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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94

토실土室을 허문 이규보, 왜? 이규보가 요즘 태어났다면 온수매트나 에어컨을 쓰지 않고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지냈을까?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왜, 저 유명한 가 전집 권21에 있지 않던가. 10월 초하루에 이자李子(이규보 본인)가 밖에서 돌아오니, 아이들이 흙을 파서 집을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무덤과 같았다. 이자는 뭔지 모르는 체하며 말하기를, “무엇 때문에 집안에다 무덤을 만들었느냐?” 하니, 아이들이 말하기를, “이것은 무덤이 아니라 토실土室입니다.” 하기에, “어째서 이런 것을 만들었느냐?” 하였더니, “겨울에 화초나 과일을 저장하기에 좋고, 또 길쌈하는 부인들에게 편리하니, 아무리 추울 때라도 온화한 봄날씨와 같아서 손이 얼어터지지 않으므로 참 좋습니다.” 라고 하였다. 이를 보면 고려시대 관료계층의 .. 2023. 4. 15.
일본 동양사학의 거물 시라토리 구라키치 白鳥庫吉의 엽서 이른바 '식민사학'의 계보를 읊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 시라토리 구라키치白鳥庫吉(1865-1942). 그의 사진이나 글은 접한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의 글씨를 본 분은 좀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엽서는 그가 어느 봄날(소인이 흐려서 연도는 분명치 않다) 서울 '경성호테루'에 머물며 지인에게 부친 것이다. 조선 땅에 와서 불국사 근처 옛날 탑도 보고, 강서 진남포도 간 모양인데 일본 초서가 되놔서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글씨는 제법 유려한 편이다. 2023. 4. 14.
고려시대에도 개미는 있었다 개미보다 더 작은 것은 없건마는 / 微莫微於蟻 벌레를 끌고 잘도 달아나는구나 / 曳蟲猶善走 크거나 작거나 모두 똑같이 보니 / 大小若等視 범이 온갖 짐승 제압하는 것 같도다 / 如虎制百獸 - 후집 권10, 고율시, "개미가 벌레를 끌고 가다 쌍운 蟻拖蟲 雙韻" 2023. 4. 13.
제주 오미자 임금님 바쳐 점수 따려다 개쪽 당한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를 만들어 18세기 제주 사회를 우리에게 보여준 제주목사 이형상李衡祥(1653~1733), 그는 얼마 안 되는 임기 동안 제주에 크나큰 발자취를 남겼다. 절과 신당을 때려부수고 심방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한 일은 제주 노인들에게 '영천 이목사' '영찰목사'가 지금껏 회자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제주에서 행한 일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권38, 숙종 29년(1703) 5월 20일자 기사를 보면.... 처음에 제주 목사 이형상이 치계馳啓하기를, "본도本島의 오미자五味子는 세상에서 뛰어난 맛이 있다고 일컬어서 어공御供에 합당하므로 분의(分義, 의리)로 보아 숨겨 둘 수 없기에, 먼저 다섯 말을 주원(廚院, 왕실 부엌)에 올리고, 명년부터 진헌進獻하기를 청합니다." 라고 하였으므로 사옹원司饔院에서.. 2023. 4. 13.
한라산 나무와 풀, 바람에서 배웠다는 소암素菴의 글씨 1. 당근밭에서 보물을 캐다 혼자 사는 처지에 당장 필요한 물건은 왜 그리 많은지, 당x마x이 그럴 때 꽤 유용합니다. 뭐가 되었든 검색해서 직접 거래하는 일이 가능하니까요. 예전 x고x라도 비슷했지만, 어쩐지 사람들은 여기 더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그러다보니 쉬는 날, x근x켓 앱에 뭐든 검색어를 넣어서 뜨는 걸 찾아보는게 낙 아닌 낙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상당히 놀라운 걸 발견하게 됩니다. 제주 명필 소암 현중화(1908-1997) 선생(이하 인물 경칭 생략)의 소품 하나가 싼값에 올라와 있던 겁니다. 서귀소옹이라 했으니 70-80년대 이후 만년 작품인데, 도연명의 한 구절을 적어놓았군요. 구름은 무심히 봉우리에서 나오고 / 새가 천천히 날으니 돌아감 알겠네 표구를 하지 .. 2023. 4. 9.
무자비無字碑엔 어떤 곡절이? 지워진 것도 아니고, 새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새길 수 없는 것이다. *** 편집자주 *** 글씨가 없는 비석을 무자비無字碑 혹은 몰자비沒字碑라 한다. 또 백비白碑라고도 한다. 비석은 본래 무엇인가를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무자비 혹은 몰자비는 그에다가 무엇을 기록하고자 했을 테지만 어떤 이유로 적지 못하거나 적었다 해도 후세 무슨 이유로 글씨가 지워진 것을 말한다. 저런 무자비가 흔하지는 아니하나 드물지도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비석 암질이 글자를 새기기 어려워 폐기한 경우지만 그렇다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강군이 제시한 무자비는 차마 적을 수 없다 해서 부러 저리 만든 것이니 제주4.3백비白碑다.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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