼슬을 한 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기존의 '양반'들이 담지하고 있던 도학이니 한문학에 천착하여 어마어마한 성취를 이루고 그것을 누구나 인정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의 삶이 근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의 존재 자체가 조선의 '근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양반'들이 '양반다움'을 벗어던지고, 오히려 양반 아닌 이들이 그 양반다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던...(2020. 4. 26) 2023. 4. 26.
이규보 선생을 개무시한 오주 선생 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라는 책을 편찬하여 한국 역사에 불후의 이름을 남긴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1788~1856)이라는 분이 있었다.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李德懋(1741~1793)의 손자로 그 스스로도 책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인데, 뜻밖에 우리 고문헌에는 다소 어두웠던 것 같다. 《오주연문장전산고》 중에 "석교釋敎·범서梵書·불경佛經에 대한 변증설辨證說"이란 글이 있는데, 거기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논한 대목을 보면...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우리나라 해인사海印寺에 소장되어 있는 《팔만대장경》 또한 변증하지 않을 수 없다. 해인사는 경상도慶尙道 합천군陜川郡 가야산伽倻山에 있는 신라시대 고찰古刹이다. 경판經板은 해인사 보안당普眼堂 남쪽과 북쪽 두 각閣에 저장되어 있는데, 모두 15칸[間.. 2023. 4. 23.
제주인인가 뭍사람인가? 이중국적으로 고통받은 어떤 사람 이귀제 1. 1727년(영조 3) 7월 17일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제주시濟州試에 입격入格한 사람 이귀제李龜濟를 빼라고 명하였다. 이귀제는 고故 승지承旨 이익태(李益泰, 1633~1704)의 아들인데, 이익태가 제주목사濟州牧使이었을 때에 이귀제를 낳았다. 이귀제가 태어난 고장이기 때문에 (제주에서 시행한) 과시科試에 나아가 입격入格하였는데, 부교리副校理 송진명(宋眞明, 1638~1738)이 상소하여 논하였다. 임금이 명하여 원적原籍을 살피게 하였더니 과연 원적이 중첩되었으므로, 이 명이 있었다. 이귀제는 의 저자로 유명한 이익태가 제주목사로 있을 때(1694~1696) 제주에서 낳은 아들이다(육지 사대부가 제주에서 자손을 얻은 경우 제濟 자를 이름에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익태가 죽고 2..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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