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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0

Angel of the Ming dynasty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天使라는 단어가 적잖게 나온다. 임금이 사신에게 말하기를, "부왕께서 한양으로 천도하였다가 지금 구경(舊京)으로 돌아왔는데 궁실이 마침 불타서 우선 이곳에 영건(營建)하였습니다. 매우 낮고 누추하여 천사(天使)께 황공합니다." 하였다. 유사길(兪士吉)이 말하기를, "이것은 상고(上古) 때 풍도(風度)이니 어찌 비루(卑陋)함이 있겠습니까?"하였다. - 태종 2년 10월 12일 임금이 말하기를, "날마다 천사(天使)를 모시느라 일찍 만나지 못하고 이제야 비로소 와서 뵈니 못견디게 황공합니다. 천조(天朝)에서 봉작(封爵)을 허가하고 조공(朝貢)을 허락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봉작과 조공을 허락한다면 적이 반드시 물러가겠습니까?" 하니 ... - 선조 26년 윤11월 20일 무슨 angel.. 2022. 4. 21.
만화로 본 그 시절 '동양화' 유행 박수동의 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1) 70-80년대에는 어지간한 집마다 '동양화' 한 폭 정도는 걸어두고 있었다. 경제사정이 펴져 예술을 즐기려는 이들, 곧 중산층이 늘어났기 때문이겠다. 그 시기 대중에게 예술의 상징이란 가부장 세대에게 익숙했던 '동양화'였다. 멋진 그림 하나 걸어놓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문화인'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너도나도 그림, 글씨를 걸려고 해서 표구사는 연일 활황이었다고 한다. 그저 유행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긍정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끝은 왜 이리 미약해졌는지. 2) 고스톱을 고상하게 '동양화 공부'라고 하지 않던가? 거기서 박수동 화백은 이 내용을 뽑아내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보면, 박 화백이 조영남의 '화투' 시리즈를 예언했다고 할 .. 2022. 4. 3.
양반의 조건, 동래박의東萊博議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을 보면, 양반이라면 모름지기 꼭 해야 할 것들이 주루룩 적혀있다. 그 중의 하나가 "얼음에 박 밀듯이 를 줄줄 외는 것"이라는데, 그 가 이 책이다. 정식명칭은 . 이 책은 남송대 학자인 여조겸(呂祖謙, 1137-1181)이 에서 뽑은 여러 에피소드를 주제로 논술한 글을 엮었다. 그의 친구였던 주희(朱熹, 1130-1200)는 이를 과거시험에나 쓰이는 책이라고 혹평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주자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이 는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였다. 판본이 꽤 여럿인데 이건 10행18자의 2권본이다. 17세기쯤 판본이 아닐지? 이 책의 전 주인은 꽤 열심히 읽었던지 군데군데 메모도 해놓고 비점도 꼼꼼히 달았다. 과거에 대비하는 수험서였기에 더욱 더 세세하게 보아야 .. 2022. 4. 3.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의 책 수집 이야기, 성궤당한기成簣堂閑記 "이순신은 이기고 죽었으며 죽고 나서도 이겼다." 이순신(1545-1598)을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지은 이는 일본 근대의 언론인이자 사학자였던 도쿠토미 소호(1863-1957)다. 그가 지은 의 임진왜란 부분에 저 글이 나온다던가(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동생도 당대 문필가로 유명했던 도쿠토미 로카(1868-1927)인데, 그는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유묵을 갖고 있던 것으로 우리에겐 유명한 인물이다. 젊어서는 민권운동에 깊이 관여했으나 나이가 들수록 군국주의에 기울어지고 끝내는 A급 전범으로까지 기소된 인물 도쿠토미 소호. 어떤 사람은 그를 두고 '일본 군국주의의 괴벨스'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런 그도 한국과 인연이 없지 않다. 초대 조선총.. 2022. 4. 3.
제주도 오미자가 참 맛있더구만 기묘명현의 한 사람으로 훗날 사림의 추앙을 받았던 충암冲庵 김정(金淨, 1486-1521)은 지금의 동문시장 근처에 살았다. 제주 유배살이에 그런대로 잘 적응을 했던 모양인지, 그의 문집 곳곳에는 제주 사람들과 소통한 흔적이 남겨져 있다. 그때도 동문시장이 있었다면 아마 시장을 드나들며 국밥 한 그릇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애초 충암 본인이 트인 성격의 소유자인데다가,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던 모양이다. 제주의 이모저모를 기록한 도 그런 호기심의 소산이라고 해야겠다. 관심이 없었으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그 중엔 이런 내용이 있다. 제주의 토산물을 얘기하는 대목이다. "오직 토산물로는 표고버섯이 가장 많고, 오미자五味子도 많이 나는데, 씨가 아주 검고 커서 마치 잘 익은 머.. 2022. 3. 9.
심향 박승무, 눈을 내려 세상을 달래다 심향 박승무(1893-1980)라는 화가가 있다. 한국화 근대 6대가의 하나로 꼽히는 인물로, 특히 눈 내린 겨울 산수화에 능했다. 짙고 옅은 먹에 아주 약간의 채색만 더했던 그의 설경이 어찌나 인기있었던지, 설경 주문만 들어온 까닭에 사다 놓았던 물감을 채 다 써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작가로서는 손해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설경을 보면 왜 그렇게 인기있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의 겨울은 따뜻하다. 겨울 그림이 따스하다니 의아할지 모르지만, 바람이 불어 스산한 풍경이 아니라 눈 개어 평온해진 정경이기에 가능하다. 하늘은 잔뜩 흐리지만, 눈을 이고 진 산이며 마을은 어둡지 않다. 자박자박 눈길을 걸어오는 등 굽은 노인은 꼭 색 있는 옷을 입으신다. 지루한 설백색에 한 점 포인트가 ..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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